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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전력수급난 심화, 발전기의 잦은 고장, 전기요금 인상 등 주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전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이에 17일부터 21일까지 5회에 걸쳐 ①전력수요 증가의 원인과 대책 ② 핵발전소 고장과 전력수급 ③ 전력난과 전력산업 민영화 ④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⑤ 에너지세제 개편과 전원믹스를 연재한다. - 기자 주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목적은 값싼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공급 위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하면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이 더 이상 값이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전력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기요금이 낮은 이유

국가별 전원별 발전비용 비교
 국가별 전원별 발전비용 비교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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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발전원가에 반영되지 않은 숨은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력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스 대비 원자력과 석탄의 발전비용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천연가스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국내 원자력과 석탄 발전비용은 과도하게 낮다.

2010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ECD 산하 핵에너지청(NEA)에서 주요 국가의 원자력발전 비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내 원자력발전의 비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MWh당 비용은 92.38달러, 미국 77.39달러, 일본 76.46달러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신형 경수로(APR-1400)의 경우 42.09달러에 불과하다. 중국(54.61달러)보다도 저렴하다.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

한국수력원자력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용이 결정되는 세부 항목과 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원자력발전 비용이 특별히 싼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hidden costs)' 보고서에서 사고 발생 위험 비용, 원전 해체 및 환경 복구 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분비용을 원전의 숨겨진 비용으로 지적했다.

사고 발생 위험 비용으로 한수원은 원자력손해배상책임보험과 원자력손해배상보상계약으로 각각 부지당 500억 원씩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는 일본의 35분의 1, 미국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 복구 및 비용이 최소 81조 원에서 121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다.

원전 1기당 해체 비용 추정치와 한국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일 분포
 원전 1기당 해체 비용 추정치와 한국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일 분포
ⓒ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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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원전 1기당 해체 비용을 약 4000억 원(2003년 말 기준 3251억 원)으로 추정하고 충당부채를 적립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는 1기당 해체비용을 9861억 원, 유럽감사원(ECA)은 1조 212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원전의 해체 비용이 다른 나라에 2분의 1 이상 낮게 추정돼 있어 실제 지출 시점에 재정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2024년 사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 시설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2년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사용후연료를 지하에 영구격리 처분하는 비용을 최소 185조 원으로 시산했다. 국내의 경우 원전이 23기인 점을 감안해 추정하면 72조 원이 필요한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소요되는 비용을 2003년 기준 23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 원전 비용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원전의 조기 노후화에 따른 비용(관련기사 참조 : 전력수급위기? '핵발전소'가 문제)이 있으며, 최근 원전 비리로 인한 손실을 들 수 있다. 원전 비리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액이 무려 2조7017억 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반영 못하는 에너지세제

에너지관련 세제의 구조 총괄
 에너지관련 세제의 구조 총괄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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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화력발전과 관련해서는 온실가스로 배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에너지 관련 조세에 통해 원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부탄, 프로판, LNG, 등유, 중유에는 개별소비세를 종량세로 과세하고 있다. 반면 유연탄은 발전 시 이산화탄소 등의 발생이 다른 연료에 비해 매우 많은 데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 외에는 다른 세금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 에너지 관련 세제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적비용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환경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사회환경적 비용은 GDP의 11.3%에 달하는 107조 원인 데 반해 에너지관련 세수는 GDP 대비 3.6%인 34조7000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숨겨진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전체적인 전력공급 구성이 왜곡돼 합리적인 전력정책에 지장을 주게 되고, 향후 숨겨진 비용이 한꺼번에 드러날 경우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들의 위험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탄소세와 핵연료세 도입 필요

숨겨진 비용들이 발전 원가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와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부과하는 핵연료세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그래야만 기후변화와 원자력발전 사고 위기를 넘어 안전하게 전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원믹스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숨겨진 비용이 반영된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보장하는 사회적이고 민주적인 측면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올해 말 수립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그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전기요금, #원자력발전, #석탄화력, #탄소세, #핵연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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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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