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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의당 인천시당이 6월 월례강좌로 마련한 ‘진보 구청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지난 19일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본 이소헌 진보정의당 최고위원과 조택상 동구청장, 배진교 남동구청장.
 진보정의당 인천시당이 6월 월례강좌로 마련한 ‘진보 구청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지난 19일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본 이소헌 진보정의당 최고위원과 조택상 동구청장, 배진교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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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최초로 '진보구청장' 두 명이 탄생했다. 바로 인천에서다. 진보 구청장 탄생뿐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지방권력은 여당에서 야당으로 대부분 교체됐다. 그 힘은 야당들의 선거 연대였다.

수도권 인천에서 진보 구청장 선출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이들은 취임 이후 3년 동안 진보적 가치를 행정과 지역에서 싹틔우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사인천>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수도권 최초의 진보 구청장이라 불리는 배진교(44) 남동구청장과 조택상(54) 동구청장이 걸어온 3년을 살펴보고, 그들이 꽃피우고 싶은 진보의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주민생활에 접목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진보정의당 인천시당이 지난 19일 6월 월례강좌로 개최한 '진보 구청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지상 중계한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사회를 본 이소헌(부평구의회 의원)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했다.

상복 터진 남동구... "MB에게 상 받을 때 기분 묘했다"

배진교 남동구청장
 배진교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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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헌 :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을 받았네요. 저나 당원들도 몰랐네요?(방청석 웃음)
배진교 : "제가 공교롭게도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수도권 제일의 행복도시'를 표방한 남동구에서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다보니 상을 받았죠. 지방자치단체 244개 중 대상인데, 받는 순간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청중 웃음바다)

자신이 잘한 정책 세 가지를 소개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배 청장은 먼저 3년 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10개를 확충한 것을 꼽았다. 국공립어린이집 1곳을 개원하는 데 보통 20억 원~30억 원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 산하 자치구에서는 불가능해보인 사업을 한 것이다.

배 청장은 행복한 도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 키우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돈이 없다보니, 전국경제인연합에서 10억 원을 지원받아 어린이집을 개원하기도 했고, 전국 최초로 공동주택의 공공 시설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원했습니다. 민간 보육시설보다 신뢰도가 높다보니 부모들의 호응이 좋았습니다."

배 청장의 자랑이 과장된 건 아니었다. 남동구는 인천 최초로 3년 연속 기관 평가에서 최우상을 수상할 정도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3년 연속 매니페스트 관련 상을 수상했고, 고용·보육·일자리 창출·도시 브랜드 사업과 관련해 국무총리·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배 청장이 잘했다고 뽑은 두 번째 정책은 '아동 치과 주치의 사업'과 '만 12세 미만 아동 무상 필수예방접종'을 꼽았다.

"아동 치과 주치의를 실시하려니 현행법상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동구 관내 지역아동센터 45개소의 아동을 대상으로 치과 주치의 사업을 실시했죠. 아동 500여명이 이제 치과에 가서 무료로 검진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남동구 거주 12세 미만 아동은 국가 지정 필수예방접종을 보건소뿐 아니라 일반 병·의원에서 본인부담금 없이 접종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 청장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구청과 주민센터 밖으로 내친 사연과 대민 접촉도가 많은 부서에 속한 공무원을 우선 승진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보수 진영이나 민주당 구청장과 비교해서 우리(진보정의당)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먼저 공무원 서열을 파괴했죠. 기획과 예산, 인사 등을 총괄하는 총무국이 근무평가를 잘 받아 승진을 빨리하는데, 저는 일반시민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주민생활국을 제1국으로 올리고, 승진하고 싶으면 주민들을 많이 만나는 부서에 가게 했습니다. 또, 각종 복지예산이 늘어나지만 수혜자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세금을 내는 분들은 세금을 많이 낸다는 상반된 의사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복지 관련 공무원의 업무 하중이 높았지만, 관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7900세대)를 1년 동안 모두 방문하게 했습니다. 대신 행정직과 복지직이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업무 하중을 줄였죠. 동별로 복지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동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돕게 만들었어요. 그 힘으로 다음 달 4일 지역재단이 출범합니다. 이 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무담보·무이자 대출 사업 등을 할 계획입니다."

배 청장은 이러한 정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소수 정당의 젊은 구청장에 대한 색안경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것을 깨기 위해 공무원과 시민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취임 후 100일 정도는 거의 날마다 공무원과 주민과 술을 마셨습니다. 100일 정도 그렇게 하다 보니 뒷목이 뻐근하면서 하루는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각종 보훈단체 분들을 만나도 '청장님 위해 선거 운동해주겠다'고 격려를 받기도 합니다."(청중 웃음)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조택상 동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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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는 고령층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다. 수도국산 달동네나 인천의 대표적 쪽방촌인 괭이부리마을로 유명한 만석동이 동구에 있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고 운을 뗀 뒤 먼저 인천의 대표적 흉물이었던 송림지하보도를 바꾼 과정을 소개했다.

