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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계획과 이를 비판하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반응을 보도하는 영국 BBC
 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계획과 이를 비판하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반응을 보도하는 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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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영국 BBC는 24일(한국시각) '캐머런 총리가 오는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할 경우 2017년에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EU 현안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영국 국민이 유럽 공동체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영국 정치가 안고 있는 EU 관련 문제를 결정지을 때가 왔다"며 국민투표 시행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수년째 계속되는 영국의 EU 탈퇴 논란... 왜?

영국의 EU 탈퇴 논란은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 영국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화가 아닌 파운드화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25개국 정상들이 함께 만든 '신 재정협약'에도 홀로 서명하지 않았다.

EU의 재정 통합이 갈수록 강화되는 반면에 영국 정부의 권한은 약화되고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여파에 피해를 볼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영국이 독립적인 금융정책, 세금제도 등을 요구하며 탈퇴를 거론하자 다른 EU 회원국들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신 재정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영국에 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특혜를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우선 해마다 EU에 내는 80억 파운드(약 14조 원)를 아낄 수 있다. 또한 EU의 금융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금융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손실도 만만치 않다. 더 이상 EU와 자유무역을 할 수 없어 제조업 수출이 급감하게 된다. 현재 영국 수출의 절반 이상이 EU에서 이뤄지고 있다.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의 철수도 불가피하다.

사실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에 비관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의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에 10% 이상 뒤지고 있는 데다가 당내에서 EU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계획을 미리 밝혀 EU 탈퇴와 관련한 당내 논란을 당분간 잠재우고, 총선 대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국민투표가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EU 정상들, 영국 국민투표 계획 비판

영국의 국민투표 계획에 EU도 즉각 반발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영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면서도 "다른 회원국들도 모두 각자의 바람이 있을 것"이라며 영국이 자국 이익만 챙긴다는 것을 꼬집었다.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국방장관은 "영국의 태도는 축구장에 와서 갑자기 럭비를 하자는 것과 같다"며 "만약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레드카펫을 깔아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EU도 영국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영국이 EU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8%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 중국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EU로서는 규모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EU는 영국이 온전한 회원국이 돼주길 바라고 있지만,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격렬한 논란 끝에 국민투표까지 꺼낸 영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태그:#영국 , #EU, #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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