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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 들어와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일 취재진과 만나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이 한진자본의 편만 드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런 태도가 결코 이 문제 해결 하는데 도움 안 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 들어와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일 취재진과 만나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이 한진자본의 편만 드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런 태도가 결코 이 문제 해결 하는데 도움 안 된다"고 말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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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발부되셨네요."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게 인사말로 이 말을 건넸다. 그는 아직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체포영장 발부했대요?"라고 되묻는 김 지도위원에게 기자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53세 여성 김아무개씨라던대요"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웃었다.

지난달 30일 유가족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 등이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으로 들어온 뒤 처음 보는 그의 웃음이다. 현장 오가다 김 지도위원을 만났다. 그는 대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산책하고 있었다.

김 지도위원은 인터뷰에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경찰이 한진 자본 편만 들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그런 태도는 이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비 용역 배치와 관련해 그는 "주검 침탈을 위한 목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해석했다. 또 그는 사측이 문제 삼고 있는 조선소 진입에 대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최강서씨가 생을 스스로 마감한 장소에 다시 발을 들인 김 지도위원은 유가족과 회사, 정치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1월 30일부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취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와 <민중의소리>는 그를 함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30일 고 최강서씨 사망 이후 처음으로 한진중공업 안으로 다시 들어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경찰과 용역의 빈소 침탈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그냥 당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 상황에서 우리를 내몰면 그냥 당해야만 하겠나?"라고 물었다.
 30일 고 최강서씨 사망 이후 처음으로 한진중공업 안으로 다시 들어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경찰과 용역의 빈소 침탈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그냥 당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 상황에서 우리를 내몰면 그냥 당해야만 하겠나?"라고 물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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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강서씨의 운구행렬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들어온 지 3일 만에 경찰이 출두요구서를 보내고 다음날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한진중공업은 제가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있을 때도 건조물 침입으로 고발했는데, 지금은 (경찰이) 지회 집행부 사람 다 출석을 요구 한 것 같다. 경찰과 사측이 이 문제를 지금껏 끌어 온 것뿐 아니라 폭력적으로 정리하겠다는 의도에 수긍할 수 없다. 저희는 이것이 (최강서 열사의 주검을 끌어내기 위한) 행정대집행 수순 밟기라 생각한다. 경찰이 시신 압수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는데, 검찰이 시위용품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03년 김주익 위원장도 체포영장을 받았다. 김 지회장이 목숨을 끊은 뒤인데도 검찰은 시신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왔던 적이 있다.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가 아닌 물리적 방식으로 정리하겠다면 결코 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제가 들어온 지 만 3일 안 됐을 때 벌써 사측에서 고소고발을 하고 경찰은 신속하게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그만큼 경찰은 자본의 요구에 충실한 태도 보인다. 경찰 수백 명, 수십 대의 경찰버스가 공장 주변을 완전 통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한진 자본의 편만 들어 대단히 유감스럽다. 비단 이번 한 번뿐 아니다. 이런 태도는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강서가 목숨을 끊었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다니..."

- 경비 용역 직원들이 대거 공장 안에 들어 와 있는 게 발각됐다. 사측은 단순한 건물 경비를 위한 인력 배치라고 하는데.
"며칠 전부터 밤에 용역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어두운 길을 돌아서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곳곳에서 관리직 직원들이 용역을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용역 침탈 우려에 순찰을 돌던 2일, 바깥 집회에 모두가 신경이 쏠려 있을 때 빈소 인근 공장에 무려 30여 명의 용역이 숨어 있다가 발각됐다. 그렇지 않아도 용역 하면 치를 떠는데,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빈소 가장 가까운 곳에 (용역을) 숨겨놓는다는 것은 목적이 확실한 거다. 이들이 발각 안 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겠나. 그 사람들이 들어오면 시신부터 침탈할 것인데, 죽은 강서를 뺏기는 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들어온 뒤로 영도조선소가 봉쇄되자 (침탈한다면) 타워크레인에 줄을 다 연결해 놓고 여차하면 관까지 들고 올라갈 생각까지 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유족과 우리가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미 극단으로 몰려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냥 당하지 않을 것이다."

