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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이 저물어가는 이 시점. 평소 한국사회의 주거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본인은, 올 한해를 돌아보며 올해 주거불안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렌트푸어(전세 세입자)' 문제를 집중 조명 분석해 보았다. 다사다난한 해였던 2012년. '자신들의 집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의 어려움을 본 기사를 통해 만나본다.

'전셋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현실

이서희(47·가명)씨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구로구를 거쳐 경기 김포 장기동까지 쫓겨난 '전세 난민'이다. 재계약 때마다 수천만 원씩 오르는 보증금 때문에 5년 만에 무려 3차례나 외곽지역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씨는 "매번 이사할 때마다 '엄마 나 또 전학가?'라는 말을 하는 딸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보금자리를 잃고 외곽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또한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렇게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렌트푸어'의 문제로 이어져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서형민(32·가명)씨는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아파트 76제곱미터(23평)를 1억 9500만 원에 전세를 얻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모자란 1억 원은 대출을 받아야 했다. 300만 원 가량 월급을 받지만, 전세로 인한 대출이자, 할부금, 관리비를 내고 나면 저축은 커녕 매달 생활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서씨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결혼하면서 렌트푸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은 다들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은 상승하고...

매매가 하락, 전세가 상승 중
 매매가 하락, 전세가 상승 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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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처럼 2012년 전국 아파트 매매는 2.08%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3.15% 상승하였다. 전세는 전국적으로 서울, 수도권, 광역시, 지방지역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 12월과 비교하여 보면, 같은 기간인 2012년 12월에 전국 평균 전셋값이 평균적으로 624만 원이 증가하였다. 이렇게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아파트 매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즉, 집값에 비례해 전셋값이 움직이던 기존의 주택시장 양상과는 다르게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화로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심리가 팽배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집을 사는 것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크게 증가하고, 전세의 '수요. 공급 균형'이 깨지면서 보증금만 큰 폭으로 오르는 이상현상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소득이 470만 원 오를 때 전셋값은 1777만 원 상승, 또다시 대출하는 악순환

주택 1채당 전국 평균 보증금 추이.
 주택 1채당 전국 평균 보증금 추이.
지난 21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 발표한 '2012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세금 상승세는 전세가구 소득 증가세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평균 2908만 원이던 전세가구의 경상소득은 2012년 3월 현재 4380만 원으로 12.0% 증가하며 2년 사이 470만 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세가구가 부담한 전셋값은 평균 9274만 원으로 2010년 7497만 원보다 23.7% 올랐다. 2년간 소득은 470만 원, 12% 오른데 반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셋값은 1777만원으로 23.7%나 급등한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빠르게 증가하는 전세금을 대려면, 결국 또다시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10년 2057만 원이던 부채보유 가구의 전세보증금 대출은 올해 2795만 원으로 35.8% 증가했다. 전세가구의 대출 중 전, 월세 보증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9%에서 4% 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28.5%로 나타났다. 이제 전세를 얻으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은 치솟는 전셋값에 더 싼 곳을 찾아 헤매는 '렌트푸어' 신세를 면치 못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해결방안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인 지난 9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서민, 중산층의 집 걱정을 덜어주는 데 중점을 둔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주제로 렌트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공약을 내세웠다.

렌트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란 전세금이 없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대출을 얻은 집주인에게는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월세인데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비교적 싸기 때문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세제혜택만으로 자신의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아줄 '천사'같은 집주인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박 당선인은 전·월세 상환제 도입과 철도부지 위에 영구임대주택 20만호를 짓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러나 실제시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확보와 입지여건이 좋은 부지확보 등을 위해 많은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박 당선인이 내세운 부동산 정책 방향은, 전세난 해소 등 주거안정과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와 같은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재원마련과 정책의 실효성 한계를 극복하고 내놓을 서민주거복지형 부동산 정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태그:#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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