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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6일 오후 6시 30분]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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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화 김 승연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 1994년에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고, 2007년에는 폭행을 당한 아들을 위해 직접 '보복폭행'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사면받았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 특히 재벌 총수들의 못된 버릇을 더 이상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김 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한화' 김 회장은 '보복폭행'이라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부정(父情, 당시 한화 측의 보도자료 설명대로)'을 보여준 '누범'으로, '사면'이나 '선처'를 부탁하기도 부끄러운 지경입니다.

그런데 최근 김 회장과 관련해 관심 있게 읽은 기사가 있습니다. 지난 21일 대전지역 인터넷신문인 <디트뉴스24>에 나온 <어느 '한화 맨'의 이유 있는 토로-[디트의 눈] 김승연 회장 구속 관련 "충청의 무관심에 섭섭">이라는 칼럼이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칼럼을 쓴 기자가 한화그룹 유력 인사를 만났는데, '김 회장이 그 동안 충청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왜 충청도가 구명운동을 하지 않느냐, 충청도가 이럴 수 있느냐,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단 한 건도 없어 섭섭하다'고 항의성 발언을 쏟아 냈다는 내용입니다.

그 인사는 또 '경제민주화가 화두이다 보니 대기업 총수의 위법행위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충청 출신인 김 회장이 본보기로 걸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칼럼을 쓴 기자는 '충청홀대론'을 들먹이며 이 환화맨의 토로가 '이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충청인 명예에 먹칠 한 죄' 사죄는 못할망정... 볼멘소리 할 처지인가

지난 21일 디트뉴스24에 보도된 칼럼 화면 갈무리.
 지난 21일 디트뉴스24에 보도된 칼럼 화면 갈무리.
ⓒ 디트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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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지는 않지만 한화 김 회장이 충청지역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충청인이 '왜 구명운동도 하지 않느냐'는 책망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그 한화맨의 말대로 설령 한화가 충청을 위해 한 일이 많다고 하더라도 물의를 일으켜 충청인의 자존심과 명예에 먹칠을 한 죄에 대해 사죄해야 마땅하지, 왜 구명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처지냐는 물음입니다.

또 이를 대하는 언론이 지역에 공헌을 했으니 불법을 저질러도 용서해주고, 탄원서를 써주어야 한다고 지역민을 부추겨야 하는 걸까요.

<디트뉴스24>에는 오늘(26일)도 김 승연 회장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김 승연 회장 없어도 한화 불꽃쇼는 '네버스탑'-4억 원 들여 백제문화제 개막식서 '중부권 최대의 불꽃쇼' 연출>이라는 기사입니다. 오는 29일 제58회 백제문화제 개막식의 피날레를 한화그룹이 4억여 원을 투입해 '중부권 최대 불꽃쇼'를 연출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백제문화제 측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가공한 것입니다.

경제정의에 어긋나는 기업인의 행태에 회초리를 들지는 못할망정 뚱딴지 같은 이유를 갖다 붙이며 지역감정에 기대는 발언까지 옹호하는 일은 여기서 멈췄으면 합니다.


태그:#김승연, #한화, #디트뉴스, #백제문화제, #보복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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