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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서울 을지로의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전세자금대출 광고판.
 사진은 이날 서울 을지로의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전세자금대출 광고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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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 사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세 대책을 내놨다. 취득세를 인하해 주택 매매를 유도하고 돈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주택 대출 요건을 완화해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는 발상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현 부총리는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 수요로 머물러 있는 주택구입 가능 계층의 주택 구입을 촉진하기 위해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법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취득세 인하와 저리의 장기모기지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9월부터 예상되는 '전세 대란'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데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고수한 실효성 없는 매매 활성화 정책들만 재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취득세 인하, 주택 구입 대출 확대가 전세 대책?

이번 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마련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후반기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전·월세난 해결에 두고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당정간에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면서 "주택 전월세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 간에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 물량이 크게 줄면서 전셋값이 폭등하자 이에 대한 제도적인 해법을 주문한 것이다.

정부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에 동감했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월세 전환 물량이 늘어나면서 6월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 증감률이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크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이같은 상승세는 9~10월에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전세의 매매 수요 전환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의 지속적 추진을 첫 손에 꼽았다.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이 주택을 매매하지 않고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비롯된 것이니 주택매매를 촉진하면 해결된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취득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9억 원 이하 1주택 2%, 9억 원 초과 및 다주택자에 4%를 내게 하던 것에서 6억 원 이하 1%, 6억~9억 원 2%, 9억 원 초과 주택은 3%로 세율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부과는 폐지할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주도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 모기지 공급은 내년부터 24조 원 규모로 3조 원 확대된다. 또한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도 기존 3억 원 이하 주택에 한정되던 것을 기준시가 4억 원(시가 5억~6억 원 상당) 이하로 완화시켰다.

돈이 부족해 주택 매매를 못하는 서민들에게는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한다. 앞으로는 부부합산 소득 6000만 원 이내면 6억 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적용 금리도 현행 4%에서 2.8~3.6%로 크게 내렸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집을 사지 않는 이들을 위한 모기지론도 도입된다. 정부는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1~2% 지분 성격의 모기지를 지원하고 추후 집을 팔 때 매각 손익을 공유하는 방식의 손익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올해 중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를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월세 소득공제율 60%로 ↑... 저소득층 전세자금 지원 요건 완화

서민 및 중산층의 월세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월세 소득공제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올리고 공제한도도 지금의 연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시키기로 했다. 또한 저소득층 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주택바우처 사업은 올해 말까지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내년중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전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 지원 요건도 완화된다. 앞으로 최저생계비 2배 이내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저소득 가구는 1억 2000만 원 이하의 주택에 전세계약을 맺을 때 최대 8400만 원(보증금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원 소유주의 부채 관계 때문에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해결법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 적용대상 보증금 가액기준과 우선 변제액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 금액은 9월 중 주택임대차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부족한 전세물량 확충방안으로는 LH공사가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주택 2000호를 9월부터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하반기 공공임대 주택 입주시기를 1~2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확충하는 한편 기존에 내놨던 민간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세, 법인세 감면 등 지원 혜택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시장 문제 해결 못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신규 전세대출 확대안을 비판 및 제대로 된 전월세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제윤경 금융정의 연대 상임이사,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치솟는 전월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전월세 상한제 도입하라"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신규 전세대출 확대안을 비판 및 제대로 된 전월세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제윤경 금융정의 연대 상임이사,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동대표, 이선근 민생연대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치솟는 전월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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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대책에 대해서 다양한 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박 대통령의 지시로 마련된 대책치고는 취지를 거의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당장 가을 전세 대란이 우려되는데 대비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지장 가격 및 수급을 안정시킨다는 정부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매매시장을 활성화해야 전세시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 생각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꾸준히 나왔던 것"이라면서 "계속 추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변 교수는 이어 "정부 논리대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된다 할지라도 그게 어떻게 전세 가격 및 수급 안정으로 이어지느냐"고 반문했다. 주택 매매가 많아지면 주택 가격 자체가 오르고 당연히 그에 연동된 전세 가격도 오른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전세 시장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다주택자나 민간 임대 사업자에게 주택 매매 혜택을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은 부동산 부양책이지 전세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당장 폭등한 전셋값을 바로잡겠다는 정책은 없고 그동안 하던 대로 집값 하락을 떠받치는 정책만 내놨다는 지적이다.

선 소장은 대출을 늘려줘서 주택 매매를 유도하는 정책도 이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 4·1 대책 이후 빚 내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집을 다 사버린 데다 가계부채 수준이 역대 최고수준인 980조 원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주택 매매 대출 지원을 확대한) 4·1 대책 이후 잠깐 정체되던 가계부채가 다시 17조 원 가량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선 소장은 "정부 말대로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일부러 집을 안 사고 있는 거라면 빚이 늘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빚 없이는 집을 못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사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 하락을 막지 않으면 시장원리에 맞게 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가격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조하면서 당초 이번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졌던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전월세 상한제란 전세 및 월세의 인상률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 소장은 "얼마 전 한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집주인·세입자를 막론하고 전국민의 70% 이상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왜 이런 제도는 이번 대책에 안 나왔는지 궁금하다"면서 "그만큼 서민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은, 다주택 투자자들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태그:#박근혜, #전세, #전세대책, #전월세대책, #8.28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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