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가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다른 나라 사람, 혹은 다른 인종을 매일 TV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주 보다 보니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보니 어느덧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다. 때로는 스칼렛 요한슨이나 크리스찬 베일같은 해외스타들의 얼굴이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보다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TV나 인터넷이 발달되기 이전에는 가족들의 얼굴을 먼저 보고 자라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낯선 사람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본인의 얼굴과 어려서부터 계속 자주 보며 지냈던 이웃들을 통해서 미적인 기준도 형성되었을 것이다.

영상매체가 발달하면서 우리가 가진 미의 기준도 영향을 받는다. 이전에는 주로 실생활에서 접하는 이웃이나 가족들의 얼굴들이 뇌에 누적되면서 평균적인 얼굴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반면, 요즘은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에서 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자주 접하게 되다보니 평균적인 이미지 자체가 바뀌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무의식중에 미의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이미지는 현실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 매체를 통해 접하는 얼굴과 현실적인 얼굴은 다르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는 외모가 중시되는 연예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정말 아름다워보이는 연예인들도 외모 콤플렉스를 하소연하고 고민을 토로한다. 일부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망언 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

이렇게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우리는 도대체 아름다움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연구가 있었다.

2004년 10월, '미에 대한 진정한 진실 : 세계적 보고서(The real Truth about Beauty : A Global Report"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전 세계에서 3200명 이상으로 한 이 연구는 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해체되며,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보고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사회는 '어머니 세대에 비해 외모가 매력적이길 바라고 있으며'(63%) '여성들의 외모가 계속 해서 나아지기'(60%)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와 광고에서 '일반 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수준의 미적 기준'을 내보내고 있다(68%)고 생각한다.

이 연구를 지원한 유니레버 사는 그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애를 고취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리얼 뷰티 스케치'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의 설명을 통해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 한 번은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또 한 번은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한 사람의 얼굴에 대한 두 개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결과는 사뭇 다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설명으로 그린 얼굴보다 다른 사람이 묘사한 얼굴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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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은 당사자의 설명을 듣고 그린 초상화, 우측은 제3자의 설명을 듣고 그린 초상화
ⓒ Gil Zamora / Dove	관련사진보기

스스로의 설명을 듣고 그린 그림에는 주름이나 점 등이 훨씬 자세히 묘사된 반면, 제 3자의 설명을 듣고 그린 그림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표현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의 얼굴을 보면서 심각하고 크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 눈에는 거의 띄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아닐까? 원래 사람은 선천적으로 자기 보존의 욕구를 타고났다. 그러나 자라면서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에 익숙해진다. 주변 사람들 혹은 매체에서 기대하는, 혹은 주입하는 이미지를 확대 포장해서 말이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이 남긴 말이다. 남이 나한테 바라리라 여기는 것을 내 자신이 바란다는 것이다. '남한테 잘 보여야 해'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지배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이 욕망은 확대되고 재생산될 뿐이다. 실체가 없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