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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참으로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문화재청이 일제강점기 당시 명백한 친일 행위로 인해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으로부터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백선엽, 민철훈, 윤웅렬, 윤치호, 민복기의 의복 및 물품을 문화재 등록하겠다고 예고하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관련 기사 : 보존해야 할 의복이 친일파 것들 밖에 없나).

그런데 이같은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관련 물품을 문화재로 등록하려한 문화재청이 최종 심의 과정에서 '사실상' 이를 포기했습니다. 이들 물품의 국가문화재 등록을 위한 최종 심의가 지난 13일 오후 2시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참석한 문화재청 관련 심의 위원들이 해당 안건의 처리를 '보류' 하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친일파 물품 문화재 등록 '보류' 결정, 이유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의복·유물 문화재 등록반대 항일독립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렸다.
▲ '친일반민족행위자 유물 문화재 등록' 중단 촉구 긴급 회견 친일반민족행위자 의복·유물 문화재 등록반대 항일독립운동단체 긴급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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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심의에서 친일 반민족행위자 5명의 의복 및 물품의 문화재 등록을 보류 결정된 이유에 대해 '크게 두가지 사유'라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지난 7월 26일 민주당 김광진 국회의원의 제안으로 14명의 야당 국회의원이 연서명하여 문화재청에 공식 제출한 '친일파 물품 문화재 등록 반대 의견서'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 8월 8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항의 성명'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화재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한 달간 국민에게 사전 예고하여 찬반 의견을 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문화재 등록을 위한 사전 예고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이같은 반대 의견이 접수되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국회와 다수의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 성명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국민의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문화재청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안건의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국회 김광진 의원실 강동기 보좌관이 해당 안건의 보류가 결정된 직후 문화재청 관계자에게 전화하여 "오늘 보류된 문제의 안건을 다시 추진할 경우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를 묻자 그는 "그럴 경우 전제 조건이 있다"고 답했다 합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건이 '보류' 결정된 이유가 국회의원 14명이 제출한 반대 의견서와 항일 운동 단체의 반대 성명 때문이기 때문에 이 조건의 변화가 발생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이들 물품의 국가문화재 등록을 반대하는 의견서와 성명서를 제출한 곳에서 '기존 입장을 자진 철회'하거나 또는 '반대 의견 단체를 문화재청이 설득하여 등록 동의를 받을 때' 가능하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이같은 문화재청 관계자의 답변에 따라 이들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물품이 향후 국가 문화재로 등록될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 의견서 제출을 주도한 국회 김광진 의원실, 또는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에서 기존 반대 입장을 철회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고 기간이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문화재 등록을 결정하도록 규정된 관련법 시행 규칙에 따라 올해 말까지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현 안건이 문화재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친일파 물품 '문화재 등록 배제 법안' 제출, 역사적 단죄 중단될 수 없어

고백하자면, 해방 이후 독립운동 세력이 친일 기득권 세력에게 항상 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역시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물품이 끝내 국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최근 국방부 등 일부 국가기관에서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영웅 만들기'에 편승하여 관련 물품이 국가 문화재로 등록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하고 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국회와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이러한 움직임을 보도해준 많은 언론 그리고 그 덕분에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보내준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 이들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물품이 국가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을 '사실상' 막을 수 있었습니다. 6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를 얻은 것입니다.

이제 2013년 오늘, '대한민국에서 친일파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이 국민의 뜻이 준엄하게 지켜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물품이 대한민국의 문화재로 대대손손 이어지는 불행은 안 됩니다. 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친일파의 의복과 유물'로 채워진다면 이 나라에서 역사 정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민족의 이름으로 친일의 잘못은 단죄되어야 하며 그 단죄는 반성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편,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논란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회 김광진 의원실에서는 '문화재 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빠른 시일내에 국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시는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물품이 '문화재로 등록 되니, 마니 하는'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자 친일 행위자의 물품을 문화재 등록에서 배제하도록 법안을 개정하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유산 헌장'의 내용처럼 '우리 겨레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물이자 인류 문화의 자산'인 대한민국 문화유산이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부끄러운 이름으로 흠집나지 않도록 후손된 도리로 지킬 것입니다.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6일 문화재청에 제출한 '문화재청 친일 반민족행위자 문화재 등록 반대 의견서'에 서명한 야당 국회의원은 모두 14명으로 김광진, 배재정, 한정애, 최민희, 홍의락, 한명숙, 정성호, 부좌현, 이원욱, 이학영, 김기준, 윤관석, 박지원, 김재연 국회의원입니다.



태그:#문화재청, #김광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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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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