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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학교 어르신들의 졸업식을 모두 함께 축하했다. 아름드리학교는 매월 구름산초 손주들과 함께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아름드리졸업식 아름드리학교 어르신들의 졸업식을 모두 함께 축하했다. 아름드리학교는 매월 구름산초 손주들과 함께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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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뒤에서 묻는다. '어디가'라고. 그럼 나는 대답한다. '학교 가'라고. 배움이라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고, 배움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방윤순 어르신)

"까막눈이던 내가 한글을 더듬더듬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한없이 기쁘다. 배움이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한 것 같다."(김순란 어르신)

"호롱불 켜고 여덟 살 때부터 밥을 했다. 동생도 보고, 빨래도 하고, 나물도 뜯었다. 그리고 내가 66세에 구름산초등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 꾸지 못했던 나의 꿈을 지금 꾸고 있다."(김한순 어르신)

구름산아름드리학교 2기 졸업생들의 <졸업문집> 내용의 일부다. '처음으로 학생이 돼 보니 참 좋았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학사모를 쓴 20명의 졸업생 사진이 문집 표지에 있다. 구름산아름드리학교 2기 졸업식 입구에는 졸업생들이 작품들과 함께 <졸업문집>이 함께 전시됐다.

<졸업문집>에 담긴 감동은 다시 졸업식 소감을 통해 이어졌다. 24일 경기도 광명에 있는 한 학교의 시청각실에서는 눈물 가득 담긴 감사의 인사가 오갔다.

"칠십이 넘도록 초등학교 문앞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복지관에 들어와, 다시 초등학교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배움의 길을 열어 주어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 백 번, 천 번 해도 한없이 감사하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추우나 더우나 가리지 않고 가르쳐 주어 감사하다. 헤어진다니 서운하다." "좋은 세상 만나 너무너무 감사하다."

"어려서부터 공부하고 싶은데 봉사 눈이었다. 꿈에서 배우고 싶어 늘 공부하는 꿈을 꿨다. 봉사 눈을 뜨게 해줘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
"수학여행이 그렇게 가고 싶었다. 아들, 딸 수학여행 갈 때 부러웠는데, 이렇게 가게 됐다. 뒤에서 밀어주고 배움의 길을 열어줘 감사하다."
"팔십이 넘도록 학교 못 다녔다. 조금 더 배우고 싶은데, 배울 만할 때 졸업해서 너무 서운하다."

배움에 한 맺힌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겐 남다른 졸업식

졸업생 중 한 명이 소감 발표 중 눈물을 머금는다. 배움이 길에는 황혼이 없다.
▲ 아름드리 졸업생 소감발표 졸업생 중 한 명이 소감 발표 중 눈물을 머금는다. 배움이 길에는 황혼이 없다.
ⓒ 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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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아름드리학교'는 광명시내 혁신학교인 구름산초등학교와 인접한 광명시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이다. 아름드리학교의 프로그램이 여느 문해교육과 다른 점은 학교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현재 구름산초등학교에 재직중인 교사들이다. 교사 4명이 자발적으로 참여, 수업을 진행한다. 

수학여행, 졸업여행, 다양한 체험활동, 동문행사, 구름산초 학생들과 손주맺기 및 매월 정기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평생 배우지 못한 '한(恨)'을 품고 살아온 칠순, 팔순의 어르신들에게 학교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학교와 복지관이 연계하고 협력해서 문해교육을 운영하는 점 역시 주목할만 하다.

구름산아름드리학생들의 배움 공책.
▲ 아름드리학생 배움공책 구름산아름드리학생들의 배움 공책.
ⓒ 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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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학교는 지난 2010년 9월에 열어 2011년 7월 1기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어 2012년 7월 24일 2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2기 졸업식은 이날 오후 2시 구름산초 햇살마루(시청각실)에서 진행됐다. 20명의 졸업생들과 1기 선배들, 학교 관계자들과 복지관 관계자들, 가족들이 함께 참석해 2기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졸업식은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했다. 아름드리학교 어르신들과 손주들, 함께 했던 학생들이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복지관 하모니카 동아리 어르신들이 축하공연을 했고, 구름산초 리코더반과 풍물반 동아리도 축하공연을 했다. 이 학교 운영위원이면서 가수인 '피터팬'도 축하공연을 펼쳤다. 어르신들은 박수로 환호했고, 어깨를 덩실거리며 함께 즐겼다.

아름드리학교 명예교장인 구름산초 장재성 교장은 졸업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증서를 전달했다. 구름산초 자원교사들과 복지관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생 선배님들이신데 단지 정규학교 자닐 기회를 갖지 못해 약 60년 정도 늦어졌지만, 단기과정을 이수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구름산초 학생들에게 배움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은경 노인복지관장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이고 졸업식"이라며 "전국에 문해교육이 많지만 제도 속에 들어와서 진행하는 것은 아름드리학교가 첫 시도다, 학교를 열어 준 구름산초와 교사들에게 감사한다, 어르신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졸업식 사회를 맡은 양영희 구름산초 교육기획팀장은 "아름드리 어르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학생들"이라며 "선생님들을 하늘처럼 여기는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보이는 눈, 아픈 허리와 무릎을 무릅쓰고 빠지지 않고 오시는 어르신들을 통해 교사들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2기 졸업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1기 졸업생들도 '후배들 파이팅'을 외치며, 졸업을 축하했다. 졸업생 가족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2기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배움의 시기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배우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단지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학용품과 가방을 챙기며 기뻐하는 어머니 모습에 너무 감사하다. 졸업을 축하드린다. 학교와 복지관, 후원자들에게 감사한다."

구름산아름드리 학교는 이날 2기 졸업식을 끝으로 9월 다시 3기 학생들을 맞는다. 아름드리학교 역사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학교와 협력하는 문해교육 모델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광명시민신문에도 동시에 게재하였습니다.



태그:#혁신학교, #구름산초, #문해교육, #아름드리, #노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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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가 전)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안전과장 전)광명시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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