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난 애초부터 달리기가 싫었던 사람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래 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운동장 한 바퀴 뛰는 것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나이기에 달리기는 죽도록 싫은 중에 하나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근성있게, 끈질기게, 오래도록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똑같은 일도 20~30년 하면 경지에 오르지 않는가. 정말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는 것, 그 자체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체력적으로도 지구력이 달리고 근력도 형편없다보니 지적인 작업이 필요할 때조차 지구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는다. 이거하다 딴거하다 텔레비전 보다 음악 틀다 인터넷에 빠지기 일쑤다. 주의 집중이 높지 않고 한 번에 끝까지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나의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 그것

글쓰기는 게으른 나의 태도를 바꿔버린 즐거움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몇시간이고 집중하지만, 다른일을 하게 되면 금새 산만해져 버린다.
▲ 최근 몇년간 사 모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 열 권이 넘었다. 글쓰기는 게으른 나의 태도를 바꿔버린 즐거움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몇시간이고 집중하지만, 다른일을 하게 되면 금새 산만해져 버린다.
ⓒ 윤현민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이런 나를 바꾼 것은 글쓰기다. 최근 1-2년 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을 하나씩 사서 읽다보니 줄잡아 열 권 정도 됐다. 이렇게 많았었나 싶고 나에게 도움이 됐나 싶은데 그나마 콩나물 시루에 물붓듯 조금씩 나에게 양분을 준 것 같다.

책을 읽기만 할 뿐 쓴 적이 별로 없다고 느끼던 어느날, 나는 이미 페이스북에 습작처럼 길다란 글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페북 친구들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주는 등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문맥도 안 맞고 비문도 많고 앞뒤 주장이 약간 틀어지거나 애매모호한 글이었지만 '나도 뭔가 부끄럽거나 간질거리지 않는 진지한 글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만약 이 글쓰기 프로젝트가 의무적이었다면? 나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절대 절대로! 왜냐면 나는 지금 새벽 세 시가 가까운 이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싶어서' 쓰고 있으니까. 그것도 오타 무진장 많이 생기는 아이폰으로! 단어 틀린 거 수십 번 지워가며 쓰는 이 즐거움이란. 매일매일 일정 분량으로 글을 써야 했다면 의무감으로 열심히 했을 수도 있으나 '의무감'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글에서 느껴졌을 것이다. 왜  난 갑자기 글 쓰기를 하게 된 걸까. 10년 전엔 절대 즐겁지 않았던 글쓰기가 이젠 즐거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아이템으로 시작된 사업

지금까지 5년간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나에게 '재미'였다. 사이트를 제작하는 것,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 기타 치는 것, 기타 실력이 느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었고 사업이었다. 이제는 글 쓰기가 새로운 재미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다행히도 이 모든 즐거움이 사업 아이템의 기반이 되었다.

사업 초창기때만 해도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웹사이트를 이용한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공동구매를 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은 나도 몰랐으므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수익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 진지했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이걸 통해서 뭔가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이걸 기반으로해서 내 첫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고 업무의 무게감도 생겼지만 모든 일이 재밌고 흥미롭고 언제나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 지난 5년간 일하는 즐거움이 나를 떠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하면서도 놓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계속적인 탐색이었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남들보다 나은 건 뭘까'였다. 그래서 5년간 조금씩 갈고 닦으며 나의 즐거움을 전문적 영역까지 올려놓기 위해 노력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렇지만 그 수고가 수고로 느껴지지 않았다.

'일을 즐긴다'는 말의 올바른 이해

이곳 저곳 창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는 말인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다. 왜냐면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엔 이런 정서가 많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럼 생각해보자. '즐기는 사람'이란 말 그대로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즐긴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일을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즉 '즐긴다=논다'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을 일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그 무엇인가를 우리는 꼭 찾아야 한다. 사업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일을 놓을 수 없을 지경인 사람들, 야근을 하고 밤을 새도 너무 기쁘고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가는 성취감에 한 시간을 자고 출근해도 기뻐하는 사람들. 이들은 지금 일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당신이 찾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어야 한다.

닭 튀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닭을 튀길 때 가장 행복하고 남들이 먹는 모습이 너무 좋다. 닭을 튀김옷에 입혀 기름 속에 넣을 때 자글자글한 기름 튀기는 소리까지도 좋다. 그래서 매일 닭을 튀기고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그럴듯 한데?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사람의 성공은 즐기는 것과 사실 별 관계가 없다.

만약 장사가 안 된다면 어떨까. 하루종일 한 마리도 판매가 안 된다면 그래도 이 사람은 즐길 수 있을까. 튀기는 일 말고도 관여해야 할 일, 점검해야 할 일, 세무, 회계, 원재료 수급등의 다양한 업무들 틈에서 닭 튀기는것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일을 좋아하고 행복해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전혀 모르거나 둔하다면, 이 사람은 이 일로 성공하기가 힘들다. 그냥 사업 소재를 좋아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일을 즐긴다하여 그 결과가 언제나 성공은 아니다. 만약 재미만 있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사업으로 연결이 될 수 없다면) 이것은 그냥 취미로 남겨두는 것이 더 좋다. 술 마시기 좋아한다하여 술집을 차리거나 게임 좋아한다고 PC방 오픈하는 것과 비슷한데, 깊은 생각 없이 창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의 경우 운이 좋아 지금까지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지만 즐기는 일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즐거운 노력'을 하는 중이다.

어떤 것이 여러분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태도를180도 바꿔버리는 즐길 줄 아는 일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을 일생일대의 전환점으로 만들 놀라운 계기가 될 것이다.


태그:#사업아이템, #창업아이템, #사업 소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