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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7일 찾아온 산바 태풍으로 빅오(BIG-O)해상분수대의 피해규모는 약 300억여 원의 피해를 봤다. 현재 보험사와 피해복구가 마무리중이다.
▲ 그림자가 반사되어 바닷속에 잠긴 빅오의 모습 지난해 9월 17일 찾아온 산바 태풍으로 빅오(BIG-O)해상분수대의 피해규모는 약 300억여 원의 피해를 봤다. 현재 보험사와 피해복구가 마무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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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해 같은 태풍(산바)이 오면 또다시 잠길 수밖에 없다"
담당 직원: "보강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기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담당 직원: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

지난 14일 여수박람회재단의 한 관계자와 가진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침수 피해를 당한 곳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근본적으로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벽을 높이면 되기 때문에…"라고 말을 흐렸다.

태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은 없다. 하지만 '과거 태풍 100년사'를 보면 태풍이 가장 크게 불어 닥친 계절은 바로 9월이었다. 올해 태풍이 긴장되는 이유다.

태풍 때문에 300억 날린 여수박람회장

바다에 떠있는 하늘에서 본 여수세계박람회장의 모습. 가운데가 해상분수쇼가 진행되는 빅오(BIG-O)시설이다.
 바다에 떠있는 하늘에서 본 여수세계박람회장의 모습. 가운데가 해상분수쇼가 진행되는 빅오(BIG-O)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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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어 닥친 태풍으로 여수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해 93일간 820만3956명이 다녀간 여수세계박람회장은 태풍으로 심각한 바닷물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는 '빅오(BIG-O)' 해상분수시설. 이로 인해 관람객을 끌었던 분수쇼의 재공연은 완전 중단됐다. 이후 6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 5월부터 재개장됐다. 5월에 30여 분간 짧게 재공연에 들어간 빅오 해상분수시설은 충분한 연습 기간을 거치고 나서 7월에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빅오는 태풍으로 인한 '해일피해'에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17일 태풍 산바로 인해 빅오 해상분수대가 입은 피해 규모는 약 300억 원. 그동안 복구 공사가 진행됐지만, 아직도 공사가 완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곳 사람들은 흔히 1959년 9월 17일 발생한 '사라'가 역대 최대의 태풍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보다 규모가 더 큰 태풍은 바로 '매미'였다. 국가태풍센터가 발행한 '과거 태풍 100년사'를 보면 2003년 9월 12일 발생한 매미(MAEMI)는 최대 풍속(10분간 평균 풍속)이35.9m/s로 역대 최대의 위력을 보였다. 물론 기상청에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49.2m/s를 기록한 바 있지만 기상청 관계자는 "순간풍속은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2위가 바로 사라였다. 사라의 최대 풍속은 35.5m/s이었다.

지난해 9월 17일 발생해 여수에 치명타를 입혔던 태풍 산바(SANBA)의 최대 풍속은 얼마나 될까. 예상보다 작은 27.7m/s였다. 매미·사라에 견줘 봤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여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태풍이 정면으로 '여수를 관통해 지나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산바로 인해 박람회장이 큰 피해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보다 해일로 인한 바닷물 피해였다. 국립해양조사원 조위관측소는 1965년 3월부터 해수면 물 높이를 관측해 오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각 지역마다 조위관측소가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공하는 여수조위관측자료에 따르면 역대 최고의 물 높이를 보인 태풍은 매미였다. 매미는 2003년 9월 12일 오후 8시께 여수에 상륙했는데 이때 해수면의 높이는 393cm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역대 최고 높이다.

지난해 여수에 치명타를 입혔던 태풍 산바는 만조 때인 오전 9시 41분에 여수를 덮쳤다. 이때 측정된 해수면의 높이는 321cm. 지난해 월평균 해수면인 182.7cm에 비하면 훨씬 높은 기록이지만 매미보다 71cm가 낮은 수치다. 만약 2003년 여수에 박람회장이 있었다면 바닷물로 인해 큰 침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조에 태풍이 겹치면 십중팔구 해일 피해가 따르기 때문이다.

