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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보관되면 아무리 오래된 아이스크림도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꺼림칙하기만 하다.
 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보관되면 아무리 오래된 아이스크림도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꺼림칙하기만 하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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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6개월, 1년….

9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이 생각하는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이다. 김아무개(29)씨는 "아이스크림을 살 때 유통기한을 의식하지 않지만, 생산한 지 1년이 넘은 아이스크림은 먹기 꺼림칙할 것 같다"면서 "상식적으로 유통기한이 1년 가량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은 1개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진실을 전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시민은 "배탈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라면서도 "찝찝하다"고 전했다. 그는 막 포장을 벗긴 아이스크림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기자가 관리 부실로 인한 아이스크림 변질과 식중독 가능성을 언급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보관되는 아이스크림은 변질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세균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시중 아이스크림을 대상으로 세균검사를 한 결과 8개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 검출됐다. 롯데제과·롯데삼강·빙그레·해태제과 등은 해당 제조일자 아이스크림을 모두 수거했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소비자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련 상담건수는 2011년 357건, 2012년 309건, 2013년 254건(현재까지)으로 매년 3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대학병원 응급실 등에서 취합한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의 소비자 피해도 매년 100여건에 이른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이 마련되면 더욱 안전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표시 의무화 법안을 국회에 냈다.

'세균 아이스크림'을 피하는 방법은?

김광진 의원은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표시 의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 유통기한 표시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에 따르면, 빙과류는 설탕·식용얼음·일부 주류 등과 함께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빙과류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멸균처리를 하고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상태에서 제조·유통·관리되면 변질될 우려가 없다는 게 이유다. 아이스크림은 당초 제조연월 표시조차 없었지만, 변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2009년 1월부터 제조연월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18도 이하의 냉동상태에서 유통·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광진 의원실에 따르면, '냉동탑차'의 냉동고 온도는 영하 12도에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매점 아이스크림 냉장고 온도는 –5도~0도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통·판매단계에서 온도가 부실해 아이스크림이 일부 해동되면, 변질로 인해 식중독균이 증식한다.

김광진 의원은 '식품 등의 표시 기준' 고시 상위법인 식품위생법에 '빙과류 제품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면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제품의 품질유지·안전성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아이스크림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표시제를 운용한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역시 아이스크림이 적정한 온도에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상미기간(최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가 안전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아이스크림 구입 시 유의사항이다.

포장지가 뜯기거나 훼손된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튜브형 제품의 경우 손으로 만져봐서 모양이 변하였거나 지나치게 딱딱한 상태라면 녹았다가 다시 얼려졌거나 오래된 제품일 수 있으므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도하게 할인해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표면에 성에가 낀 제품은 구입 시 제조일자 등을 확인하는 등 구매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업계 "만년설 먹어도 탈 안나"... 100년 된 아이스크림도 괜찮다?

하지만 업계는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의무화 법안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보관이 잘 된다면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한 아이스크림 생산 업체 관계자는 "산에 수만 년동안 쌓여있었던 눈인 만년설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0년 된 아이스크림도 괜찮은 것이냐"는 시민 불만에 대한 답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아이스크림 변질은 유통기한 유무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빙과는 특성상 상온에 노출되면 1시간 만에 제품 형질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대형마트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소비자가 아이스크림 냉장고 문을 닫지 않거나 정전이 일어날 경우 형질이 변한다, 제조사 책임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비용 부담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온도에서 유통·보관된 아이스크림은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처분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원에서는 이러한 아이스크림 업계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하정철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장은 "유통기한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온도 관리 등 품질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유통기한 제도가 도입되면 공급받은 제품을 모두 판 뒤에 그 뒤에 들어오는 제품을 순서대로 파는 '선납선출'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세균 아이스크림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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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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