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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 947m 정상석인데 바로 군부대 철책 옆에 세워있다.
 금학산 947m 정상석인데 바로 군부대 철책 옆에 세워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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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금학산 947m 일요일 두 동생들과 함께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금학산 정상을 산행을 하고 왔어요 산행중 만난 많은 버섯과 야생화 사진을 동영사에 담아 기록을 남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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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연례행사인 우리 집안 벌초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서 하게돼 일요일이 공치는 날이 됐다. 심심한데, 어디 산에나 다녀올까 궁리하는데... 이를 눈치챈 아내가 지난주에 백두산에 다녀오느라 이번 주에는 한 주 쉬면서 교회나 가자고 한다.

나의 마음은 이미 산행하기로 결심한 이상 계획을 바꿀 수가 없다. 아내에게 "난 죽으믄 죽었지 그렇켄 못해요"라고 했더니, 아내는 "당신 그 고집 앞에 말을 한 내가 멍텅구리지"라며 교회에 가자는 소리를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아내가 백기를 들고 나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바뀔 사람도 아니니, 내친김에 대중교통 1호선 전철 타고 동두천역에가 경원선 열차 타고, 신탄리에 도착해 다시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철원여고 앞에서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즉, 금학산 정상을 찍고, 다시 고대산으로 이어지는 연계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들이 오른 금학산 산행로 코스 설명서
 우리들이 오른 금학산 산행로 코스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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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여자중,고등학교에서 부터 금학산 산행이 시작된다.
 철원여자중,고등학교에서 부터 금학산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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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과 고대산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준령급산으로 DMZ와 청정지역 철원평야를 조망할 수 있다. 금학산은 6·25 때 (평강을 중심으로 철원과 김화지역 일대를 아울러 이른바 '철의 삼각지(iron triangle)'로 불린 곳이다.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탈환하는데 요충지다. 때문에 6·25 때 중공군과 북한군이 이곳 철원지역에 군사물자와 병력을 대거 투입하여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6·25때 열흘 동안 고지의 주인이 24번 바꿔 


6·25때 내가 7살이었으니, 벌써 강산이 여섯 번이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세월이 지나도록 우리나라 남북통일의 길은 묘연하기만 하다. 특히,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1·4 후퇴 때인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피난 나올 때였다. 파주지역을 지날 때, 신작로 가에 즐비하게 나뒹구는 (인민군 북한군) 시체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 잊을 수가 없다.

그 아련한 기억을 회상하며 철원의 금학산을 다시한번 상기해본다. 기왕지사 산행하는 것, 혼자 가는 것보다는 말동무 친구라도 함께 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군포에 사는 매제와 분당에 사는 외사촌 여동생에게 철원 금학산과 연천 고대산을 연계하는 산행을 하자고 했다.  두 동생은 연계 산행이 만만치 않은 것도 모르고, 무조건 'OK'를 한다.

금학산 오름길에 만난 일명 "매바위" 그런데 아무리 요리조리 다시 봐도 매 그림자도 닮은것 같지 않다.
 금학산 오름길에 만난 일명 "매바위" 그런데 아무리 요리조리 다시 봐도 매 그림자도 닮은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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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에서 동생들과 함께 인증샷을
 매바위에서 동생들과 함께 인증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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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0분 동두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부평에서 동두천역까지 2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난 미리 나와 전철을 타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동두천역에 도착하니 8시 50분이다. 동생들과의 약속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온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건 순전히 내 잘못된 습관으로 생긴 일이니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그들을 만나 신탄리 거쳐 철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 12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내구간을 지나 '금화여중·고등학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다.  따끈따끈한 햇볕을 받으며 금학정(샘터)을 지나 금학 체육공원에서 곧바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고갯길 능선을 오르는데, 두 동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림보 거북이 산행으로 헐레벌떡 오른다.

내가 계획했던 '금학산, 고대산' 연계 산행 목표를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내 생각을 전하니 두 동생의 만면에 화색이 돈다.

금학산 산행길에 내려다 본 청정지역 "철원평야" 가 황금 들녘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금학산 산행길에 내려다 본 청정지역 "철원평야" 가 황금 들녘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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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폐엄폐 장발머리 군사 작전용 벙커 모습이다.
 음폐엄폐 장발머리 군사 작전용 벙커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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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매바위'인데... 모습은 전혀 '매'를 닮지 않아!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언제나 성질머리 급한 나는 혼자서 '매바위'에 올랐다. 이름은 매 바위인데, 형상은 조금도 매를 닮지 않은 바위다. 한참을 기다리니 두 동생이 나에게 산을 날아다니는 것 같다며 간식시간을 청한다.

산행 중에 간식먹기를 금하는 편이지만, 권하는 간식을 어찌 사양할 수 있단 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동생들이 권하는 음료와 떡을 받아먹고, 내친김에 매바위에 세 사람이 '인증샷'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린다. 서둘러 배낭을 메자, 동생들은 더 쉬고 싶어하는 눈치다.

아쉬워하는 동생들을 두고, 앞장을 서니 제아무리 엉덩이가 무거운 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마지못해 일어난다. 앞서 산을 오르다 보니, 이름 모를 야생 버섯류가 소담스럽게 솟았다.

올가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지 모르는 이 신비로운 버섯과 활짝 핀 야생화를 원없이 찍어본다. 이솝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어느 사이, 두 동생이 금학산 마지막 깔딱고개 군용벙커 위에 올라서 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금학산 산행길에 만난 희귀종 야생 버섯이 아름답다.
 금학산 산행길에 만난 희귀종 야생 버섯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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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 산행길에 만난 "구절초꽃"이 화사하게 피어 나를 반긴다.
 금학산 산행길에 만난 "구절초꽃"이 화사하게 피어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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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 지금 야생 버섯과 들꽃이 지천이더라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더 소담스럽게 피어 자태를 뽐내는 구절초꽃, 당귀꽃 등 여러 가지 야생화가 가득하다. 금학산 헬기장에 오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헬기장 아래 바람을 피해 먼저 오른 두 분 산꾼이 맛있게 라면을 끓여, 식사하시는 걸 본 동생이 라면 냄새를 맡고는 "아! 저 라면 냄새가 이렇게 그윽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식사를 하던 그들은 "라면 드실래요?"하더니 금세 라면을 한 개 끓여 주었다. 우리도 헬기장에서 식사하며 두 분과 인사를 나눈다. 두 분께서 이 기사를 보시면, 꼭 그때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군부대 철책에 바짝 다가가 서 있는 '금학산 947m'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오후 4시 반에 서둘러서 '마에 불상' 방면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전날 내린 비로 하산길이 미끄러웠다. 하산을 마치고 나니 오후 6시 40분이다.

서둘러 버스정류장에 가서 신탄리행 버스 시간을 물으니, 오후 8시에나 있단다.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지만, 뾰족한 재주가 없다. 마지막으로 택시 기사님께 요금을 물으니 새로 난 도로를 거치면 15000원정도 든단다. 그 바람에 신탄리역 앞 보리밥집에 들어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8시 기차를 타고 종각역에서 동생들과 작별하여 귀가하니... 흐미 밤 11시 20분이 지나고 있다.

금학산 정상에서 기자도 기념 사진을...
 금학산 정상에서 기자도 기념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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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철원, #금학산, #철의 삼각지, #매바위,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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