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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직접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자본시장이 개방돼 국적을 초월한 투기 자본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몸집을 키우기 위해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유통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유통산업은 위험성이 없는 사업이라 인식됐기 때문이다.

생산품을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공급하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각종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켜 나가고 있다. 여기에 초국적 자본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의 골목상권 진출은 1997년 이후 불안정한 고용환경 속에 명예 또는 희망퇴직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중산층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기도 한다. 유통시장 중에서 특히 불황을 모르고 급성장하고 있는 커피시장을 살펴본다.

세계적인 마케팅 조사전문 기업인 AC 닐슨은 2011년 한국 커피시장 규모를 약 3조91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7년 1558억 원, 2008년 1913억 원에 비해 2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2007년부터 5년간 한국의 커피시장은 20~2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원두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시장 장악

인천지역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현황
 인천지역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현황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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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부평역 일원과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전문점일 정도다. 관공서 등 서비스 직종이 몰려 있고,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이 밀집해 젊은 층과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커피전문점 전성시대. 커피전문점 전성시대 이면에는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커피시장을 장악한 국내외 커피 회사들이 있다.

우선 인천보다 거주 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경우를 보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12년 말 서울에서 영업 중인 유명 커피 체인점을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카페베네·파스쿠찌·커피빈·엔제리너스커피·탐앤탐 체인점이 109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해외 브랜드인 스타벅스·커피빈·파스쿠찌 매장은 513개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서울 원두커피시장의 절반이 해외 프랜차이즈업체에 장악된 셈이다.

인천은 어떤 상황일까. <부평신문>이 시 산하 10개 군·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커피전문점 현황을 분석해봤다. 인천에는 863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일부 지역의 다방 등은 제외된 수치이다. 이중 스타벅스·카페베네와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143개다.

프랜차이즈별 매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카페베네 매장이 29개로 가장 많았다. 카페베네는 국산 브랜드다. 다음으로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카페글렌 매장이 16개(정보공개에 표기된 수치, 본사는 24개로 집계)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 파스쿠찌 15개, 요거프레소 13개, 엔젤리너스·투썸흘레이스 각 12개·스타벅스 11개·커피에 반하다 1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이밖에 유명 커피 브랜드는 커피빈 7개, 탐앤탐스·할리스커피·띠아모가 각각 6개 매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무디킹과 이앤지커피도 각각 3개,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인 스타벅스·커피빈·파스쿠찌와 외국계 자본이 설립한 이앤지커피 매장을 합하면 총 35개에 달한다. 커피 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스타벅스는 부평역 일대를 비롯해 인천의 노른자 땅을 선점했다.

커피전문점, 부평보다 연수나 남동 선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가장 많이 입점한 곳은 남동구다. 총 41개가 입점했다. 다음으로 연수구에 38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청을 비롯한 관공서가 밀집돼 있고,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남동구와 송도신도시를 끼고 있는 연수구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평구에서 영업 중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31개로 나타났다. 경인전철과 인천지하철이 교차하는 등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부평 상권이 남동과 연수 상권에 밀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계양구 21개, 서구 18개, 중구 10개, 남구 5개, 동구 2개로 집계됐다. 인구가 42만 명이나 되는 남구에 5개밖에 없는 반면, 중구에 10개가 있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커피전문점들 때문이다. 젊은 층과 사무지구가 거의 없는 강화군과 옹진군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없으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방만이 남아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계속 확장 전망... 자영업자 타격 심화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으로 인천에서 영업망을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으로 인천에서 영업망을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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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매장 규모가 가장 큰 커피전문점은 어디일까. 해외 브랜드인 커피빈이 운영하는 '커피빈 코리아 인천스퀘어원' 1호점이다. 이곳의 연면적은 381.9㎡이다. 같은 건물에 입점해있는 2호점(82.33㎡)까지 합하면 면적은 더 넓어진다.

구별로 매장 면적이 가장 큰 커피전문점은 ▲ 중구 카페베네 인천 신포점(370.66㎡) ▲ 계양구 베니블루(368.13㎡) ▲ 남동구 스타벅스 구월점(356.4㎡) ▲ 부평구 스타벅스 로데오점(345.77㎡) ▲ 서구 탐앤탐스(307.44㎡) ▲ 남구 스타벅스 코리아(132.6㎡) ▲ 동구 카페글렌 송림점(116.04㎡)이다. 커피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규모가 큰 매장을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으로 인천에서 영업망을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과거 다방을 누르고 20~30대 젊은 층과 직장인 등의 선호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늘어나지만, 소자본 개인 창업자들도 상당하다"며 "문제는 카페베네·스타벅스·커피빈 등 국내외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영세 커피전문점을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세와 중소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인해 골목상권이 붕괴되는 것처럼 커피시장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에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퇴직자들이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커피전문점 등의 경우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조치도 없어 낭패를 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사세 확장에만 집중해 커피전문점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글렌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가게를 여는데 보통 4~5억 원이 필요하지만, 우리 브랜드의 경우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이 소요된다"며 "브랜드마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젊은 층 선호도가 유명 브랜드에 치중되고, 유명 브랜드가 대형 매장 등 물량으로 주요 상권을 차지하면 중소 브랜드나 영세 커피점은 경쟁에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타벅스, #카페베네, #커피빈, #카페글렌, #파스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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