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공주 이미지에 반기를 드는 캐릭터다. 우아한 드레스를 즐겨 입고 교양 있는 언어 구사를 할 줄 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공주의 전형성을 탈피한다.

▲ <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공주 이미지에 반기를 드는 캐릭터다. 우아한 드레스를 즐겨 입고 교양 있는 언어 구사를 할 줄 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공주의 전형성을 탈피한다.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공주 이미지에 반기를 드는 캐릭터다. 우아한 드레스를 즐겨 입고 교양 있는 언어 구사를 할 줄 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공주의 전형성을 탈피한다. 거울 보는 대신 활쏘기를 즐겨하며, 수를 놓는 대신 말 타기를 즐기는 식이다.

메리다의 아버지 퍼거슨 왕은 왕국 주위의 부족들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결혼할 상대를 부족장들의 아들 가운데서 찾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정치적 평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메리다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성과 결혼해야 하는 관습법에 희생되어야 한다. <신의>에서 고려의 공민왕이 노국공주라는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해야 하는 것처럼, 왕국과 부족을 아들과 딸의 결혼으로 묶어 놓음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메리다는 왕국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결속 체계로서의 결혼에 철저히 반대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어떻게 평생을 같이 할 것인가. 메리다라는 캐릭터 자체가, 기존의 수동적인 공주의 모습 대신에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길 바라는 능동성을 가지기에 그렇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가 왕국과 부족을 평화로 이어줄 결혼이라는 관습법을 거부함으로 전쟁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그 반면에 남자들의 어설픈 마초 본능, 전쟁욕을 중화시키는 '해독제' 역할도 한다.

▲ <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가 왕국과 부족을 평화로 이어줄 결혼이라는 관습법을 거부함으로 전쟁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그 반면에 남자들의 어설픈 마초 본능, 전쟁욕을 중화시키는 '해독제' 역할도 한다.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


하지만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메리다 공주가 벗어나는 능동성을 가진다고 해서 그녀에게 '호전적인 남성상'만 부여된 건 아니다. 활쏘기와 말타기를 즐겨한다 해서 <뮬란>의 전투적 이미지만을 덧입히기에, 메리다에게는 '평화주의자'의 색깔도 있다.

퍼거슨 왕의 딸과 부족장의 아들 사이의 결혼이 결렬될 위기에 처하자 퍼거슨 왕과 부족장 사이에는 전쟁의 기미마저 보인다. 왕국과 부족을 연합할, 자식 세대의 결혼이라는 끈이 결렬될 위기에 처해서다.

하지만 전쟁의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하도록 만드는 이는 퍼거슨 왕과 부족장이라는 남자들이 아닌 메리다다. 메리다가 왕국과 부족을 평화로 이어줄 결혼이라는 관습법을 거부하면서 전쟁의 위기를 불렀지만, 그 반면에 남자들의 어설픈 마초 본능과 전쟁에 대한 욕구를 중화시키는 '해독제' 역할도 한다.

메리다 공주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왕국과 부족을 연합하는 구실로 작용하는 결혼을 거부한다. 부족장의 아들 가운데 자신보다 뛰어난 용사나 자신이 사랑할 만한 가치의 남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메리다가 자신의 주체성만 고집함으로 왕국과 부족의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만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왕국과 부족이 전쟁 위기에 다다랐을 때, 거꾸로 메리다는 이 두 세계를 통합할 줄도 아는 '중재자'로서의 위력도 발휘한다.

이처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남자들의 세계를 묶어주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도, 남자들의 어설픈 마초주의를 순화할 줄 아는 것도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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