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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으로부터 과일을 선물받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으로부터 과일을 선물받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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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민생투어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난 13일 온종일을 충남과 세종, 대전에서 보내며 충청민심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충청권은 박 후보의 발언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박 후보는 13일 오전 충남 천안 농수산물시장과 공주시 유구읍의 5일장인 유구장을 찾아 김장재료를 사면서 상인들의 마음 얻기에 주력했다. 또한 오후에는 세종시로 이동해 새누리당 세종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다시 대전으로 이동에 노은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다시 서구의 오페라웨딩으로 이동해 '희망살리기 전진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고, 또 다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로 이동해 '2012 지역신문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전날 전남 담양에서 하룻밤을 묵은 박 후보는 2시간가량을 달려 이날 오전 10시부터 천안일정을 소화했고, 마지막 일정을 마친 시간은 저녁 6시가 넘어서였다. 이처럼 빡빡한 일정으로 충청권에서 온 종일을 보낸 것은 충청권이 이번 대선에서도 최대의 승부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후보는 그동안 충청권에서 그 어떤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아왔고,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은요' 한마디로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뒤엎은 저력을 가지고 있어, 박 후보의 충청권 방문은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민생투어를 통해 충청권 민심을 휘어잡겠다는 박 후보의 계획은 오히려 '과학벨트 성공적 추진 의지 의심'이라는 논란만 키우는 마이너스 행보가 되고 말았다.

이날 '희망살리기 전진대회'에 참석한 박 후보는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매입비'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추진된 '과학벨트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대전이 거점지구로 선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약 7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부지매입비를 대전시가 일부라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대전시를 비롯한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나서서 한 목소리로 과학벨트는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국가전략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부지매입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전시 부담 입장을 고수해 왔고, 최근에는 김황식 총리가 '대전시 부담을 위한 정부와의 협의가 안 될 경우, 과학벨트 사업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충청권 민심은 험악해진 상황.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에게 지역기자들은 '지금 정부가 부지매입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과학벨트 성공추진을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부지매입비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는 박 후보가 이날 축사에서 "과학벨트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고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확인이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대전시에서 능력껏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를 부담하라는 의미냐'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박 후보는 "(대전시에서)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능력껏 하고, 국가에서 나머지는 지원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자 또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박 후보는 '대전시에서 공식적으로 한 푼도 부담 할 수 없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전시가 부지매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김황식 총리의 발언과 일치해 이미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박 후보가 입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대전시당위원장이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후보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 대전시 부담 발언'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대전시당위원장이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후보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 대전시 부담 발언'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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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예정부지가 지역구이면서 해당 상임위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소속된 이상민(대전 유성구) 민주통합당 대전시당위원장은 14일 오후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일부를 대전시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박 후보의 발언은 과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이라며 "그 분의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케 하는 것은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자신 스스로 과학벨트 성공추진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으로 그 약속이 허구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그 분의 발언취지가 김황식 총리 등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미 정부와 그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보이고, 박 후보도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진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서, 그리고 최고 지도부로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는 정부의 몫이다, 그 일부라도 대전시에 떠넘겨서는 결코 안 된다'라고 속히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후보에 발끈하는 것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4일 성명을 통해 박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박 후보의 발언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정부와 대전시가 협의과정을 거쳐 해결하겠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발언"이라며 "결국 과학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과학벨트 사업의 정상추진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이미 과학벨트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약속하면서도, 당 차원에서 약속한 상대부호들과 달리 과학벨트의 예산증액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없었고, 부지매입비 논란조차도 당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행정도시 백지화 선언에 이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라는 대선공약의 백지화로 지역민들의 자존을 짓밟았다"며 "우여곡절 끝에 과학벨트의 대전입지가 확정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부지매입비를 대전시에 전가하면서 과학계와 지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또다시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가 지역민들의 초미의 관심 사안인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의 일부를 대전시가 분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150만 대전시민들과 충청권 지역민들을 또다시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끝으로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과학벨트 사업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닌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선공약 사업이었으며, 과학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이라면서 "따라서 박 후보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대전시 전가는 설득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는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과 합당을 선언한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가 13일 오후 충남 조치원읍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세종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합당을 선언한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가 13일 오후 충남 조치원읍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세종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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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 후보의 충청권 방문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논란'만 낳은 게 아니라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욕보이는 '막말 논란'도 낳았다.

새누리당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대표는 13일 오후 박 후보가 참석한 새누리당 세종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부패혐의에 쫓겨 자살했다'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날 즉각 대변인 논평을 내 "고인의 죽음마저 매도해야 하는지 인간적 비애를 느낀다'며 "자리에 함께 있었던 박근혜 후보의 인식도 같은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노무현재단도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의 말은 정치적 막말 수준을 넘어 인륜을 저버린 망언이며, 노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했던 수많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게 막말과 망언을 일삼는 자들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이 '박근혜식 국민통합'이고 '박근혜식 선거운동'이냐"고 비난했다.


태그:#박근혜, #과학벨트부지매입비, #과학벨트, #이상민, #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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