송림지하보도는 1988년 지하상가로 사업시행인가를 얻었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13년째 텅 비어 있었다. 조 청장은 발상을 전환해 이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 '동이네다랑채'를 설치했다. 아울러 북카페와 전시·공연장으로 탈바꿈 시켰다. 10년 넘게 방치된 우범지대가 생태·문화·휴식 공간인 '송림아뜨렛길'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일본 NHK 방송에서 이 식물공장을 소개하자, 국내 언론에서도 조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이 견학하러 왔다. 학생들뿐 아니라, 도봉구와 오산시 등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오고 있고, 적은 예산으로 도심을 재생할 수 있는 사례로 해외에도 소개되고 있다.

"처음에 이 사업을 하려고 하니 공무원도 반대했습니다. 예산 때문에 시의회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더니 '터무니없는 사업이다. 콩나물이나 심어라'고 예산을 삭감하더라고요. 동구의회도 반대했습니다. 처음엔 국내 언론도 외면했지만, NHK를 시작해 외국 언론이 관심을 보이자 국내 언론도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다들 자기가 한 사업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웃음)

옆에 앉아있던 배 청장이 "국내 단체장들이 구도심 재생 사업을 위해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데, 국내외 단체장들이 동구에 배우러 옵니다. 문제는 숙박시설이 없는 거죠(웃음)"고 추임새를 넣었다.

한상필 전 동구통장협의회 회장이 무대에 올라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한씨는 ‘송림아뜨렛길’에서 매주 토요일 재능 기부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
 한상필 전 동구통장협의회 회장이 무대에 올라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한씨는 ‘송림아뜨렛길’에서 매주 토요일 재능 기부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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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상필 전 동구통장협의회 회장이 색소폰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왔다. 한씨는 현재 '송림아뜨렛길'에서 매주 토요일 재능 기부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 한씨는 아뜨렛길에 매주 100여명씩 찾아오고 있다며, 그게 조 청장에게 고마워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동구에 이는 화수부두는 1950~1970년대 새우젓을 주로 거래해 명성을 얻었지만, 그 뒤 소래포구나 연안부두에 밀려 쇠락을 거듭했다. 조 청장은 이곳에 수산물 직매장과 유통센터를 만들었다. 그 후 신선한 생선과 새우젓 등을 사기 위해 평일 300여명, 주말 1000여명이 이곳을 찾아, 화수부두는 옛 명성을 찾고 있다.

조 청장은 이밖에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동네마다 작은도서관 개관 ▲현대제철 폐열 재활용으로 저소득층 지원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지역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저소득 소액 대출 사업 추진 등을 좋은 정책으로 뽑았다.

"그것이 우리가 말한 진보 아니냐?"

인천시 남동구는 지난 해 7월 15일 만수1동에서 주민참여예산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주민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했고, 남동구는 그에 맞춰 주민 예산을 지원했다.
 인천시 남동구는 지난 해 7월 15일 만수1동에서 주민참여예산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주민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했고, 남동구는 그에 맞춰 주민 예산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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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청장도 그동안 겪은 시련을 털어놓았다. 그는 만석·화수부두에 수산물직판장을 만들고, 동인천 북 광장을 정비하면서 주민들에게 '쇼맨십 구청장'이란 비아냥을 들은 사례를 소개했다.

인천시 사업으로 동인천 북 광장을 정비할 때 세입자 7명이 철거 반대 농성을 했는데, 조 청장은 세입자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해 이를 중재해 세입자들에게 임차상가를 얻게 해줬다. 이 과정에서 '쇼맨십 조택상'이라는, 입점 상인 400여명의 비난을 들은 것이다.

만석·화수부두 수산물직판장을 만들 때는 주차장 부지에 있는 한 집이 보상비를 더 달라고 해, 사업이 수개월 동안 착공되지 않았다. 이때 결단력 없는 구청장이란 비아냥도 들었다.

"주변에서 '밀어 붙여라. 결단력이 없냐?'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진보 구청장인 제가 만약 밀어붙이면, '노동자 구청장이 한 술 더 뜬다'고 할까봐, 노동형제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기다렸죠. 동인천 광장 주변 상인들이 400명에게 돌을 맞겠냐? 7명에게 맞겠냐고 선택을 강요하더라고요.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만날 소수만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입자 7명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400명에게 돌을 맞기로 했죠."

마지막으로 두 구청장은 "토크콘서트 이후 진보가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낫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남은 1년 진보의 가치를 골목골목에 싹 틔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림지하보도는 1988년 지하상가로 사업시행인가를 얻었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13년째 텅 비어 있었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발상을 전환해 이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 ‘동이네다랑채’를 설치했다.<사진 : 인천시 동구청>
 송림지하보도는 1988년 지하상가로 사업시행인가를 얻었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13년째 텅 비어 있었다. 조택상 동구청장은 발상을 전환해 이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 ‘동이네다랑채’를 설치했다.<사진 : 인천시 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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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배진교, #진보정의당, #조택상, #진보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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