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스플릿을 1등으로 시작한 포항 스틸러스. 그러나 많은 부상과 모기업의 지원 부족 그리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 등으로 스플릿 시스템(전체팀을 상·하위 그룹으로 나누어 우승팀과 강등팀을 결정)에 돌입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실제로 정규리그 26라운드에서는 홈에서 부산에게 막판에 실점하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역시 강했다. 전주에서 열린 전북과의 스플릿 시스템 1차전에서 포항은 지난 8일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스플릿 시스템 첫 승을 거두었다.

모든 스포츠는 주전과 비주전이 존재한다. 단기전이면 모를까 1년 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리그에서는 주전과 비주전간의 격차에 따라서 성적이 달라지게 된다. 주전이 아무리 좋아도 비주전과의 격차가 크다면 그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포항이 왜 강팀인지 올 시즌 경기 운영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포항은 주전과 비주전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에서 부상이나 슬럼프가 와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도 황진성과 이명주가 빠진 경기에서도 노병준, 김태준, 김승대라는 카드로 완벽하게 메꾸면서 완승을 거두었다. 이처럼 모든 선수의 주전화는 앞으로 포항의 큰 자산이 될 것이며 명가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맡기 시작한 황선홍 감독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부산에서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 때문에 포항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는 2012 시즌에는 포항에게 오랜만에 우승컵(FA컵)을 안겼다. 본인의 첫 우승이자 포항에게는 4년 만에 첫 FA컵 우승이었다.

그 이후 황 감독은 점차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면서 팬들에게 인정받았고 올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기존에 있는 선수들을 잘 조합하면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외국인 선수 없이도, 비싼 외국인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팀들을 격파하면서 팀을 당당히 1위에 올려놓았고 상황에 따른 전술과 선수 배치로 '스틸타카(스틸러스+ FC 바르셀로나의 짧고 간결한 패스 축구 '티키타카'의 합성어)'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은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수년 간 이루어진 포항의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는 지금 활약하고 있는 '포항표' 선수들을 만들어냈다.

U-12부터 U-18까지 완벽하게 이어진 포항의 유소년 시스템은 현재 포항의 주축인 신화용, 황진성, 이명주 등을 탄생시켰고 이동국, 오범석 등도 포항 유스 출신이다. 이 같은 투자는 힘들 때 확실한 보험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복리 이자'와 함께 하게 될 포항, 미래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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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Soulplay 중복게재합니다.
포항 K리그클래식 황선홍 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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