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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소를 살펴 본 우리들은 인근 동점동에 위치한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2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 박물관은 고생대를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으로 경상도에서 태백으로 진입하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학습과 체험을 위해 찾고 있는 곳이다.
 
박물관 내부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박물관 내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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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 박물관 내부는 이미 박제된 기념물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일 뿐이다. 그러나 외부는 실재로 지금도 살아있는 고생태 지층으로 자연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야외전시장이다.

고생대 퇴적침식지형과 삼엽충·완족류 등 다양한 산출을 보이는 직운산층 등이 산재해 있어 그야말로 살아 있는 현장체험 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전시물의 선캄브리아기 20%, 고생대 60%, 중·신생대 20%로 구성돼 있다.
 
공룡의 뼈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공룡의 뼈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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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한 당일에는 '생물의 독(毒)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동물·식물·미생물의 몸속에서 생성되는 독과 산·들·바다에서 자라는 독을 품은 생물, 독을 이용한 의약품의 개발 등 독의 효능과 기능을 공부하는 멋진 학습전시였다.
 
생물의 독 특별전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생물의 독 특별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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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전부 둘러 본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 황지동에 위치한 '송이닭갈비'집으로 이동하여 태백의 명물 중에 하나인 '물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춘천 닭갈비는 통상 채소와 닭고기를 볶아서 먹는 형식인데, 태백은 독특하게도 채소와 닭고기에 육수를 부은 다음 당면·라면사리·고구마·떡·냉이를 넣어서 전골처럼 끓여먹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약간의 나물과 밥을 볶아서 먹는 맛도 남다르다. 태백시에서는 지역 특산품으로 상표등록을 하고 싶기는 한데, 현재 태백에 닭을 잡는 도계장이 없는 관계로 상표등록이 쉽지 않다고 한다. 상표등록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생산된 닭을 현지에서 잡고, 현지에서 생산된 푸성귀 등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라는 조건이 있는가 보다.

태백 닭갈비, 참 특이하네
 
물 닭갈비
▲ 태백시 물 닭갈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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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백에서도 3대째 물 닭갈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송이닭갈비'집에서 3대를 잇고 있는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깨끗하고 깔끔한 맛의 물 닭갈비를 맛있게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태백에서는 감자 수제비·곤드래 밥(산채 비빔밥)·물 닭갈비가 최고의 음식인 것 같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삼수령(三水嶺)'을 넘어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儉龍沼)'로 행했다. 삼수령을 넘기 전까지는 사실 나는 왜, 태백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모두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삼수령을 넘으면서 지도를 살펴보니 태백시의 대부분은 사실 백두대간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북쪽의 일부인 삼수동 지역만 백두대간을 넘어서 한강수계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동일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태백은 백두대간을 중심에 두고 구분하는 현재의 영서·영동의 구별법으로 보자면 영동이 아니라 영남지방이다. 지도를 보니 태백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영남지방으로 낙동강 수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쪽의 삼수동 지역만 백두대간을 넘어서 한강 수계에 위치하고 있어 영서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물푸레 나무
▲ 검룡소 가는 길 물푸레 나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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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태백에서 한강과 낙동강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 해설사는 "백두대간 선상에 있는 삼수령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북쪽에 내리는 비는 한강으로 흘러가고, 남쪽에 내리는 비는 낙동강으로, 동쪽에 내리는 비는 오십천으로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삼수령은 천의봉과 덕항산을 잇는 고개로 삼척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理想鄕)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기 때문에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고도 한다.

정상에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삼수정이라는 정자각과 조형물이 있고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해발 고도 920m 정도 되는 곳이라, '푄 현상'으로 눈비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실재로 삼수령에 올라 물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강과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물길뿐이다. 오십천으로 가는 물길은 수맥으로 흘러 삼척에서 가서야 물길을 드러낸다.

삼수령을 넘으면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단지와 풍력발전단지, 귀네미골의 배추단지와 풍력발전단지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귀네미골에서는 동해바다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검룡소 안내석
▲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안내석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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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타고 금대봉 아래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3호인 검룡소로 행한다. 사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의 발원지는 '오대산 우통수'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부터 몇 차례의 실측 결과 오대산보다 30km 이상 멀리 자리 잡고 있는 검룡소가 지난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됐다.

금대봉의 왼쪽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검룡소는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한강의 발원지
▲ 검룡소 가는 길 한강의 발원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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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봉 기슭에 있는 작은 샘들인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둘레 약 20m이고, 깊이는 알 수 없으며 사계절 9℃의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냉천(冷泉)으로 하루 2,000~3,000 톤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 폭포를 이루며 쏟아진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태백시
▲ 검룡소 안내문 태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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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 때문에 깊이 1∼1.5m, 너비 1∼2m, 길이 20m 이상의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폭포를 이루며 패여 있어 마치 용틀임을 하는 것처럼 보여 신기감이 더하다. 소의 이름은 물이 솟아 나오는 굴속에 검룡이 살고 있다 해서 붙여졌다.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충주·여주로 흘러 경기도 양수리에서 한강에 흘러든 뒤 서울을 거쳐서 김포에서 임진강과 마지막으로 만난 뒤 서해로 들어간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다
▲ 검룡소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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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봉 일대는 환경부가 정한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국내 최고의 야생화 단지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간직한 들꽃들을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탐방객들이 희귀 동식물을 보기 위해 많이 오는 곳이다.

아울러 이곳은 물놀이나 취사·야영 등이 금지돼 있다. 매년 8월 첫째 주 일요일에 태백문화원 주최로 한강대제가 열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우리들은 왕복 5km 정도 되는 물길을 따라 올랐다.

신 해설사는 산책로를 오르면서 계속해서 나무와 풀·꽃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검룡소와 한강의 물줄기에 대한 개략적인 해설도 해줬다. 물푸레나무·돌배나무·박달나무·산뽕나무·자작나무·굴참나무 등 이름만 알지 실제로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던 나무의 구별법은 무척 재미가 있었다.

약초와 풀 등도 설명을 해줬는데,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검룡소를 오르면서 "자연학습과 산책로로 이 길을 더 멋지게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신 해설사는 "이곳에서부터 황지까지를 연결하는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 답사 코스는 거의 길 개척이 완료됐다"고 했다. 언제 한 번 날을 잡아 이곳을 걸어봐야겠다.

폭포물이 시작된다
▲ 검룡소 폭포물이 시작된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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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길을 오르니 검룡소가 보인다.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바람이 막 불어올 것처럼 깨끗하고 청량감이 넘치는 맑은 물이다. 주변의 녹색과 어우러진 풍광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한강의 시작점이구나! 잠시 기도를 한 다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제까지 본 것과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시작과 출발을 알리는 작지만 장대함으로 끝나는 한강의 발원지에서 숙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기쁘고 감격적이었다. 부모님이 주신 건강한 두 다리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어 무척 행복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돌아 주차장으로 왔다. 비가 조심씩 오고 다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이제 서둘러 서울로 가자. 길은 멀지만, 그리고 행복한 이틀 동안의 태백여행이었다. 즐거웠다.

덧붙이는 글 | 2013년 6월 29일~30일 이틀에 거쳐 태백을 여행했습니다.



태그:#태백시 , #구문소, #검룡소 , #한강의 발원지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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