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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7시 30분 친구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백두대간 탐방열차'를 타고 강원도 태백산도립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눈, 사랑, 그리고 환희, 제20회 태백산 눈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
▲ 태백 눈 축제 기차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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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까지는 통상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관광객을 위한 특별열차라서 그런지 정차하는 곳이 많고, 정규열차를 수시로 비켜주는 경우가 있어서 5시간가량 소요됐다. 허리도 아프고,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단순히 눈을 마음껏 즐기기 위한 일정이었기에 태백에 당도하기 1시간 전부터 사방으로 보이는 설경을 신나게 감상했다.

태백에서 눈을 보다.
▲ 태백에서 눈을 보다. 태백에서 눈을 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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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리고 있는 기차에 내가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영화 속이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기분이 붕 떠올랐다. 기차가 강원도에 접어드니 천지가 눈이다. 특히 태백시 추전동에 위치하고 있는 남한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고 추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추전역'을 통과하고부터는 대단한 눈이다.

태백역
▲ 태백 눈 축제 태백역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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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정오를 지나 낮 12시 30분 태백역에 도착했다. 난생 처음 가본 태백역에는 철로 위도 전부 눈이고, 철길 건너편에는 추위에 무척 강한 자작나무도 수십 그루 보인다. 겨울 나라에 온 것을 실감한다.

태백역
▲ 태백 눈 축제 태백역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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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역전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상장동에 자리하고 있는 20년 전통의 한정식집인 '너와집'으로 갔다. 남한에서는 강원도 삼척을 중심으로 통나무를 잘라 만든 나무판자 또는 두꺼운 나무껍질을 이용하여 지붕을 이은 너와집들이 많았다.

너와집 점심
▲ 태백 눈 축제 너와집 점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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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는 단열 효과가 크고 통풍이 잘 되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보온 효과가 크다. 하지만 편리성과 효용성의 문제로 오늘날 거의 사라져가는 너와집을 안타까워하던 주인장이 지난 1994년 120년 된 집을 현재의 장소로 이건하여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너와집
▲ 태백 눈 축제 너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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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까지 와서 지붕을 포근하게 학처럼 감싸고 있는 멋스럽고 운치 있는 너와집에서 산채에 된장을 넣어서 비빈 비빔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진한 참기름의 향과 맛, 태백산에서 자란 산나물의 향취가 오래도록 입안을 맴돌았다.

홍보 아치
▲ 태백 눈 축제 홍보 아치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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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감동적인 맛에 취한 우리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집 안팎을 구경하고는 아쉬운 마음을 남겨둔 채 태백산 눈 축제가 열리는 소도동으로 갔다. 눈 축제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입구의 대형버스 주차장은 만원이다. 차를 세우고 미끄러운 눈길을 20분을 넘게 걸어야 겨우 행사장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태백산 입구
▲ 태백 눈 축제 태백산 입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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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주차장이 있기는 했지만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마냥 걸을 수밖에 없었다. 추워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사방의 눈을 감상하면서 걸었다. 산에도 들에도 개울에도 온통 눈이다. 참 눈 많다. 눈을 원 없이 보니 기분 좋다.

매표소를 통과할 쯤 되니 뒤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들어온다. 아래 버스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들을 위해 특히 행사장이 너무 멀어 걷기 힘든 노약자들을 위해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구나! 대단했다. 난 노약자가 아니기에 아직 건강하기에 힘차게 걸어서 갔다. 내려 올 때 힘들면 '타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타게 되면 타고' 하는 마음으로 그냥 올라갔다.

개썰매장
▲ 태백 눈 축제 개썰매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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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니 우측에 바로 개썰매 타는 곳이 보인다.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무척 많은 것을 보니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그런데 약간 맹수(?)처럼 보이는 개들의 모습에 겁 많은 나는 기겁을 하고는 바로 주 무대가 있는 사랑동산으로 갔다.    

싸이
▲ 태백 눈 축제 싸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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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조각들이 대단했다. 정중앙에 아주 큰 크기로 한 눈에 보아도 가수 싸이를 연상하게 하는 큰 작품이 보인다. 세계적인 히트곡 <강남 스타일>이 생각날 정도 재미도 있고 익살스러운 조각이다.

이곳에는 20개는 되어 보이는 대형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다. 태백시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전국대학생 눈 조각 경연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창의성 넘치는 다양한 테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행사장
▲ 태백 눈 축제 행사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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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초청 작가들의 작품은 주로 동화에서 소재를 따온 폼 나는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눈의 나라를 보여줄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피노키오, 신데렐라, 재크와 콩나무, 뽀로로 등 친숙한 동화의 주인공들이 아름다운 눈 조각 작품으로 등장한다.

피노키오
▲ 태백 눈 축제 피노키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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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호수 주변에는 LED 조명과 어우러진 초대형 보물섬 눈 조각이 있어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면 멋진 사진을 찍기에 적격인 포토존이다.

인어공주
▲ 태백 눈 축제 인어공주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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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이 행사라서 그런지 누구나 부담 없이 조각을 만질 수 있고, 어린이들을 위해 올라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너무 좋았다.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여 여러 장을 찍어 왔다.  

아울러 관광객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공연과 참여게임은 누구든 끼와 재주를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인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은 각자 흩어져 사진을 찍으면서,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추억의 연탄불 먹을거리 행사장에서 간식을 사 먹기도 하고, 눈사람 미니 랜턴 만들기도 했다.

장기자랑
▲ 태백 눈 축제 장기자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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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이글루 카페를 둘러 본 다음, 눈 미끄럼틀 체험 장, 은하수터널 안에서 소원엽서 달기, 편백나무 족욕 체험 장, 태백의 겨울 관광 사진전, 얼음 미끄럼틀 장, 스노우 캔들 만들기, 눈으로 연탄 만들기 체험장 등을 살펴보았다.

어른들이 보고 즐기고 체험하기에는 약간 우스꽝스럽고 실망스러운 점도 있기는 했지만, 가족 단위로 오면 마냥 설경을 즐기고 태백의 특산 음식을 먹고, 눈과 함께 간단한 체험과 놀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았다.

태백석탄박물관
▲ 태백 눈 축제 태백석탄박물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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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눈요기를 기분 좋게 하고는 행사장 앞에 있는 '태백석탄박물관(太白石炭博物館)'을 덤으로 잠시 살펴보았다. 세계 최대의 석탄 전문 박물관인 이곳은 지난 1997년에 설립되어 한국 석탄 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연탄 만들기
▲ 태백 눈 축제 연탄 만들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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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1층부터 3층까지 올라 1~7전시실까지를 살펴 본 다음, 지하에 있는 조선시대의 원시적 채탄에서부터 기계화 채탄에 이르기까지의 변천 과정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둘러보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박물관을 둘러 본 나는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黃池)'를 보기 위해 이동하다가 차량 정체가 심해서 포기하고는 태백역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난 역전에 있는 특산품 매장을 방문하여 지역에서 많이 나는 취나물을 넣어서 만든 냉면과 찐빵을 산 다음 귀경 열차에 올랐다.

냉면, 찐빵
▲ 태백 눈 축제 냉면, 찐빵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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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너무 빠듯하고, 주차장이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차량 정체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여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눈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답게 태백의 초입에서부터 태백을 떠날 때까지 6시간가량 천지에 펼쳐진 설경을 마음껏 구경한 행복한 하루였다. 설국 태백은 정말 눈이 많아 좋은 곳이다.


태그:#태백 눈 축제 , #태백시, #태백 너와집, #태백석탄박물관, #백두대간탐방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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