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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심포니는 2013년 신년음악회로 베토벤의 운명을 연주했다. 만만치 않은 연주를 소화해냈고, 관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 연주회 전경 광명심포니는 2013년 신년음악회로 베토벤의 운명을 연주했다. 만만치 않은 연주를 소화해냈고, 관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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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 해의 토정비결을 봤다. 그것도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지난 25일 저녁에 진행된 광명심포니의 신년음악회에서 말이다. 가슴을 두드리는 1악장에서 마치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이 연상되는 2악장을 지나 올 한해 내 운명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4악장은 나를 충분히 '힐링'했다.

나는 항상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되면 함께 긴장이 된다. 수십 가지 개성을 가진 악기들이 조화롭게 공연이 될지는 첫 시작에서 느낌으로 전달이 된다. 그래서 처음 연주가 시작되어 일정한 느낌이 올 때까지 관객임에도 호흡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좋지 않은 음악 감상 습관일지도 모른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 관악기의 강한 울림으로 시작되었고 이어 현악기들이 하나씩 어우러지면서 나는 편안하게 숨을 토했다. "오늘 괜찮다", 이런 느낌이 좋다. 이제 편안히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기대와 두려움을 가지고 저녁을 보내는 그런 느낌으로 서곡이 흐르고 있다.

바이올린 고소현양과 연주 후, 악수를 건네는 김승복 지휘자. 고소현 양은 관객의 탄성과 격려를 받았다.
▲ 고소현 바이올린 고소현양과 연주 후, 악수를 건네는 김승복 지휘자. 고소현 양은 관객의 탄성과 격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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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주 작은 아이가 나왔다. 어린 친구의 협연이 있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작아도 너무 작다. '유치원생이 광명심포니와 협연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을 소현이는 바로 잠재워 버렸다. 흔히 연주를 보면 악보를 놓칠까, 음을 틀릴까 하는 불안감이 들때가 있지만 아주 작은 소현이는 베리오의 곡을 느끼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악보를 기억하는 연주와 느끼는 연주는 다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이는 <발레의 정경>을 느끼고 있었다. 귀엽다는 느낌보다는 경이롭고 곰 같은 지휘자 옆에 더 작아 보이는 아이가 신기했다.

세 번째로 약간 생뚱맞게 동네 아저씨 같은 분이 나오셨다. 그런데 협연곡이 <지고이네르바이젠>이다. 사라사테의 심술이 엿보이는 이 곡을 김응수 교수는 정말 동네 아저씨처럼 동네길 휘적휘적 다니듯 편안하게 연주를 한다. '아하,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느낌이다. 이후 두 번의 앵콜 역시 바이올린 연주는 '이런 것이야' 하듯이 관객들의 눈높이를 높여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는 현란한 연주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는 현란한 연주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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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듣기위한 예열과정이다. 충분히 준비된 가슴으로 연주를 듣는다. 역시 "빠빠빠 밤"하며 세게 가슴을 두드린다. 너무나 익숙한 곡이기에 조금은 편안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무대를 꽉 채운 연주자들의 몰입도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분명 CD로 듣던 교향곡인데 느낌이 다르다. 연주자 한명 한명의 운명이 김승복 단장의 지휘로 관객 모두에게 운명을 강요한다. 피해지질 않는다.

연주를 마친 후 김승복 지휘자는 단원들을 격려했다. 고마움과 안도감 그리고 함께 함의 무엇이다.
▲ 김승복 연주를 마친 후 김승복 지휘자는 단원들을 격려했다. 고마움과 안도감 그리고 함께 함의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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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끼리 주고받으며 연주가 진행되고 지휘자가 각 파트 파트에 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렇게 뭉쳐진 기운이 관객들과 합쳐지니 공연을 보며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4악장까지 끌고 가니 끝부분에 가서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온몸을 감싼다. 참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받는다. 2013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광명심포니는 2월에 어떤 피로감을 줄 것인지.

봄에게 처절히 쫓겨 가는 동장군의 심술이 기승부리는 1월의 마지막 금요일은 광명심포니의 운명으로 충분히 위로가 됐다. 동네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은 광명 시민으로서 축복받은 게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광명시민신문에도 기고했습니다.



태그:#광명심포니, #김승복, #오케스트라, #음악회, #광명시민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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