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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난 회국수.
 대박난 회국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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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식당을 하지 마라!"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요? 삶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입니다. 즉, 고통 속에서 삶을 지내봐야 달콤한 향의 성공이 뒤따른다는 말입지요. 갑과 을로 치부되는 돈이 전부인 게 세상의 흐름. 거창하게 '삶'까지 들먹이는 까닭이 있습지요.

지난 주 후배와 제주에 갔습니다. 우도에서 2박을 했습지요. 여기서 찾은 식당이 꽤 잘나가는 식당이더라고요. 지상파 방송의 <VJ 특공대>에까지 나왔다니 제법 알려진 곳입지요. 손님이 바글바글하는 이런 식당은 되도록 피하는데 별난 식당 이름에 끌려 들어가게 되었습지요.

'회양과 국수군'. 이런 간판을 달 정도로 느낌 있는 사람일까? 싶었지요. 주인장 얼굴을 보니 음식점 이름하고 묘하게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얼굴에 해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니까. 주인장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영락없는 달마(達摩)대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군요. 중국 선종의 시조인 달마는 '보리달마(원각대사, 성위대사)'를 우리 식으로 부르는 거죠. 달마대사가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벽을 향해서 9년간 앉아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면벽구년>의 고사에서 따와 좌선 모습을 모방한 그림이 <달마도>지요.

"누가 이렇게 식당 이름을 해학적으로 지었데요?"

해학적인 간판에 궁금증이 폭발했습니다.
 해학적인 간판에 궁금증이 폭발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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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회입니다.
 방어회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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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회'를 '회 양'으로, '국수'를 '국수 군'으로 의인화한 특이한 재미가 주인장 얼굴에 그대로 녹아 있었습지요. 궁금증은 풀어야 제 맛. 주인장인 김법진ㆍ고양희 부부에게 "누가 이렇게 식당 이름을 해학적으로 지었나요?"라고 물었지요.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지어준 이름이에요. 식당을 세 번씩이나 말아 먹고, 다시 하려는데 간판을 뭐로 할지 고민이대요. 그걸 지켜보던 아들이 뭐 그걸 가지고 고민하냐고 지나는 말로 툭 한 마디 던지데요.

'아빠, <회양과 국수군> 어때?'

그 소릴 듣고, 바로 이거다 하고, 바로 무릎을 딱 쳤지요.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손님들이 간혹 '식당 이름이 참 재밌네요'하면서 사연을 묻곤 해요. 어린 아들놈이 대박 친 거지요."

인연과 궁합이 맞은 게지요. 식당을 세 번씩이나 말아 먹었다는 소리에 필이 꽂혔습니다. 1인 2만원하는 방어(부시리, 히라쓰) 코스요리(방어회+방어 머리구이+회 국수+생선전+매운탕)를 시켰는데 맛나면 사연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지요. 어~, 맛까지 장난 아니데요. 주인장을 잠시 모셔 약식 인터뷰를 땄지요.

"말아 먹은 게 언젠데 또 식당이냐? 하지 마라"

회를 뜨는 주인장. 묘하게 달마가 생각나더군요.
 회를 뜨는 주인장. 묘하게 달마가 생각나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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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이나 식당을 말아 먹었다던데 얼마나 까먹은 거죠?
"1997년 제주시에서 '소주 & 호프'집을 삼년 간 했는데, 5천을 날렸어요. 이어 횟집을 두 번씩이나 더 했다가 1억을 날렸죠. 총 1억5천만 원 날린 거죠. 쫄딱 망했죠. 그러다 배를 탔어요."

- 어떤 마음으로 배를 탄 거죠?
"돈을 빌려 식당을 했던 터라 이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먹고 사는 압박감이 컸어요. 오로지 가족을 부양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미련 없이 식당을 접고, 가족들 먹여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배를 탄 거죠."

- 어떻게 배 타 다시 일어나게 된 건가요?
"수산계 고등학교를 나와 엔지니어 자격증이 있었거든요. 외국으로 다니는 상선이었는데 5년 탔죠. 아내와 둘이서 버니 여유가 생기데요. 그러다 아내가 국제전화로 '식당하겠다'고 계속 그러데요. '말아 먹은 게 언젠데 또 식당이냐? 하지 마라' 했어요. 결국 고향인 우도에 5천만 원 들고 와 콧구멍만한 가게로 시작해 이만큼 늘린 거죠."

- 빚은 다 갚았나요? 돈 관리 철학이 있다면?
"거진 다 갚았어요. 돈은 버는 즉시 가게 운영비 7, 8백만 원 정도 남기고 거의 매일매일 은행에 예금해요. 쫄딱 망해본 경험이 있어 돈은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아요. 돈 무서운 걸 알거든요."

- 식당을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식당? 실패를 모르는 사람은 도전하지 마세요. 남들 잘된다고 따라하면 안 돼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해요. 우선 식당을 열기 전에 시장성과 경제성 등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남들이 하는 걸 하면 망하기 쉽죠. 남이 안하는 걸 하려는 차별화 연구와 개발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오래 못 버티지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주인장 눈에 눈물이 비치기도 했습지요. 어려웠던 고통의 시절을 잘 이겨 낸 대견함의 눈물이었습지요. 또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희망의 눈물이었습지요. 주인장의 마지막 한 마디가 지금껏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모르는 사람은 도전 말라!"

이 말의 의미는 곧, 성공은 도전하는 자의 것!

방어회가 살살 녹더군요.
 방어회가 살살 녹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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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우도, #김법진, #달마, #부처님 오신 날, #회양과 국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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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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