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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극우단체 '재특회'를 심층 취재한 <거리로 나온 넷우익>
 일본의 극우단체 '재특회'를 심층 취재한 <거리로 나온 넷우익>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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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여성, 외국인, 진보세력 등을 향해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재특회 회원들을 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왜 인종주의자로 돌변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1년 반 동안 집요하게 재특회를 추적한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특회의 집회 현장을 쫓아다니며 꼼꼼하게 기록했고, 재특회 간부와 회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연일 시위와 집회를 열고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인을 쫓아내라"고 외친다. 또 재특회는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 등은 좌익세력의 날조이며, 일본은 한반도의 인프라를 정비해 근대화를 도왔고 교육의 부흥에 힘썼다"고 주장하는 등 역사 왜곡을 일삼는다. 재일 한국인을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인)' '총코(한국인을 멸시하는 표현)'라 표현하고, 인종적 편견과 멸시가 담긴 말을 인터넷에서 악플을 다는 것처럼 쉽게 내뱉는다.

"조선인을 죽여라!"... 저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누구일까? 저자는 바로 "당신의 이웃"이라고 답한다.

"재특회와 그 관계자를 취재하다 보면 허탈한 일이 너무도 많다. 동영상과 인터넷만 보고 얼마나 나쁜 녀석인가 생각해 긴장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평범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저자의 의구심은 커져간다. 평범한 사람들이 왜 그토록 과격한 시위에 매료될까? 야스다는 재특회가 탄생한 배경에는 경제적인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이런 구절을 인용한다.

"나치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유대인과 정적에게서 빼앗은 일자리가 주어졌고, 나머지 사람들은 더 많은 빵을 얻지는 못했지만 '구경거리'를 얻었다. 이런 가학적인 구경거리, 그리고 나머지 인류에 대한 우월감을 주는 이념은 그들에게 감정적 만족감을 안겨주었고, 이 만족감은 그들의 삶이 경제적·문화적으로 빈곤해졌다는 사실을 적어도 당분간은 벌충해 줄 수 있었다."(320쪽)

빵을 얻지는 못했지만 '구경거리'를 얻은 사람들(320쪽),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 불평등에 분노하는 사람,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동지를 원하는 사람, 도피처를 원하는 사람, 돌아갈 장소가 없는 사람(356쪽). 재특회는 이런 사람들을 '구원'한다. 재특회 활동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유사 가족'이라고 할 만큼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

전체 노동자의 40%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현실, 폐업한 가게가 늘어선 황폐한 도시. 경기 침체로 고용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재특회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두려웠던 것이다. 착취의 실체인 권력과 자본에 저항하기엔 힘이 약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살자니 어딘지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런 모순과 긴장 속에서 사람들은 강한 자에 복종하면서 동시에 약자를 공격해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했다. 경제적 두려움을 혐오로 배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것이 야스다가 진단한 재특회의 '분노의 메커니즘'이다.

우리 사회가 낳은 '한국의 재특회'는 무엇일까?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무조건 칭송하면서, 여성과 전라도 지역을 향해 저열한 욕설과 조롱을 일삼는 '일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베 또한 우리 사회가 낳은 것이다.

'한국의 재특회' 일베... 그들은 우리가 낳았다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국가적인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불만이 종착점을 찾다 도착한 지평이 우연히 애국이라는 이름의 전장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는 모두 그곳으로 수렴된다. 그 분노의 선두에 달리는 것이 재특회라면, 그 밑에 펼쳐진 광대한 수맥이야말로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재특회는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낳은' 것이다." (317쪽)

약자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고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는 행동 따위는 미개하고 비겁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멸시의 마음, 약자를 배제하며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잔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재특회는 자신들에게 무언의 지지가 모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무리 재특회가 그로테스크해 보이더라도, 그들이 이 '사회의 일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세상의, 일부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증폭시키고, 더 큰 증오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369쪽)

우리 사회는 이주 노동자, 성 소수자, 장애인, 탈북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된 이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인터넷 어디서든 인종이나 여성, 지역,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담긴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별과 편견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이 학교에, 직장에, 거리에 그리고 바로 우리 안에 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후마니타스(2013)


태그:#거리로 나온 넷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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