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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 기자 말

지난 12일 오후 3시 구로시오 수산시장만의 특별한 참치 해부쇼가 펼쳐졌다. 10분간의 쇼를 마친 직원이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게 참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구로시오 수산시장만의 특별한 참치 해부쇼가 펼쳐졌다. 10분간의 쇼를 마친 직원이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게 참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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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 JR 열차로 4시간 30분.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의 구로시오시장에선 매일 하루 3번 참치(마구로) 해체쇼가 펼쳐진다. 오전 11시와 낮 12시 30분, 오후 3시가 되면 시장 입구 참치 해체쇼 무대 아래는 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12일 찾은 구로시오시장은 주말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쇼가 시작되는 오후 3시가 가까워오자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이곳 시라하마는 일본 3대 온천지역 중 하나로 연중 온난한 날씨 탓에 예로부터 매실로 유명하다. 19년 전 로얄바인즈주식회사가 이곳에 1만3000m² 규모의 실내 수산시장인 구로시오시장과 유원지, 호텔, 마리나요트, 온천, 낚시공원을 차례로 짓고 인구 5만 5천여명이 거주하는 시라하마를 전체 관광지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본 내에도 구로시오시장과 같이 참치 해체쇼가 진행되는 곳은 많지만 구로시오시장처럼 해체쇼를 상설·정례화 해 이를 관광상품화 한 곳은 드물다. 참치 해부쇼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이를 보려 몰려든 구름관광객들도 덩달아 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시장은 참치 전문 수산시장으로 탈바꿈했고, 매출증대에도 영향을 주기에 이르렀다.

특이한 것은 이 거대한 수산시장 내에 근무하는 상인들이 모두 로얄바인즈주식회사의 직원들이라는 사실이다. 100~150여명에 달하는 정직원들은 각자 전담 코너에서 할당받은 수산물과 건어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수산물들은 족히 100여종. 계절별로 판매되는 생선들을 제외하면 지역 특산품인 매실과 참치를 전면으로 내세운 지역 특화시장인 셈이다.

참치 해체쇼는 직원 5명이 각자 시간대를 달리해 쇼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취재진이 시장을 찾은 낮 12시 45분에 쇼장을 지켰던 직원과는 다른 직원이 오후 3시 참치 해체쇼를 선보였다. 낮 12시 30분 참치 해체쇼에는 50kg이 넘는 참치가 해체됐는데 오후 3시 쇼에는 30kg의 비교적 작은 참치가 올랐다.

직원은 참치를 해체하며 각 부위별 설명도 곁들인다. 머리부터 시작해 모두 5등분으로 나뉜 참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판매된다. 사람들은 10여분에 걸친 참치쇼가 끝난 뒤 무대 바로 뒤 매장에 들러 갓 해체된 참치를 부위별로 골라 사간다. 참치 해체쇼는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닌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싱싱한 참치를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참치 해체쇼는 연간 180만명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로얄바인즈주식회사 기획성정부 광보성전과 야마지 아키히로 과장은 "처음 시장이 문을 열 때부터 참치 해체쇼를 하게 됐고 이로 인해 시장은 1994년 신설 이래 아직까지 큰 어려움 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지 과장은 "참치 해체쇼가 없는 구로시오시장은 생각할 수 없다"며 "좋은 참치를 타시장보다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시장 내 경영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해체쇼에 사용되는 참치는 아침에 바다에서 올린 싱싱한 생참치만을 취급하고 있다.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에 위치한 구로시오시장 내부 모습.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에 위치한 구로시오시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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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지 과장이 밝힌 구로시오 수산시장만의 최대 자부심은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고정적으로 참치 해체쇼를 벌인다는 것과 가격경쟁력에 있었다. 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느끼게 되는 일본 고유의 상점가 분위기도 이 시장만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50~60년 전 일본상점가 분위기를 의식적으로 표현해 나이든 고객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 분위기도 살짝 난다.

또 일본 전 지역 택배서비스와 하루 6번 카이난역에서 시장으로 오는 무료셔틀버스 운행도 관광객과 주민들을 배려하는 이곳 시장만의 특별서비스. 구로시오시장의 손님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오사카, 교토, 효고, 나라지역이 속한 간사이 지방 주민들이 전체 손님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단체버스 위주로 손님들을 받다보니 시장 내 바다가 보이는 해상야외식당의 바비큐도 시장의 명물. 이곳 바비큐 야외식당에서는 바비큐뿐만이 아니라 갓 구입한 수산물도 함께 구워 먹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시장은 참치 외에도 이곳 특산품인 매실장아찌(우메보시)와 해산물덮밥이 유명하다. 해산물덮밥은 오징어 안에 밥을 넣어 찐 형태나 종류별로 생선을 위에 얹은 밥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수산시장 옆에는 로얄바인즈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와카야마현 최대의 어드벤처월드 야생 사파리와 수족관, 놀이기구, 농산물시장, 요트장, 호텔, 온천이 밀집돼 있다. 다만 호텔과 마리나요트, 온천만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본 전 지역서 최고 상품이 몰리는 구로시오시장. 이곳만의 가격경쟁력과 직원(상인)들의 친절마인드, 철저한 상품관리가 손님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다.

