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 분)와 스팍(제커리 퀸토 분)으로 대변하는 감성주의자와 이성주의자의 상호 보완으로 말미암아 엔터프라이즈호의 임무를 완수하는 '버디 무비'의 우주 버전을 계승한다.

▲ 스타트렉 다크니스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 분)와 스팍(제커리 퀸토 분)으로 대변하는 감성주의자와 이성주의자의 상호 보완으로 말미암아 엔터프라이즈호의 임무를 완수하는 '버디 무비'의 우주 버전을 계승한다.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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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와 작품성은 고사하고 진부함이라는 쉰내만 푹푹 풍겨 영화 팬들에게 잊힐 법한 시리즈가 새로운 감독의 기획이라는 심폐소생술로 말미암아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배트맨 시리즈도 그렇거니와 이번에 언급할 스타트렉 시리즈도 떡밥의 제왕 J.J.에이브럼스가 아니었다면 새로운 시리즈가 이렇게 열띤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분명 J.J.에이브럼스는 노쇠한 스타트렉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을 선사한 신의 한 수임에 분명하다.

죽어가던 스타트렉 시리즈에 심폐소생기를 달아준 J.J.에이브럼스가 이번에 내놓은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리부트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다. 이전 편과 지금의 편을 관통하는 두 캐릭터, 제임스 커크(크리스 파인 분)와 스팍(제커리 퀸토 분)으로 대변하는 감성주의자와 이성주의자의 상호 보완으로 말미암아 엔터프라이즈호의 임무를 완수하는 '버디 무비'의 우주 버전을 계승한다.

새로운 악의 기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적

스타트렉 다크니스 외부 세력에 의해 악이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의해 자생적 테러 세력으로 돌변하는 <루퍼>의 레인메이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존 해리슨은 더 이상 영화 속의 가상적인 설정만은 아니다.

▲ 스타트렉 다크니스 외부 세력에 의해 악이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의해 자생적 테러 세력으로 돌변하는 <루퍼>의 레인메이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존 해리슨은 더 이상 영화 속의 가상적인 설정만은 아니다. ⓒ CJ 엔터테인먼트


이번 시리즈는 현실 속 테러를 SF로 반영하고 있다. 영화에서 스타플릿을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휘몰아가는 테러리스트는 전작처럼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스타플릿 내부의 최정예 요원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다.

외부의 테러리스트 조직이 스타플릿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플릿 출신 요원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한다는 건 요즘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테러와 등치를 이룬다.

미국에서는 압력솥으로 군중을 살상하고 영국에서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이 군인을 참수했다. 이도 모자라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병사가 커터칼로 목을 찔렸다. 이는 알 카에다 같은 외부 테러리스트 조직의 사주를 받고 일어난 사건들이 아니라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개인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영화 속 스타플릿 출신인 존 해리슨의 1인 테러와 등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나 더,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영화 <루퍼>를 살펴보자. 미래에서 날아온 조(브루스 윌리스 분)는 레인메이커 때문에 아내를 잃는다. 어린 레인메이커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미래의 아내가 목숨을 잃을 일이 없다고 판단한 조는 어린 레인메이커를 사냥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로 본다면 어린 존 코너를 제거해야 인간 반란군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다고 믿는 스카이넷의 입장이 <루퍼> 속 조의 입장과 맞물린다.

다시 <루퍼>로 돌아가자. 아직은 어린 아이에 불과한 레인메이커는 악에 물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어린 레인메이커가 악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이는 다름 아닌 미래에서 날아온 조다. 미래에서 날아온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에게 위협을 가하는 순간에 어린 레인메이커는 증오와 살의에 눈을 뜨고야 만다.

미래의 아내를 살리기 위해 미래에서 날아온 조가 레인메이커를 잡는답시고 위해를 가하는 순간, 미래에서 날아온 조는 꼬맹이에 불과한 레인메이커를 악당으로 만드는 역설을 일으키고 만다. 조그마한 악을 잡으러 왔지만 도리어 적개심을 키움으로 말미암아 악을 부추기는 결과를 만드는 역설 말이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외부의 테러리스트 조직이 스타플릿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플릿 출신 요원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한다는 건 요즘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테러와 등치를 이룬다.

▲ 스타트렉 다크니스 외부의 테러리스트 조직이 스타플릿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플릿 출신 요원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한다는 건 요즘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테러와 등치를 이룬다. ⓒ CJ 엔터테인먼트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존 해리슨 역시 <루퍼>와 마찬가지로 악의 기원이 누구로부터 발생하는가를 되묻는 역설을 담고 있다. 존 해리슨은 테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날아온 제임스 커크 함장이 위험에 처할 때 제임스 커크를 구하는 생명의 은인이다.

하지만 존 해리슨의 악의를 촉발하게 만드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제임스 커크다. 마치 <루퍼>에서 레인메이커의 악의를 건드리는 장본인이 미래에서 온 조가 되는 것처럼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존 해리슨이 스타플릿 및 엔터프라이즈에 절대적인 반감을 품게끔 만드는 이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제임스 커크 함장이다.

외부 세력에 의해 악이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의해 자생적 테러 세력으로 돌변하는 <루퍼>의 레인메이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존 해리슨은 더 이상 영화 속의 가상적인 설정만은 아니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공포에 몰아가고 있다는 건 서구 현실 가운데서 영화 속 존 해리슨이 얼마든지 자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우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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