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정부가 출범 36일 만에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국민 안전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달리,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국민 안전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불가능' 보고서를 근거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입장을 전하는 보도가 나오자, "현실적으로 구조 안전성 평가가 어렵고, 정밀 시공에 한계가 있는 등 안전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다"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1일 국토부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준을 만들겠다면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국토부는 기존 연구 결과를 대체할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 뒤집기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한 안전 문제,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포함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토지주택연구원 "수직증축 리모델링 받아들이기 어려워"

박근혜 정부가 토지·주택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불가능' 보고서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토지·주택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불가능' 보고서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토지·주택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2010년 12월 국토부가 용역 의뢰한 리모델링 관련 보고서를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연구원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수직증축과 같은 세대증축 리모델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연구원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할 경우, 노후 주택의 성능 향상이라는 본래의 개념에서 벗어나 아파트 주민들의 자산증식 수단이나 건설사 수익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이 수직 증축을 통해 아파트 세대를 늘리려는 것은 재건축에 맞먹는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 사업비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신도시는 대략 15~20년 정도 지났고, (주민들에게는) 주거성능의 향상보다 주변 신도시의 영향으로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을 위한 욕구가 강한 편"이라며 "즉, 신도시 내 아파트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에 직면한 주민의 불만이 리모델링 활성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유럽, 미국, 일본 등 리모델링 선진국에서 세대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리모델링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리모델링은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도 불합격이었다. 연구원은 "신축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었던 기존 구조물의 최상층에 추가로 몇 개 층의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경우, 그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조체의 물리적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 있어 본래의 철근콘크리트조의 수명이 도래하기 전에 구조체의 전면철거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측면에서도 리모델링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원은 "향후 1~2인 가구의 수는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는 추이에 있으며 이에 따라 소형평형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증축 리모델링으로 인해 소형 평형이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한 "도시환경적 측면에서도 제1기 신도시의 경우 세대증축 후 용적률이 최대 400%에 이르는 초고밀화 블록으로 조성된다"면서 "도시 과밀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적으로 이러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인가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 연구원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적용되는 임대주택 건설 및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의무에서 제외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부담금 납부도 피할 수 있다"며 "또한 건축기준의 완화와 용적률 등 8개 항목이 특례로 적용돼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므로, 재건축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36일 만에 180도 뒤집힌 정책... 안전 문제 우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서승환 장관,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국토부는 연구원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계속 요구하자, 2011년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리모델링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5개월 동안 11차례 회의를 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1일 박근혜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면서도 박선호 주택정책관은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2개월 내에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직증축 허용범위는 설계도면 보유현황 등을 고려하고, 전문기관의 안전성 검토 및 구조안전 심의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는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기반시설 추가부담, 도시과밀 우려, 전세난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심의', '검토'라는 용어를 쓰면서 부작용을 막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재건축 형평성 문제와 관련,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그러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희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새로운 연구결과 없이 기존 정책을 뒤집는 것에 대한 비판이 크다. 주택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서기호 의원실 정은성 보좌관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할 목적으로 토지주택연구원에 용역을 주었는데 용역결과가 '불가'로 나왔다"면서 "현 정부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새로운 연구도 없이 일단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이후 건축물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안정성을 이유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한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규제를 먼저 풀고 안전성 기준을 나중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안전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태그:#수직증축 리모델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