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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8시 20분 안철수 대선후보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부분 대선후보 등록 전까지 완주하겠다는 다짐의 자리가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안철수 후보는 사퇴를 가지고 나왔다. 안철수의 지지자들은 큰 충격과 함께 상실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그 아름다운 양보의 미덕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 답을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신라의 4대 임금인 석탈해이다. 장인인 신라 2대왕 남해 차차웅(제사장의 의미)이 왕위를 사위인 석탈해에게 물려주려 하자 그는 처남인 유리와 희한한 내기를 한다.

바로 치아의 개수를 세어 치아의 개수가 많은 쪽이 왕이 되자는 것이었다. 결국 치아의 개수가 더 많은 유리가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신라 3대왕 유리 이사금(연장자의 의미)인 것이다. 임금의 어원인 잇금도 이 설화에서 유래한다.

언뜻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일 줄 모르나 이것은 석탈해의 신의 한 수였다. 그는 용성국 출신의 외래인으로 신라에 기반이 취약한 신흥세력이었다. 만약 석탈해가 남해 차차웅에 이어 바로 왕위에 올랐으면 어땠을까? 그것은 바로 기존의 신라 주도세력의 반발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왕위를 오래 유지 하지 못하고 축출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석탈해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치아의 개수로 왕위를 정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양보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존세력에게서 인심을 얻은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석탈해는 유리 이사금 사후 신라 4대 왕에 오르게 된다.

MBC 사극드라마 '김수로'에서 석탈해로 분한 배우 이필모

석탈해는 변변한 지지기반 없이 신라드림을 이룬 외래인이었다
▲ MBC 드라마 김수로 중에서 MBC 사극드라마 '김수로'에서 석탈해로 분한 배우 이필모 석탈해는 변변한 지지기반 없이 신라드림을 이룬 외래인이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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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사퇴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양보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안철수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채 만 2개월 밖에 안 되는 정치 신인으로 그 지지 기반이 석탈해와 마찬가지로 미약하다.

만일 단일화 싸움에서 이겼더라도 기존의 민주당세력을 다 감싸안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양보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석탈해가 했던 것처럼 야권 지지자들(특히 민주당의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이렇게 하게 되면 차기 또는 차차기의 대통령으로서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안철수의 사퇴 이후 대부분의 반응이 안철수가 기존 정치세력에 일성을 가하여 야권인 민주당의 자기 쇄신을 꾀하게 했고, 문재인 후보에 대해 양보의 미덕을 보여 안철수 자신의 이미지 가치를 높였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20년간 정치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바로 석탈해가 걸었던 그 길과 많이 닮아 있다. 그의 양보에 의한 단일화 이후 그가 어떤 정치일로를 걷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


태그:#석탈해, #유리이사금, #안철수, #양보의 미덕,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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