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오후 나가사키 현 이키섬 아시베초(芦辺町) 아시베우라(芦辺浦)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하라호케지장보살상 여섯 기가 있는 곳입니다. 하라호케는 '배'라는 뜻의 하라와 '파다'라는 뜻의 호루라는 말이 합해진 말로, 배가 파였다는 뜻입니다.
이곳 지장보살은 배가 약간 파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장보살에게 제물로 돈을 바칠 때는 배가 파인 곳에 동전을 넣어 둡니다. 혹시 사람들이 지장보살 앞에 제물을 놓아두면 바닷물에 떠내려가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만들어 두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서 지장보살이 언제 왜 생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바닷가에 있고 이곳 하치망우라(八幡浦)는 예로부터 해녀가 많은 곳이니 바다에서 일하다 죽은 해녀의 넋이나 고래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 생겼다고 말합니다.
지장보살이 여섯 기 세워진 것은 여섯 길 즉 지옥, 아귀, 짐승, 수라, 사람, 하늘에 있어서 중생의 아픔과 괴로움을 구원하다는 여섯 지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장보살에게 공물을 바칠 수 있도록 더 많은 풍어를 기원하고 언제 유행할지 모르는 질병이나 역병으로부터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장보살에 사람들이 빨간색 천으로 두건을 씌우거나 목에 턱받이를 해둡니다. 이것은 맨 돌이 드러나 있으면 사람이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춥고, 어린아이가 침을 흘려 옷 앞자락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일본 옛날이야기 가운데 지장보살에게 천으로 머리를 씌우거나 턱받이를 해주고 복을 받거나 행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바다 일을 마치고 성게를 손질하는 해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곳 아시베초에는 해녀가 300명 이상 일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이 위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이어서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00 세대가 살고 있는데 해녀 일을 하는 사람은 100 명 쯤 남아서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해녀가 바다에서 전복, 성게, 굴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이나 해류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릅니다. 보통 5월부터 9월 말까지는 성게나 전복을 땁니다.
지금과 같은 여름에는 너덧 시간 바다 일을 할 수 있지만 겨울 추워지면 하루에 30분 정도 밖에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일이 해녀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곳 이키섬 부근에서는 더 이상 미역은 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서식하는 독문어가 지금은 이곳 이키섬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로 5월에서 9월까지는 분홍성게가 많이 잡히고, 12월부터 5월까지는 보라성게가 많이 잡히고, 4월부터 7월까지는 말똥성게가 잘 잡힌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해녀는 한자는 우리와 같지만 일본 발음으로 아마라고 합니다. 남자는 해사라는 단어를 쓰고 여자와 똑같이 아마라고 읽습니다. 일본에서 해녀는 홋카이도를 빼고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참고 사이트
제주해녀박물관, http://www.haenyeo.go.kr/, 2013.8.15
이키 시립 일지국 박물관, http://www.iki-haku.jp/, 2013.8.15
이키 관광연맹, http://www.ikikankou.com/, 2013.8.15
* 하루 종일 우리를 안내해주신 일지국 박물관 후루사와 요시히사 선생님과 요시나가(1924년 출생) 해녀님께 감사드립니다.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