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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 공간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오픈마켓'(Open Market)에서 이른바 '짝퉁' 상품이 판매되더라도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를 적극 방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제조·판매업체인 아디다스는 이베이코리아(변경 전 이베이지마켓)가 운영하는 인터넷 오픈마켓인 지마켓(gmarket)에서 아디다스의 '짝퉁'인 위조품이 계속적으로 증가하자, 2005년부터 주기적으로 짝퉁을 검색해 지마켓에 작퉁 목록(운동복, 운동화, 가방, 재킷, 티셔츠 등)을 통보하면서 향후 판매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마켓에서 검색되고 판매되자, 아디다스는 "지마켓에서 위조품 판매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지마켓은 위조품 유통을 방지할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개별 판매자의 위조품 판매를 방조하는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아디다스 상표를 사용한 상품 전부에 대한 판매가 금지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지마켓은 "오픈마켓 운영자는 상품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수령하는 것에 불과하고 개별 거래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오픈마켓에서는 개별 판매자들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 아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지마켓에게 개별 거래를 감시할 법적 의무까지는 없으므로, 위조품 거래가 있더라도 이는 개별 판매자의 상표권 침해행위일 뿐"이라고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박병대 부장판사)는 2009년 9월 아디다스가 지마켓을 운영하는 (주)이베이코리아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재판부는 "오픈마켓은 본질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로 형성돼 있어 운영자가 사전에 판매자가 등록하려는 상품 명세를 확인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간편한 거래라는 오픈마켓의 존재 의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매일 새로 등록되는 대량의 상품을 일일이 확인해 특정 상표가 사용된 상품의 위조품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 상표권 보호를 위한 오픈마켓 운영자의 일반적인 관리의무의 범위를 넘는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오픈마켓에서는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이 없는 이상 파일 게시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추정되는 디지털 저작물과 달리 등록된 상품 정보만으로는 정상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제조한 위조품인 경우에는 실물을 받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이에 아디다스가 항고했으나, 서울고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도 2010년 5월 아디다스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가처분 사건에 불복할 경우 항소ㆍ상고가 아닌, 항고ㆍ재항고로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다.

재판부는 "오픈마켓에서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개연성이 있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베이코리아(지마켓)의 고의 또는 과실로 개별적ㆍ구체적 사후방지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지마켓'을 운영하는 (주)이베이코리아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 소송 재항고 사건에서 아디다스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정보통신법 제44조에서 보호하려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등을 의미할 뿐, 거기서 더 나아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정보'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는 법률상 상표권 침해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방조책임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보통신망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판매자로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뿐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구체적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 오픈마켓에서는, 운영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판매정보가 게시되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상품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픈마켓 운영자인 이베이코리아가 판매회원 약관에서 판매회원에게 지마켓 쇼핑몰에서 상표권 침해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지적재산권 침해 또는 부정판매자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로 권리침해신고제도, 상표보호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상 거래 블랙리스트에 대한 상시감시(모니터링) 제도까지 운영하는 점 등에 비춰 지마켓에서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개연성이 있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지마켓이 고의 또는 과실로 사후방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디다스, #지마켓, #오픈마켓,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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