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군산 수산업 발전에 대해 설명하는 이종배 회장
 군산 수산업 발전에 대해 설명하는 이종배 회장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예로부터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때 대영제국이 그랬고, 지금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요.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는데요. 당나라에서 돌아와 청해(莞島)에 진을 설치하고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신라의 무장 장보고(?~846)가 대표적인 인물일 것입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수산양식을 포함한 해양산업이 정보화시대 4대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21세기에는 인터넷보다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게 더 유망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농업의 '녹색혁명'에 상응하는 '수산양식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죠."

군산시 해망동 바닷가 선상에서 만난 (사)군산시의정회 이종배(63) 회장. 귓불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칼바람에도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주)남강해운 대표인 그는 섬(무녀도)에서 태어나 바다와 갈매기를 보며 미래의 꿈을 키웠다. 군산으로 유학, 고등학교 졸업 후 군산수협에 10년 남짓 재직했으며, 지방의원과 의장 시절에도 수산업에 종사하는 등 평생을 바다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마디마디에서 자긍심과 바다를 사랑하는 애틋함도 묻어났다.

군산의 수산업 발전, 수산물 브랜드화가 '블루오션'이다

군산시 해망동 부두에 접안한 안강망 어선들
 군산시 해망동 부두에 접안한 안강망 어선들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이 회장은 "활기 넘치던 군산의 수산업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태가 씁쓸하기 그지없다"며 갈수록 고갈되는 어족자원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 어구 어법의 개량 연구, 생산되는 수산물의 명품화 또는 품질인증 등 새로운 전환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관계기관의 변화를 촉구하며 말을 이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수산업이 농어촌 복합도시 군산 경제의 40% 이상 차지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산업화 논리에 밀려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일궈낸 결실이 평가 절하되어왔죠.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폐기물 투기로 바다를 오염시켰습니다. 삶의 터전인 바다가 죽어가고, 동업자 입장에서 낙심하는 어민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공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고등어.
 공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고등어.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이 회장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농부가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야 곡식을 얻을 수 있듯 바다를 가꾸고 일구는 노력과 지혜를 짜내야 한다"며 "기후변화와 인간의 탐욕으로 바다의 생물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이때,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먹는 어업에서 즐기고 체험하는 어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르는 어업, 즉 양식업에도 종류가 있는데, 굴이나 해삼 등을 양식하는 갯벌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다고. 해조류 양식은 가축사육과 달리 온실가스, 산업 쓰레기 발생이 거의 없으며 환경오염 위험도 낮단다. 또한, 해산물은 맛이 좋고 영양소도 많아 소비자들 건강에 좋은 식품을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미 정착단계에 있는 부산광역시처럼 군산도 조속한 브랜드화 시행을 희망한다"며 "군산 어민들이 생산하는 수산물과 수산가공 식품을 군산시와 군산수협이 품질을 보증하는 수산물 브랜드화가 '블루오션'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산물 브랜드화는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이를 기반으로 수산업 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기초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관광·레저는 비응항, 어항(漁港)은 야미도가 최적지

이 회장은 다기능 관광복합 어항으로 2007년 10월 완공된 비응항(비응도)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군산은 해마다 태풍이 몇 차례씩 올라오는데, 태풍경보가 내려지면 바다에서 조업하던 선박들이 가까운 비응항으로 피항하는 게 아니라, 비응항에 정박해 있던 선박은 물론 어업 지도선까지 군산 내항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비응항은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33.9㎞)가 시작되는 곳으로 풍광이 뛰어나고 횟집단지와 선유도행 유람선 선착장이 있어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군산의 명소. 주변 풍력발전 단지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방조제는 바다낚시로 인기가 좋다.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대가 설치되어 연말이면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그처럼 아름다운 비응항이 선박들이 대피할 수 없는 항구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어민들이 준공 전부터 비응항을 꺼렸던 이유 네 가지는 ▲토사가 밀려 썰물 때 입출항이 어려운 점(파도가 높을 때는 더함). ▲선박과 접안장 사이가 높아 어구와 자재 하역·선적이 어렵다. ▲항구가 좁아 선박이 회전하다가 충돌 등 사고 위험이 크다. ▲시내와 거리가 멀어 선원관리 등 부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어항은 선박들이 항상 물 위에 떠있고, 입출항이 쉬워야 하며, 대피기능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시각.

이 회장은 여덟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는 자리를 뜻하는 일명 '팔풍대석'(八風垈席)을 거론하며 지리적으로 남풍과 북풍에 약한 비응항은 관광·레저 항으로 이용하고, 어항은 13Km쯤 떨어진 '야미도'로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야미도는 선착장을 넓게 보유할 수 있고, 소(小)야미도와 신시도가 감싸고 있어 어항으로 최적지라는 것.

이 회장은 "소형 어선이 비응항에서 군산 내항까지 오는데 유류가 약 200~220리터 소모된다는데, 그 비용은 누가 보상해주느냐"고 반문하며 "군산시와 수산관계자는 비응항 등대 밖에 시급히 방파제를 축조하고, 양육시설을 보완하여 항구의 기능을 갖추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강 담수호 쓰레기, 다각적인 대책 세워야

금강 하류 바위에서 발견한 장어. 오염으로 죽은 듯.
 금강 하류 바위에서 발견한 장어. 오염으로 죽은 듯.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이 회장은 해마다 몸살을 앓는 금강 하류와 담수호 쓰레기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금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고군산군도의 어족자원 고갈을 가져오고, 급기야는 관광객 발길까지 끊어지게 될 것"이라며 "관계 당국은 예산확보 타령만 하지 말고, 다각적인 홍보와 계도로 인위적인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금강 담수호에 쌓이는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전남 목포시의 영산호(榮山湖)와 비교하면 1년에 수십만 톤이 쌓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 회장은 "금강하굿둑 관리 사업단은 군산시와 협의 종합대책을 세워 금강 하류와 담수호 수면에 떠있는 부유물을 수거 안전지대로 집하한 후 지자체 등의 매립장을 활용해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 수산업, #비응도, #야미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