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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이하 한복조합)이 지난 2009년 선보인 '겨비'란 이름의 공등브랜드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복조합은 겨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품에 걸맞는 다양한 장신구를 개발해왔으며, 마침내 본격적인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겨비는 한복의 전통미에다 양장의 현대미를 가미해 만든 독특한 제품으로서 지난 5년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매출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동브랜드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한복조합의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았다.

사진(원혜은)=겨비 탄생의 산파역을 담당한 원 이사장
 사진(원혜은)=겨비 탄생의 산파역을 담당한 원 이사장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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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산업적 가치 조금씩 사라져

겨비란 브랜드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복조합은 숱한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바로 '한복은 불편하고 사치품'이라는 일반의 그릇된 시각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지난 15일 원혜은 한복조합 이사장을 찾아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게된 배경에 대해 들었다.

원혜은 한복조합 이사장은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을 정점으로 한복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고유 전통임에도 그저 불편하고 비싸다라는 이유만으로 왜곡된, 한복문화를 바로세우기 위해 지난 2006년 한복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원 이사장은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한복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는 업종으로 인식되어 졌다"며 "사회적으로도 전통문화에 대한 재발견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한복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됐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88올림픽 이후 내리막길

한복조합에 따르면 한복이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1988년의 총매출액과 비교해본다면, 현재는 약 40~45%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원 이사장은 "과거에는 집안에 경사가 있을 경우, 하객들이 한복을 입고 참석하는 것을 최고의 예의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며 "이제는 최고의 명절인 설이나 추석에도 한복 입은 사람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젊은 세대들은 명절 전에 부모님을 먼저 찾아뵙고, 정작 설날과 추석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세태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복산업의 주된 매출은 혼수였지만 지금은 예단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한복이 예식에서 완전히 사라지거나 국적불명의 옷들이 폐백실을 지키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들에는 지난 2000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한 웨딩컨설팅업체들의 과밀경쟁이 한몫을 했다. 특히 이들은 저가의 예식비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한복과 폐백절차를 아예 없애버리기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한복이 비싸다"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부화뇌동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대여한복점이 한복산업을 저해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한복조합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복조합의 한 관계자도 "서로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한복대여점이 우리들의 목을 쬐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며 "이제는 업계 스스로가 자성하고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겨비로 돌파구 마련

이처럼 한복산업이 넘어야 할 파고는 만만치 않았다. 사회적 인식개선도 문제였지만, 그 중에서 한복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젊은이들의 고정관념을 깨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복조합은 젊은이들의 그러한 생각에 도전장을 과감히 내밀었다. 바로 조합의 공동브랜드로 탄생시킨 겨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에 상표등록을 끝낸 겨비는 2009년 초 본 상품이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상품구색이 한정되다 보니 단독매장이 없었으며, 기존 생활한복 전문 브랜드인 돌실나이 매장과 전통 한복매장을 통해 런칭시켰다. 

"겨비 의상자체가 한복보다 양장에 더 가깝기 때문에 돌실나이 매장의 매출이 전통 한복매장보다 더 높습니다. 돌실나이 고객은 그런류(현대적 감각을 갖춘)의 옷을 구매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매장을 찾기에 겨비가 쉽게 눈에 띄지만, 전통한복 고객은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공동브랜드 겨비 탄생의 산파역을 한 원 이사장의 얘기다.

돌실나이는 전남 곡성의 석곡 마을에서 나는 최상의 특산품인 삼베의 이름을 뜻하는 것으로, 지난 1995년 설립 이래 일상 속 '우리옷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주춧돌 역할을 해온 브랜드다. 돌실나이도 현재 한복조합의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돌실나이와 협업

한복조합은 겨비가 출시되기까지 돌실나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디자인과 샘플 활용, 그리고 생산라인과 매장 활용 등 돌실나이가 없었다면 겨비가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 이사장은 "한복조합과 돌실나이의는 겨비가 본격 출시되기까지 협업 이상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비록 소상공인진흥원의 협업화사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협업화나 다름없는 일들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복조합은 2013년을 겨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장신구 등을 활용해 토털브랜드로서 겨비의 격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이 어렵고 수작업만 가능한 장신구는 한복조합의 교육기관인 '한국한복직업전문학교'를 통해 배출된 졸업생들로부터 제공받는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장신구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경우 겨비, 더 나아가 한복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조합은 내다보고 있다. 

137개 회원사 37개로 급감

겨비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한복조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회원사의 대거 이탈이다. 137개의 회원사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37개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지회가 빠져나가 독자적인 조합을 만들었으며, 여기엔 각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이 한몫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복조합에 따르면, 모 지자체의 관계자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지회를 찾아와 "서울까지 왜 가느냐, 탈퇴하고 조합을 만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복조합에서도 지난 2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 지역 조합을 산하로 둔 한복조합연합회 설립 가능성'을 중소기업중앙회에 타진했지만, 태생이 다르기 때문에 연합회 설립 불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복조합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준해 만들어진 단체이기 때문에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조합을 산하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복조합은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조합과의 상생방안을 지금도 모색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협업과는 또 다른, 실질적인 협업을 통해 겨비란 공동브랜드를 잉태시켰듯이, 한복산업의 살길은 뭉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한복조합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신문 28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원혜은 이사장, #생활한복, #겨비,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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