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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23일 오후 6시 50분]

정부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늘리는 한편 기업이 내는 법인세 부담과 상속·증여세는 완화하는 중장기 조세방향을 내놨다. 사실상 부자감세·서민증세를 동시에 하는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조세연구원은 23일 오후 4시 서울 가락동 조세연구원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특히 그간 세원 마련 부분에서 '부자 증세' 논란을 일으켰던 소득세 누진도 강화에 대해서는 "정책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으며, 성장잠재력 저해 효과도 크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공청회는 향후 임기 5년간 135조 원 가량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한 박근혜 정부가 조세정책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내달 초 중장기 조세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세구조 짜야"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한 설명에 앞서 사회 구조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9.52%인 복지지출 규모가 2050년에는 21.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추가 세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조세재정연구원은 ▲ 부가가치세 세율인상 검토 및 과세범위 확대 ▲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품목 조정 ▲ 근로소득세 면제자 축소 ▲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 ▲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 상속·증여세 완화 ▲ 종합부동산세 지방세 전환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안 연구위원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편이긴 하지만 통일에 대비해서 재원조달 여력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면서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세구조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은 더 걷으면서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부자를 배려하는 세제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이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 세율이 오르게 되면 서민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소득에 비해 현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반면 상속·증여세 완화나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등은 자산이 많은 이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기업사회 내의 양극화도 극명해질 전망이다. 현행 법인세 제도는 과표구간을 3개로 나누고,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에서 11%의 세율을, 2억~200억 원 구간에서 20%의 세율, 200억 원 초과 구간에서는 22%의 세율을 받고 있다. 이를 하나로 단순화 시키면서 현재 세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 정도의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 졸지에 11%씩 법인세를 납부하던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들은 '세금 폭탄'을 맞는 셈이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면 지자체별 양극화 심화가 예상된다. 종합부동산세는 원래 국세로 걷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됐다. 현재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이 세목을 지방세로 전환하게 되면 그동안 국세 혜택을 받던 지방 지자체 입장에서는 상당수의 세금이 증발하는 셈이다. 반면 수도권 지자체들은 세금 수입이 늘게 된다.

"조세부담률 수준 정확히 제시 안 해... '뜬구름 잡나'"

안 연구윈의 주제발표 이후 벌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이미 세원이 빠른 속도로 감소 중"이라면서 면세 범위 축소와 세율 인상과 관련해 빠른 대처를 강조했다. 그는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는 상당히 완화하거나 폐지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의영 군산대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방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료를 보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상대적 빈곤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여태껏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대통합 등 국정기조를 통해 국민들에게 그 두 가지를 모두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이날 제시된 조세연구원의 제안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세목별로 좀 더 상세한 내용과 '숫자'들이 들어가야 국민들이 이해하고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부가가치세 조정에 앞서 개인소득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개인소득세는 세율을 올리고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금융소득세 실효부담 높이는 부분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부가가치세는 통일 시점에 맞춰서 2~3% 높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제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장 논설위원은 "내 세금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세부담률 수준 같은 게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아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이런 구멍들도 과연 지하경제 양성화, 공평과세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조세연구원, #중장기 조세방향, #박근혜, #부가가치세, #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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