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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가안보국의 유럽 연합 도청 파문을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터> .
ⓒ <허핑턴포스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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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유럽연합(EU)의 본부 건물을 도·감청하고 독일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수억 통 이상의 전화와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폭로가 이어져 이번 사태가 서방 동맹국들 간의 갈등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9일(이하 현지시각)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NSA의 비밀문건을 통해 "미국 NSA가 미국 내 EU 사무실은 물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도 대규모의 도·감청과 사이버 공격 등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슈피겔>은 30일 추가 폭로에서 "미국 국가안보국이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독일을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중국과 같은 분류인 3등급 목표로 분류해 매일 평균 2천만 건에서 6천만 건의 전화 통화와 천만 건 이상의 인터넷 데이터, 문자 메시지 등을 도청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폭로는 2010년에 작성되어 '일급기밀'로 분류된 NSA의 비밀문건이 스노든에 의해 <슈피겔>에 전달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에는 "NSA가 워싱턴DC의 EU 사무실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회의 내용을 감청하거나 전산망에 침투해 이메일과 내부 문서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또한, 이 문건에 의하면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건물에 대한 도청 역시 NSA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약 5년 전에 EU 이사회 본부 건물인 주스투스 립시우스 빌딩의 원격 관리 시스템에 침투하기 위한 전화 통화 시도가 있었으며 이러한 공격들이 NSA가 도·감청을 위해 벌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미국 NSA가 EU 본부 건물에 대한 도·감청과 독일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폭로되자 EU는 단호한 태도로 미국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역시 강력한 유감 표시와 함께 관련 사항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하는 등 미국과 관련 유럽 동맹국들 간의 국제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EU, "미국에 답변 요구"... 유럽의회 의장, "EU-미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

EU 집행위원회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워싱턴과 브뤼셀에 있는 미 당국과 즉시 접촉하고 어제 보도된 도청 의혹이 실린 언론 보도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당국은 보도된 내용이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 중이며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이번 보도에 깊은 우려와 충격을 받았다"며 "만약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EU와 미국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주장에 관해 미국 당국에 신속한 추가 정보와 완전한 해명(clarification)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자비네 로이토이서-슈나렌베르거 법무장관은 "언론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는 냉전 시대의 적대국들 간의 행위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우방인 미국이 유럽을 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고 밝혔다.

법무장관은 이어 "만일 EU 본부와 미국 주재 사무실에 대한 도청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지)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주장으로 (이번 행위가) 해명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독일 연방검찰은 이번 폭로와 관련해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이 독일 국내법을 위반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연방검찰은 이날 성명에서 정식 수사를 검토하기에 앞서 믿을만한 실체적 근거를 확보하려고 관련 주장과 보도를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프랑스의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도 이날 미 당국에 슈피겔 기사에 관한 해명을 요구했다며 "(이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런 간첩 활동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짓"이라고 밝혔다. 파비위스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언론 폭로로 제기된 정당한 우려에 대해 미국 당국이 가능한 한 빨리 답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공식 입장 표명 거부... 동맹국에 대한 사찰 폭로로 최대 위기 직면

한편,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30일, 미국이 EU 본부 건물 등을 도·감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정보 프로그램의 권한 없는 (unauthorized) 폭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이어 "그들(EU 회원국)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정보 파트너 국가들이며 따라서 이들 유럽 국가들은 우리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과 긴밀한 정보 관계를 갖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스노든 사태'가 급기야 미국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 국가들에 대한 도·감청 등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폭로로 이어지자 집권 2기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는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국내적으로는 무고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통화 내역 등 사생활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어 외부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이제는 동맹국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더욱 고립무원의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과 '테러 위협 제거'라는 명분으로 그동안의 도·감청 등 감시 활동의 폭로에 대해 회피할 명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맹국들에 대한 스파이 활동마저도 폭로되어 현 국면에서 미국 정부가 어떠한 주장을 내놔도 폭등하는 국내외적인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그:#유럽연합, #에드워드 스노든, #슈피겔, #스파이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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