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익숙한 거리보다는 처음 가보는 낯선 거리, 훤한 낮거리보다는 어두컴컴한 밤거리를 걸을 때 더 두려워하거나 무서움을 느낍니다. 낯설거나 어두컴컴한 거리를 걸을 때가 더 두렵거나 무서운 건 경험해보지 않은 길,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훤한 대낮이라면 당연히 보였을 움푹 파인 웅덩이, 툭 튀어나온 돌출물조차도 보이지 않으니 자칫 곤두박질을 치거나 돌부리에 걸려 나뒹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본능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더 두렵거나 무섭게 생각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그런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지리정보를 검색하거나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합니다. 성능이 좋은 손전등을 준비하면 손전등 밝기만큼 주변이 밝아져서 걱정이 줄어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을 준비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밝기 정도로 주변이 밝아지기 때문에 불안감이 줄어들 것입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궁금해 하고 두려워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언제쯤 어떤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다면 담담히 맞아들이거나 적극적으로 피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행복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좀 더 행복한 마음으로 맞아들이고, 불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 다가오는 불행을 극복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밤거리를 밝히려 키는 것이 손전등이나 촛불이라면 점을 치고 사주(四柱)를 보는 건 낯설게 다가오고 있는 앞날, 캄캄한 밤거리를 걷듯이 걸어야 하는 인생여정의 길을 밝혀 보고자하는 또 다른 형태의 촛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으며 터득해 가는 사주, <자평학 강의>신창용 지음, 도서출판 들녘 펴냄의 <자평학 강의>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어 귀에 익숙한 사주,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바탕으로 해 그 사람의 명운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명리 또는 사주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사주'나 '명리'라는 말과는 달리 '자평학'이라는 말은 조금 생소하지만 사주나 명리의 바탕, 사주를 가지고 명(命)을 논하는 관점을 정립한 사람이 북송 무렵의 서자평(徐子平)이라는 사람이기에 그 사람의 자를 따서 '자평학'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사주'를 굳이 자평학이라고 하는 건 '만유인력'을 발견자인 '뉴턴'의 이름을 붙여 '뉴턴의 법칙'이라고 하고, 조셉 매카시가 한 발언에서 '매카시즘'이라는 명사가 생겨난 것과 같은 이유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평학'을 "태어난 생년월일시의 정보에 해당하는 사주(四柱)를 바탕으로 사람의 명운(命運)에 관해 설명하고 예측하는 자평학은 전 세계의 수많은 명운 관련 방술(方術) 분야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뛰어난 수준의 내용과 학술 논리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명운(命運)이란 "한 개체에게 발생하는 현생의 과업과 방향성에 대한 일련의 진행 상황과 성취 여부"라고 일단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보다 정확하게는 "그 경향성과 가능성에 대한 예측과 접근"이라고 해야겠습니다. - <자평학 강의> 59쪽결국 지명(知命)이란 지기(知己)·지인(知人)·지경(知境)·지시(知時)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논하는 것이 바로 논명(論命)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첨언하자면, 지기·지인·지경·지시의 다를 의미는 "나와 타자(他者)와의 관계성의 파악"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내 자신과 내 주변의 대상 자체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나와 타자가 주고받는 과정인 관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자평학 강의> 63쪽사주, 팔자, 명리, 음양, 오행, 명운, 지명… 한두 번씩은 들어봤거나 길거리에서라도 접했을 말들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한 말처럼 들릴 겁니다. 듣고 있어도 알아들을 수 없고, 보고 있어도 뭐가 뭔지를 모르겠는 건 사주를 봐준다는 사람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횡설수설 설명하거나, 알고는 있을지라도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 듣는 사람이 엉뚱하게 받아들이거나 전혀 다르게 해석을 하는 경우, 둘 중 하나가 대부분입니다.
천명은 OPTION, OPTION은?살다보면 찰떡같이 말해도 개떡같이 알아듣는 사람도 있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말로 더듬거리며 뭔가를 물어오면 우린 알아듣습니다. 하지만 꼭 같은 상황일지라도 한국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알아들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외국인의 서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건 한국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평학 강의>는 사주, 팔자, 명리, 음양, 오행, 명운, 지명 등을 잘 모르고 있는 사람에겐 자세한 설명이 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람에겐 저자의 말처럼 쉬운 강의(설명)가 될 것입니다.
혹시 어려운 강의가 아닐까 하고 미리 부담을 크게 느끼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여러분은 탁월한(?) 강사의 세심한 설명을 한번 들어 보겠다는 정도의 가벼운 의욕만 준비하시면 충분합니다. - <자평학 강의> 12쪽 저자의 말 중기타 연간(年干)·월간(月干)·시간(時干) 및 운(運)에서 출몰하는 운간(運干)·세간(歲干)은 다른 주·조연 배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 벌어지는 사정(事情)은 결국 배우들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해소의 과정이 대부분인 것처럼 命式(명식)에서 일어나는 사정(事情)의 대부분은 간관계(干關係)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명식 내 관계성 파악의 가장 중신은 간관계의 파악에 있습니다. - <자평학 강의> 294쪽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와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한 저자의 이력에서 어림할 수 있듯이 저자의 강의(설명)는 뜬구름을 잡듯이 허구적이지 않습니다. 화학반응 결과를 보여주듯이 구체적이고 현상론적입니다. 음양은 소금(NaCl)의 이온결합 모식도로 설명하고, 기(氣)와 천지인(天地人) 등은 밀가루 반죽을 하는 과정(사진)을 예로 설명하고 있으니 저자의 말처럼 보고만 있으면 어느새 자평학에 필요한 예비지식이 헷갈림 없이 쌓이며 정리됩니다.
현상(과학이나 화학)을 들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그 과정과 결과로 설명해 주고, 상황적 예를 들어서 설명할 수 있는 내용들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연상하며 이해하고, 이해하며 읽어가다 보면 헷갈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저자는 천명(天命)을 OPTION(Objective, Partial, Time, Insight, Optional, Not specific 앞 글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둔 밤길을 나서며 등을 준비하느냐 마느냐, 성능 좋은 LED 손전등을 준비할 거냐 아니면 촛불을 준비할 것인가는 각자의 마음이며 개개인의 선택입니다.
인생의 명운을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학술, 자평학을 공부하느냐 마느냐 또한 개개인의 마음이며 선택일 수 있습니다. 미리 검토해 보는 지리정보는 낯설게 가야 할 길을 어림하게 해주고, 환하게 밝혀 든 손전등이 캄캄한 밤길의 두려움을 덜어 주듯이 신창용 지음, 도서출판 들녘에서 펴낸 <자평학 강의>는 개개인에게 다가오고 있는 명운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개개인이 밝힐 수 있는 인생 여정의 등대가 되어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자평학 강의>┃지은이 신창용┃펴낸곳 도서출판 들녘┃2013.08.06┃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