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이 북방한계선, NLL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격랑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고,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문제를 부각시키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지난 15일 MBC < 뉴스데스크>가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리포트의 도입부입니다.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이른바 NLL 파문과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같은 관점은 MBC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을 제외한 거의 대다수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진실은 캐지않고 정치공방으로 보도하는 언론들
여야가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두 사안을 두고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다면, 언론의 지금과 같은 보도태도를 나무랄 순 없겠지요. 하지만 한쪽은 비교적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고 다른 한 쪽은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다분히 정치공세로 여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면? 그럼에도 언론이 두 사안을 단순비교하면서 정치공방으로 보도하고 있다면?
현재의 언론보도가 지극히 편파적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주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무조건 정치공방으로 보도해 버리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NLL파문 모두 여야가 정치공방을 위해 끄집어낸 아이템'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의 노골적인 편파보도 못지않게 대다수 언론의 '정치공방' 보도가 위험한 이유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수장학회 파문과 '정문헌 의원 NLL 논란'은 단순비교가 불가능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정수장학회 파문은 언론사가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사안이지만 '정문헌 의원 NLL 논란'은 그야말로 아무 근거도 없는 정문헌 의원의 일방적 주장만 있는 정치공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주체부터 관련 근거, 대상자 반응 및 유통경로 등을 따져 봤을 때 정수장학회 파문은 근거가 확실한 반면 '정문헌 NLL 논란'은 도무지 제대로 된 근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래에 있는 <표1>을 한번 보시면 제 말이 어떤 의미인지 대략 알 수 있으실 겁니다.
판단은 하지 않고 새누리당 '중계보도실'로 전락한 언론들 두 사안의 성격이 이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판단은 하지 않고 그저 여야의 주장을 나열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고, 당사자인 MBC조차 기본적인 사실관계만큼은 인정하고 있는 '정수장학회 파문'과 근거도 불충분하고 2007년 정상회담 참석자들이 '날조'라며 반발하고 있는 '정문헌 NLL 논란'이 동등하게 취급됩니다.
덕분에(?)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외부인사 영입문제 등을 놓고 내분 양상까지 벌어졌던 새누리당은 'NLL 파문'으로 정국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이 상황을 좀 거칠게 말하면,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에 언론이 적극 또는 자발적으로 응하면서 새누리당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의 이런 태도 온당한가요?
'조문'(조선-문화)의 편파적인, 편파적이어도 '너~~무 편파적인' 이중 잣대도 지적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정문헌 의원의 근거가 불명확한 일방적 주장을 1면과 종합면에서 대서특필한 이들이 정작 근거가 확실한 정수장학회 파문에 대해선 도청의혹·정치공방과 같은 물타기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2>와 <표3>을 한번 비교해 보시죠. 조선·문화일보의 편파보도와 물타기가 어느 정도로 심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NLL 논란과 관련해 조선·문화일보는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의 주장을 기정사실화 한 채 거의 일방적으로 보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근거도 미약하고, 의혹제기 당사자의 말이 계속 바뀌었는데도 이들은 1면과 관련기사 등을 통해 새누리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확대·재생산해 왔습니다.
하지만 근거도 확실하고, 언론사의 합리적 의혹제기라고 평가받는 정수장학회 파문에 대해 조선·문화일보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이들은 정수장학회 파문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표3>을 한번 보시죠.
조선·문화일보가 보도한 정수장학회 파문 기사에서 '밀실협상'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MBC 민영화 추진 배경(김재철 사장 연임 및 대선과 연관된 정치적 논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정수장학회 지분매각과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한 비판 역시 찾기 힘듭니다.
MBC 민영화 추진으로 훼손될 방송의 공공성과 자본 지배강화에 대한 우려도 없고,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그것이 언론계와 정부, 정치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을 반드시 거쳐야 할 사안이라는 최소한의 주문도 없습니다. 오로지 '박근혜의 득과 실''MBC 도청 논란''여야 정쟁격화' 등과 같은 단어만 난무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정문헌 의원 NLL 주장'을 보도할 때와 극단적인 대비를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비판의 영역에서 벗어난 MBC... 우린 '막가파식으로' 보도한다?문제는 최근 MBC가 조선·문화일보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어제(16일)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해 MBC가 < 뉴스데스크>(10월15일)에서 보도한 '어이없는 행태'('점입가경 MBC, 적반하장 MBC)를 전해드린 바 있는데 16일 < 뉴스데스크>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보도행태를 이어갔습니다.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NLL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주목한 MBC는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곳곳에 남겨진 자료에서 확인된다"도 보도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논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느냐"라면서 리포트를 정리합니다.
원래 'NLL논란'은 정문헌 의원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비밀 녹취록'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는데, 정작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오니까 일부 수구언론이 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막무가내로 추적하는 보도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근거가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정문헌 의원의 주장이 최소한의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이제 이 대열에 MBC도 합류를 하는 모양입니다.
이어진 NLL 관련 리포트 2개 그리고 또 다시 연속되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과 관련한 MBC경영진의 일방적 입장 나열. 16일 MBC < 뉴스데스크>는 전날의 '점입가경, 적반하장' 보도를 뛰어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저는 10월16일 <뉴스데스크>를 계기로 MBC보도는 언론 비평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이날 MBC의 헤드라인 뉴스를 17일자 조중동마저 무시했겠습니까. 추락하는 MBC의 현재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2012년 대선을 우리는 '이런 언론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수장학회 파문과 NLL 논란에 대한 이들의 이중 잣대는 향후 대선 보도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진행될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언론을 감시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장난질'이 극에 달할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여전히 언론개혁이 남아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