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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들의 심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원들의 심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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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씨 등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일간베스트(일베), 오늘의 유머 등 담당한 사이트에 대해 북한 및 종북 세력과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동향과 흐름까지 수시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3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게 심리전단 직원들의 보고 문건을 제시하면서 이런 모니터링도 심리전단의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따졌다.

슬라이드로 보여준 문건 여러 건에는 "일베, 최근 학력 인증 논란 이후 동시 접속자 수 증가(1만~1.5만)하였으나 기존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네이트 토론방 '판'처럼 수다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 글을 대표 글로 선정, 정체성 되찾기 노력중", "일베 이용자들은 정권 말에도 불구 선진 외교로 인해 VIP 지지율이 30%대로 복귀했는데, 이는 지난 정부 말기와 비교할 때 대단한 것이라고 호평"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금태섭 변호사를 조롱하는 유머 모음글을 인기글로 선정"했다면서 다음 줄에 "정이 '저 여자 죽인다'라고 말하면, 금은 '정이 살인 예고했다'고 주장한다"라고 보고한 문건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대선 전인 9월 안철수 예비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와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 사이에 일어났던 '대선출마 포기 협박 논란'이다.

또한 한 보고서에는 "일베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퍼뜨린 '대한초등학교 반장선거 이야기'가 포털에서도 쉽게 검색되고 트위터, 카페에 확산되고, TV조선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도했다면서, 언론 기자들이 일베에 상주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언급한 '대한초등학교 반장선거 이야기'는 대선을 초등학교 반장선거에 비유한 글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존재감이 낮고 안철수 예비후보는 출마를 놓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이다.

검찰은 "이런 것들은 사이트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한 사항이거나 혹은 정치와 선거 이슈일 뿐이지 북한이나 종북 세력의 대남 선전선동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이것도 심리전단의 모니터링의 일환이었는가"라고 수차례 물었다. 이에 이종명 전 3차장은 처음에는 "어떤 취지에서 (저렇게) 썼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가 결국 "처음 보는 것이지만, 사실이라면 적절치 못했다"라고 물러섰다.

전 국정원 3차장의 '적군-민간인론'

증언석에 앉은 이 전 3차장은 시종일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등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심리전단의 활동은 사회단체나 야당 때문이 아니라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면서 정치 및 대선 개입 혐의를 부정했다.

잘못된 종북관에 의해 필연적으로 국내 정치와 대선에 개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 수십년간 군인 생활을 한 이 전 차장은 '적군-민간인론'을 펼쳤다. 검찰의 진술에 따르면, 이 전 차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으로 치면 지휘관이 전투 중에 민간인을 사살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현장에 들어가면 적군과 민간인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있고, 적군만 제압하려 하더라도 결국 민간인 피해가 있는 경우가 있지 않겠는가. 개별 이슈에 대해서 혹시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넓은 의미에서 종북세력 척결 지시에 따라서 직원들이 이행한 것으로 보면 된다."

특히 이 전 3차장은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국정 성과 적극 홍보'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더 나아가 국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 사과까지 한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건강권과 자주권 차원에서의 국민적 저항이 아닌 '정부 전복 시도'로 바라보고 있었다.

- 피고인(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이 할 일로 종북세력 척결과 함께 국정지원 내지 국정홍보를 강조했다. 맞는가.
"원장님의 개인 생각이라 답변하기 어렵지만, 쇠고기 파동 이후 국정성과를 폄훼하는 혼란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 그게 어떤 의미인가. 쇠고기 파동이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시위 사태를 말하는가.
"당시 쇠고기 파동이 출발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권 퇴진까지도 간 그런 것인데, 정권 퇴진은 정부 전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의 업무 중 중요한 부분이 대 정부 전복에 대한 것이다. 안보에서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 전복과 관련된 징후를 측정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관련된 활동이라고 보면 된다."

- 쇠고기 파동과 관련된 게,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 유포라든가 선전선동을 말하는가.
"내가 어떤 동영상을 어느 사이트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어떤 치열한 4·19 때의 화면과 오버랩 돼서 쇠고기 파동에 젊은이들이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선전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런 부분이 있었다."


태그:#원세훈, #이종명,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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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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