박람회장 빅오 시설, 침수 피해 대비책 시급하다

지난해 산바 태풍으로 타원형 포디엄이 디오를 받치고 있는 프로젝트 실 건물 유리창 50cm까지 바닷물이 차 올랐다
 지난해 산바 태풍으로 타원형 포디엄이 디오를 받치고 있는 프로젝트 실 건물 유리창 50cm까지 바닷물이 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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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태풍 피해를 입은 시설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박람회재단 언론담당자는 피해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별히 공개할 것도 없을 뿐더러 기계다 보니 통제구역이라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태풍 산바 때문에 침수 피해를 입은 빅오 해상분수대는 여수 신항 박람회장 앞바다의 방파제를 육지와 연결해 만든 해상문화공간이다. 이곳에는 시설물로 노천관람석·여니교·수니교·전망데크·하늘길·바닷길·워터프론트·파제제 등이 있다. 빅오 해상분수대는 1500억 원가량이 투입돼 조성된 곳이다. 빅오 해상분수대를 보면 파원형 포디엄이 직경 41m의 멀티 워터 스크린 '디오(The O)'를 받치고 있다. 전체 높이는 47미터다.

지난해 피해를 입은 곳은 프로젝트실(지하 1·2층, 타원형 포디엄에 위치)이었다. 태풍 산바가 왔을 때 이곳 유리창 50cm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 디오의 평균 수심은 7.5m인데 이는 태풍에 대비해 최대 수심에서 4.3m 높게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태풍 산바가 왔을 당시 5.5m까지 차올랐다. 설계보다 1.2m가 더 잠긴 셈이다. 당시 박람회재단 직원들은 유리창이 물 무게에 의해 깨지면 어쩌나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그 안에 든 프로젝트가 입을 피해를 걱정한 것. 불행 중 다행으로 지하 1층은 침수 피해를 피했지만, 지하 2층은 70%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전기 판넬과 분수를 작동시키는 판넬 전체를 교체한 사실이 취재결과 밝혀졌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해상분수가 설치된 ‘플로팅 플랫폼’이 파괴되어 육상으로 인양해 보수공사를 마쳐 4월에 재설치 됐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해상분수가 설치된 ‘플로팅 플랫폼’이 파괴되어 육상으로 인양해 보수공사를 마쳐 4월에 재설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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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해상분수가 설치된 '플로팅 플랫폼'이었다. 총 길이 120m, 3열로 된 플랫폼에는 345개의 분수 노즐이 있다. 여기에는 306기의 미니 슈터와 하이퍼 슈터 15기가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플랫폼이 파일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인다. 하지만 당시 급속히 불어난 물로 인해 플로팅이 파일을 넘어섰고 이를 지지해주던 파일이 플랫폼을 뚫어버렸다. 이후 이 구조물은 육상으로 인양해 보수공사를 마쳐 지난 4월에 재설치됐다.

또한 당시 만조 때 겹친 해일로 불어난 물은 해상분수대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에어컴프레서 룸을 덮쳤다. 해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 곳이 에어컴프레서 룸이었다. 컴프레서를 통해 압축된 공기들은 345개의 노즐을 통해 분수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기가 없으면 70m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분수쇼도 마비된다. 기자가 '왜 이렇게 낮게 기계실이 설치됐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높게 설치됐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과거 데이터상 여수 바닷물의 높이를 계산한 최적의 장소에 위치했다,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태풍 산바 이후로 에어컴프레서는 완전 교체됐다.

지금까지 피해 복구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기상 이변으로 인한 태풍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지금 이곳은 또다시 침수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피해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여수박람회장 내 시설드은 '세금먹는 하마'로 전략할 수도 있다. 물론 지난해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해다 보니 보험사인 OO해상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고 시설이라 보험사의 까다로운 규정으로 올해는 보험료가 껑충 뛰었다. 태풍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박람회재단은 피해 복구만 신경쓰고 있다. 재단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세계박람회, #빅오, #태풍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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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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