2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한 공장 안에서 몰래 숨어있던 경비용역 직원들 3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적발됐다. 노조는 "빈소 침탈을 위한 목적"이라 반발했고 사측은 "단순 건물경비 목적"이라 해명했다.
▲ 한진중 공장안에 숨어 있던 용역 발견 2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한 공장 안에서 몰래 숨어있던 경비용역 직원들 3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적발됐다. 노조는 "빈소 침탈을 위한 목적"이라 반발했고 사측은 "단순 건물경비 목적"이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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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영도조선소 안으로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누차 말했지만, 우리는 공장까지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지난 12월 21일 이후 40여 일째 장례가 치러지지 않으면서 유가족의 요구가 있었다. 네 차례나 교섭 공문 보냈어도 사측은 귀를 막았다. 더는 이 문제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강서의 유언을 받들어) 장례 치르는 것이 가장 급박한 문제 아니겠나. 강서의 유족들도 이런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우리 요구를 더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 회사 앞으로 주검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날 상황을 봤겠지만, 장례식장에서 나올 때부터 행렬이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경찰이 막았다. 그렇게 막으면 서고, 또 뚫고 그랬다. 그러다 영도조선소 서문 앞에서 막혔다. 경찰이 우리를 병력으로 빙 둘러쌌다. 길이 좁으니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한쪽에서는 경찰이 사람들을 연행했다. 결국 공장 안으로 불가피하게 들어왔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경찰의 강제 진압만 아니라면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당사자가 한진중공업이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전하기 위해 영도조선소 앞으로 가려했을 뿐이다."

- 고 최강서씨가 목숨을 끊은 뒤로, 처음 영도조선소로 들어왔다. 
"첫날 관만 공장 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걸 보니 비통하더라. 죽어서야 들어온 공장, 한진 자본은 동료의 시신을 메고 들어온 조합원들까지 범법자로 만들었다. 늘 이런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 과정에서 강서가 목숨을 끊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 일부 언론은 '노조가 시신을 볼모로 투쟁한다' '시신시위' 등으로 보도한다. 
"우리는 그동안 강서와 함께 싸웠던 동지이고, 누구보다 그의 간절함을 안다. 열사를 정말 편하게 모시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장례식장 냉동고에서만 40여 일을 보관하는 우리 마음은 편했겠나. 그걸 '시신시위'라고 하는 게 안타깝다.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본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언론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측 입장만 대변한다. 심지어 현장 취재도 안 하고 '시신시위'로 보도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일 기자와 만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뿐 아니라 정치권도 이번 최강서씨의 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진중공업이 국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약속마저 어기고 있는데, 정치권이 아무런 견제나 제재를 못한다면 국회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고 정치인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일 기자와 만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뿐 아니라 정치권도 이번 최강서씨의 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진중공업이 국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약속마저 어기고 있는데, 정치권이 아무런 견제나 제재를 못한다면 국회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고 정치인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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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정치권 인사의 조문이 이어졌지만 달라진 건 없다.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강서가 그렇게 되고 나서 12월 21일 이후로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까지 빈소를 방문했기에 해결 기대감이 컸다. 여당도 진상조사위 약속하고, 환노위 차원의 노력도 약속했다. 그런데 40일이 넘도록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누굴 의지해야 하는가. 보수언론은 이번 사건을 '시신시위'라고 하며 노동자의 투쟁을 왜곡하고, 경찰은 우리를 고립시켰다. 회사도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국회가 제 구실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마저 손 놓으면 누가 하겠나?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항거하는 이런 절박한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100일이 넘도록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는 비정규직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고, 쌍용차도 70일 넘게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고 저항하는 거다.

정치인들이 최소한 자기 행동과 말에 책임져야 한다. 결국 한진 자본 못지 않게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국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약속마저 어기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런 견제나 제재를 못 한다면 국회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고 것이다."

"유가족에게 미안... 지금 당장 냉동탑차 보내라"

- 유가족들이 적극적이다.
"사측 하는 짓이 너무 말이 안 되니 유족 분노가 크다. 40여 일이 지나는 동안 복장이 터지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데, 시신까지 옮겨야 하느냐를 두고 유족회의를 몇 차례나 했다. 하지만 인내의 한계가 왔다. 무엇보다 교섭 요구를 회피하는 모습에 시신을 회사 앞으로 옮기자는 이야기도 아버님이 제일 먼저 하셨다.

강서 부인과 누나도 남편의 유서에 나와 있는 손배가압류나 민주노조 사수 등의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측에 대한 분노로 차 있다. 처음엔 도와달라고 말하던 유족이 이제는 자신들이 당했던 것을 다 이야기 한다. 유족들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 한진이 왜 강서를 죽게 만들 수밖에 없는지 드러난다.

이런 유족을 지켜보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여기 있는 조합원들도 다 신경은 유가족에게 가 있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더 미안하고 안타깝다. 이런데도 유족들이 잘 견뎌주고 있어 고맙다."

- 어떻게 해야 사태가 해결될가. 
"재작년에 합의한 사항만 지키면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엔 158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노조 탄압을 중단하면 된다. 또한, 지난해 노사합의를 어기고 최강서를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큰 게 아니다.

당장은 시신을 지키기 위한 냉동탑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라이아이스로는 한계가 있다. 매일 관을 열고 드라이아이스를 교체하는 것이 노조원과 유족에게 너무 큰 상처다. 강서에게도 못할 짓이다. 우리는 굶어도 좋다. 냉동탑차는 지금이라도 들어와야 한다."


태그:#김진숙, #한진중공업, #최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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