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수시 화장동 무선주공2차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아씨가 주민들을 속인 시공업체에 항의하고 있다.
 여수시 화장동 무선주공2차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아씨가 주민들을 속인 시공업체에 항의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14년 동안 한 관리소장이 근무했지만, 외부감사 한 번 없더니 결국 시공업체와 한통속이 돼 742세대 입주민들을 속인 것 아니냐."

여수시 화장동 무선주공 2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인 이은아 위원장의 말이다. 중앙 난방 방식인 이곳 아파트가 개별 난방으로 난방 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공업체와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을 속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입주민 눈속인 업체... 자재 KS 아닌 비품써

지난 3일 오후 8시 30분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무선주공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주민들은 공청회를 통해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사무소장 그리고 시공업체 대표를 불러놓고 경위를 따져 물었다.

입주민들은 "시방서에는 보일러 난방 배관 연결부에 KS 피복스텐인레스 주름관을 쓰도록 돼있는데, 95% 세대가 비품을 사용했다"며 공사의 재시공과 함께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또한 "잘못된 설계로 보일러로 연결된 가스관이 거실을 통과해서 이음새 부위에서 가스가 샐 경우 질식할 수도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을 질책했다.

무선주공 2차 아파트는 시공한 지 14년 된 아파트다. 중앙 난방 방식을 택하고 있는 이곳은 유가가 급등하자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개별 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시공업체는 공사 전 몇 세대를 선정, 표본이 될만한 공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막상 공사에 들어가니 시방서와 다른 자재로 시공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가 95%의 공정에 이르러 이것을 뒤늦게 발견한 입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그러자 업체는 공사가 덜된 50세대에 대해 표본 세대와 동일한 자재로 시공을 마쳤다.

정품이 설치되지 않은 세대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시공업체는 재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약속을 번복했다. 이에 주민들은 분노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4년 동안 이 아파트에 근무한 관리소장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입주민을 대표해 공사를 감독해야 할 입주자대표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방조한 것을 두고 뭇매를 맞고 있다.

비대위 구성... "묵살된 주민 의견 바로 잡겠다"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무선주공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시공업체와 관리소에 거센 항의를 하며 공청회를 하고 있다.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무선주공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시공업체와 관리소에 거센 항의를 하며 공청회를 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이후 주민들은 즉각 비대위를 구성했다. 반상회를 통해 임시로 새로운 동대표 13명을 뽑았다. 이로 인해 내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는 불신임으로 중도 하차할 위기에 처했다. 비대위는 주민 서명을 받아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그 동안 관리소와 입대에서 입주민의 의견이 묵살된 것을 바로 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또한 14년간 내부감사로만 대체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전문 회계감사를 통해 '외부감사'를 받아 법적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5일 업체로부터 '하자보수 이행각서'를 받아냈다. 이행각서의 요지는 ▲ KS가 아닌 비품으로 설치된 세대에 대해 재시공하고 피해보상에 대한 실비 보상을 실시 ▲ 재시공 않는 세대는 3년에서 10년간 장기보증을 실시한다는 것.

이같은 사안에 대해 유영우 입주자대표회장은 "안방에 보온재가 덮여 있어 시공상 문제점이 생긴 것을 잘 몰랐다"며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에 사과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것으로 재시공과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선주공 2차 신애숙 관리소장은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은 보일러 용량에 대한 선정 과정에서 괘씸죄가 걸려 미움을 샀기 때문인 것 같다"며 "14년 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내 손으로 가꿨다, 공사가 끝나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고 서운할 뿐"이라고 밝혔다.

여수시 무선주공 2차는 5월부터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전환공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수시 무선주공 2차는 5월부터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전환공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한편, 사태가 불거지자 동신기업은 입주민에게 사과문을 올렸다. 동신기업 전철희 대표는 시공이 잘못된 부분은 하자로 인정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체를 원하는 세대는 바꿔드리고, 원하지 않는 세대는 10년 동안 하자 보증 기간을 늘려주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왜 KS 주름관을 안 쓰고 비품을 썼느냐'는 물음에 전 대표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KS 피복 스테인레스 주름관은 나오지 않는다"며 "표본 세대에 설치된 자재로 공사를 하지 않았지만 성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방서상에 문제는 없지만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선주공 2차, #입주자대표회장, #개별난방, #아파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