노인층을 배려한 시장도 있다. 일본 도쿄의 남동쪽에 위치한 시나가와구 나카노부시장. 주민 절반이 50대 이상인 점에 착안해 자원봉사자 200여명을 채용해 시장을 찾는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구 갈기, 미닫이문 수리, 시장방문 시 교통편 제공, 부축 등이다. 나카노부시장이 주목을 받은 건 노인고객층을 겨냥한 서비스와 상품개발, 지역축제 연계 무료주차서비스 등에 있다.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카노산모르시장 한쪽에서 오키나와 전통무예 공연이 한창이다. 나카노산모르시장과 브로드웨이시장이 연결된 내부 모습, 나카노산모르시장 입구, 브로드웨이시장 내부, 쓰가모시장의 명물 '징동야'의 거리행진 모습.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카노산모르시장 한쪽에서 오키나와 전통무예 공연이 한창이다. 나카노산모르시장과 브로드웨이시장이 연결된 내부 모습, 나카노산모르시장 입구, 브로드웨이시장 내부, 쓰가모시장의 명물 '징동야'의 거리행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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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지역밀착형 서비스인 이른바 개인비서(컨시어지)서비스를 개발해 시간당 800엔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50세 이상이면 이용가능하며 전통시장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데 한몫했다. 개인비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돈 대신 시장상품권을 수당으로 지급해 돈과 서비스가 시장 내에서 돌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으로 시장은 지난 2006년 일본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전국 모범시장으로 선정됐다.

상점에는 시장을 찾은 노인들이 차나 빵을 먹으며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노인들이 다녀가기 편리한 시장으로 정형화했다. 길이 330m 골목에 120개의 점포가 모인 이 시장에선 각 점포별로 특색 있는 상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식사량이 적은 노인들을 겨냥해 전복 다섯 조각, 고등어회 열 조각, 단새우 7개, 쇠고기감자조림 한줌 등을 소량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 중간 중간 노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가격표를 타 시장과 비교해 2배 이상 크게 적어놓고 장사한다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이밖에도 생선가게는 매주 목요일 빙어 튀김과 같은 요일별 반찬을 특화상품으로 개발해 연중 정기할인 행사 등도 펼치고 있다. 종이로 만든 대형 인형 등불 축제 네부타축제 등과 연계한 방문객 전용 공동주차장 확보도 시장만의 강점.

'노인들의 하라주쿠'라 불리는 도쿄의 쓰가모시장도 이러한 노인들의 쉼터가 도로 곳곳에서 눈에 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13일에는 오는 21일 일본의 참선거를 앞두고 탈원전 운동가로 변신한 일본 배우 야마모토 다로(38)의 선거유세가 한창이었다. 쓰가모시장의 특징은 일단 노인들을 겨냥한 노인 옷 전문상가가 많다는 것과 각 지역특산품 전문매장이 많다는 것이다. 또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발안마기 무료체험센터(하쿠류생과학연구소)와 쓰가모지역문화창조관(문화센터), 도미빵(붕어빵)판매장, 오차전문다방, 비석전시장, 고리(얼음덩어리: 더운 여름 행인들이 얼음을 만지고 갈 수 있도록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쓰가모는 도게누끼지조라는 사당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시장이다. 도게누끼지조라는 절 이름을 직역하면 '가시를 빼낸다'는 말이지만 '마음에 있는 가시(아픔, 절망, 괴로움 등)를 뺀다'는 의미로 노인들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이 절을 찾는다. 절은 쓰가모시장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몸에 향냄새를 담고 절에 들어가 기도를 올린다.

이곳을 지나면 시가현에서 올라온 농산품전문점인 오미노(시가현)야카타(광)가 눈에 띈다. 적어도 500~600명의 고객들이 매일 이곳에 들러 시가현 특산품을 구입하고 시가현에 대한 홍보를 듣는다. 또 우리나라 오일장과 같은 4일, 14일, 24일이면 평균 1000여명의 관광객들이 이 시장을 찾는다고.

나카노산모르상점가 사무국장.
 나카노산모르상점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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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엔 '징동야'라는 이벤트단이 북을 치며 시장 내 경품행사 소식을 알렸다. 징동야는 '징' 징소리와 북의 '동' 동소리에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야'를 붙인 합성어로 일본의 전통 이벤트 모습이다. 아직도 쓰가모는 희귀한 징동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전통시장으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과 연계한 이벤트와 인근 상가와 연계해 시너지를 얻고 있는 나카노산모르상점가도 도쿄 내 최고의 시장이다. 이곳은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쇠퇴기를 걸었지만 인근 나카노브로드웨이시장과 함께 번성하고 있다. 또 매년 인근 15개 중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시장 천장에 매달아 전시하면서 시장과 지역주민과의 교류의 폭을 확대했다. 지난 4월15일~ 5월 15일까지, 오쥬마나카노중학교, 명백(매이다이)나카노중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나카노산모르상점가 사무국장은 "이쪽은 세계 최고의 유동인구를 자랑하고 있는 신주쿠역 인근에 자리해 사람이 많은데다 역에서 내리면 시장 입구까지 신호 없이 고객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점에서 다른 시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소 평범한(나카노산모르) 시장과 함께 게임, DVD, 도서 등 젊은층들을 수용할 수 있는 특색시장(브로드웨이)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야마모토 다로(38)의 일본 참선거 거리유세 현장, 쓰가모시장에서 옷을 고르는 노인들.
 배우 야마모토 다로(38)의 일본 참선거 거리유세 현장, 쓰가모시장에서 옷을 고르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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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시장, #태안미래신문, #기획취재, #구로시오시장, #쓰가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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