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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새누리당과의 '합당'에 반대해 선진통일당을 탈당한 뒤 민주통합당 입당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권선택 전 의원.
 새누리당과의 '합당'에 반대해 선진통일당을 탈당한 뒤 민주통합당 입당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권선택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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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 선진통일당 대전시당위원장 권선택 전 의원을 민주캠프 '국민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복당'을 선언하며 선진통일당을 탈당하고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권선택 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캠프에 안착하게 됐다.

권 전 의원은 지난 달 30일 탈당과 함께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그 다음날 오전 문 후보의 환영을 받으며 민주당에 입당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일 아침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권 전 의원 주변에서는 문재인 캠프가 권 전 의원을 영입하는 형식으로 모셔와 캠프의 주요 요직을 맡길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렇기 때문에 문 후보가 직접 환영 사진을 찍기라도 할 요량으로 일정이 잡혀있었던 것.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진 찍기는 취소됐다. 권 전 의원의 행보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청와대 초대 인사비서관을 지낸 권 전 의원은 2004년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출마해 당시 탄핵바람 속에 한나라당 강창희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한나라당에서 넘어 온 염홍철 후보를 대전시장 후보에 전략공천하자 탈당했다.

그 후 심대평 대표가 창당한 국민중심당에 참여했고, 자유선진당과 선진통일당으로 이어지는 충청권 지역정당 속에서 국회의원 재선, 원내대표, 최고위원, 대전시당위원장 등 주요요직을 맡아왔다. 그리고 2012년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문제는 권 전 의원이 이인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합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구 선진통일당 관계자들이나 이인제 대표가 라디오에 나와서 직접 밝힌 내용에 따르면, 권 전 의원이 새누리당과 합당을 강력히 주장했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전지역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압박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 전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고 따르던 대전 중구지역 지방의원 등을 불러 '새누리당행' 결심을 털어놓고 함께 갈 것인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가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발표하자 갑자기 마음을 돌려 탈당과 문재인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멘붕'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2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정우택 최고위원과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 염홍철 대전시장 등이 합당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2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정우택 최고위원과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 염홍철 대전시장 등이 합당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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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를 이인제 대표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새누리당 행에 합류하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탈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대전지역 정치지형을 아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분석이기도 하다.

참여정부에서 인사비서관과 전략공천을 받았던 사람이 전략공천에 반발해 뛰쳐나갔고, 지역주의 정당에 머무르면서 심대평, 이회창, 이인제 대표와 함께 지역주의를 부추기던 사람이, 심지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물론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정당을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에 흡수합당시키려 했던 사람이 이제는 문재인의 품에 안긴 것이다.

만일 염홍철 대전시장이 새누리당 행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권 전 의원은 아마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분주하게 뛰고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해 보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일까?

문재인 캠프 내부에서는 '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소신도 철학도 없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고 기웃대는 정치철새를 마구잡이로 영입해 주요 요직에 앉히고, 어제의 적을 전면에 내세워 표 구걸에 나서는 모양이 과연 문재인이 말하는 정치개혁이고 혁신인지 묻고 싶다.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껴 등을 돌린 국민들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그가 요구하는 정치개혁 숙제를 풀기위해 인적쇄신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다 바꾸어서라도 안철수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내겠다고 문 후보는 약속한다. 그러나 그 약속을 신뢰하기에는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권 전 의원 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선진통일당을 탈당한 류근찬 전 의원도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인터넷신문 '디트뉴스24'의 보도에 따르면, 류 전 의원이 입당 기자회견을 하던 날 문 후보는 류 전 의원과 권 전 의원을 만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그런데 지금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후보는 난파된 지역주의 정당에서 뛰어내린 지역주의 세력들을 붙들고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전면에 내세워 표몰이에 나서겠다고 한다. 결국 모든 것이 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까?

끝으로 문 후보에게 묻고 싶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차라리 이인제 대표와 손을 잡고 '새누리당으로 가지 말고 민주당으로 오라'고 하지 그랬느냐고 말이다.


태그:#권선택, #문재인, #염홍철, #이인제,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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