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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rival).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어원은 라틴어로 강을 의미하는 rivus의 파생어이다. rivalis. 이것이 "같은 강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람들"에서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의 의미로 발전하고 프랑스어를 통해 영어로 되었다고 한다.(사전 참조)

개인이, 단체가, 국가가, 인류가 계속 발전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라이벌들이 활동했고 그들이 일으킨 시너지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마오쩌둥과 장제스.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를 설립한 세기의 라이벌이다. 20세기 초, 각각 공산당와 국민당을 이끌고 중국을 놓고 자웅을 겨루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진동시킨 이들의 대륙전쟁은 공산당 마오쩌둥의 승리로 끝맺는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고대 유럽의 판세를 바꾼 포에니 전쟁의 영웅들이다. 한니발의 로마 침략과 파죽지세의 승리와 진격. 위기의 로마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결국 한니발을 물리치게 되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고대의 제일 중요한 전쟁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라이벌은 누가 있을까? 이황 vs. 이이? 이순신 vs. 원균? 이승만 vs.김구? 누구나 아는 라이벌이 있다. 일명 '양김'. 바로 김대중과 김영삼이다.

김대중 vs. 김영삼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 왕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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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건국된 지 어언 65년이 되어간다. 이 중 50년 이상, 한국 정치사에서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두 사람이 있다. 양김,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이승만 시대에 정치에 입문한 이 두 사람은 부잣집 자제인 김영삼의 승승장구와 김대중의 험난한 정치입문으로 필생의 라이벌이 된다. 책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으로 그들의 정치 역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시작은 김영삼이 좋았지만 70년 대선 후보로 김대중이 뽑히면서 한발 앞서가는 듯했다. 하지만 김대중은 지역(호남)감정과 부정 선거 등으로 박정희에게 참패하고 시련이 시작된다. 김대중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유명한 '김대중 납치 사건'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당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로 정권을 잡아 '서울의 봄'까지 두문분출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 드디어 '서울의 봄'(프라하의 봄:서울편)이 왔다는 생각에 양김은 서울로 향하지만, 그곳에 있는건 겉모습만 다른 박정희에 불과한 전두환이었다. 5.18 이후 김대중은 사형 선고로 미국 망명 생활에 접어들게 되고, 김영삼은 단식 투쟁으로 민주화 투쟁에 불을 붙인다.

87년 단일화의 실패, 90년 김영삼의 배신?(김영삼, 노태우, 김종필의 3당 합당). 결국 92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김영삼에게 참패하고 은퇴를 선언한다. 5년 뒤 97년 대선에서 절치부심한 김대중의 승리.

현대사의 숨막히는 질곡 사이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은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의 꿈이자 목표였던 대통령에 나란히 당선이 되었고 나라를 이끌었다. 투철한 민주투사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그들의 고향때문이었을까? 김대중의 호남과 김영삼의 영남. 비록 그들이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 지역 감정의 거대한 선을 그었다는 건 이 둘을 향한 제일 강한 비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당시 했던 말이 책에 나온다.

숱한 비도덕적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국민이 기억하지도 따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목탁이 되어 권력과 강자들의 비리를 폭로, 심판해야 할 언론들이 그 임무를 태만히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잘나야 합니다. 국민이 현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무서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민족 정통성, 민주 정통성, 정의 사회, 양심 사회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제값을 가지고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시시비비를 먹고 자랍니다.

안철수 vs. 문재인? NO! 안철수 and 문재인

건국 이후 한국의 정치는 김대중과 김영삼에, 김대중과 김영삼에 의한, 김대중과 김영삼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and가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vs 아니면 or이 존재했을 뿐이다. 87년 대선에서의 결정적인 후보 단일화 실패. 그 중심에 이 둘이 있었다. 그런 87년의 기억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의 2012년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보고 단일화를 촉구하며 "후보 단일화 실패로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발전 수준을 심각하게 후퇴시켰던 1987년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정치적 소회를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삼국지 '적벽대전'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천하 용장 여포를 섬멸하고 하북의 원소 일파를 소탕하고 장수를 무찌름으로써 하북 통일을 한 조조가 남쪽의 손권에게로 눈을 돌려 100만(논란의 소지 다분함) 대군을 이끌고 남하했을 때, 유비는 제갈량의 책략으로 손권과 손을 잡고 조조군을 대파했었던 고대 중국 최대의 전투이다. 조조, 손권, 유비가 솥처럼 중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합종연횡'의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합종연횡'이 시작되는데,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연대했던(선거 전날 정몽준이 단일화를 파기했지만) 바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이미 시작되었다. 우선 박근혜 후보 측은 옛 민주당 인사를 영입하고,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했으며, 반노무현 인사를 끌어들이는 등의 계획을 하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역시나 단일화에 대한 말들이 많다. 만일 이들이 단일화를 이루게 된다면, 문 후보의 친노·진보와 안 후보의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되므로 진정한 의미의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이동형, 15.000원, 왕의 서재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 정의를 위한 처절한 2인의 전쟁 국민 90%가 모르는 이야기

이동형 지음, 왕의서재(2011)


태그:#김대중,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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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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