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에 경찰 고위관계자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한 가운데, 수사 축소·은폐 의혹 규명이 불가피하다. 경찰 수뇌부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향신문> 20일자에 따르면, 이 사건의 수사초기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수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경찰청에서 전화가 와서 언론에 난 수사 관련 기사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며 "한번은 경찰청의 고위 관계자가 전화로 강하게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이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의 압박 전화 이어 서울경찰청 부당 개입"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 경찰, 대선기간 '국정원 정치개입' 확인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수사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서울경찰청)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경찰청이 중간 수사를 발표한 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최종 분석자료를 우리에게 안 주려고 했다"며 "우리(수서경찰서 수사팀)가 '당신들 법 위반이다'라는 말까지 하며 격렬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김씨에게 돌려주려다가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아 이를 철회한 것도 확인됐다. 권 과장은 "제출된 컴퓨터 등은 사실상 압수상태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물 관리에 대한 판단은 수서경찰서가 해야 한다고 서울경찰청에 주장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사법고시 43회에 합격해 지난 2005년 여성 최초로 경찰에 경정으로 특채됐으며, 국정원 사건 수사 도중 지난 2월 갑작스러운 인사로 송파서 수사과장으로 전보조치 됐다.

경찰은 지난 18일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 등 3명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하고 조사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A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치는 개입했지만 선거법 위반에는 법을 적용하지 않아 '강도에게 주거 침입죄만 적용한 경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78개 키워드 분석 요청했으나 고작 4개만... "나머진 무관했다" 궁색한 변명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앞서 서울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도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애초 서울경찰청에 김씨의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하면서 총 78개의 키워드로 국내 정치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찾아내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수사의 신속성'을 이유로 키워드 숫자를 줄이도록 지시했다. 권 과장은 "처음에 항의하고 반대다가 결국 반나절 회의한 끝에 키워드를 4개(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로 줄였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이처럼 부실한 분석 작업을 거쳐 그 결과만 가지고 "김씨가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 과장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장을 통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상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권 과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경찰청은 증거분석 의뢰 시 수서경찰서에서 100개의 단어를 선정해 의뢰했다면서 그중에는 사건과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면서 '문재인·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글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서 분석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태그:#국정원 정치개입, #국정원 직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