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사 수정 : 23일 오후 2시]

구름이
▲ 구름이 구름이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오늘 아침 발코니에서.
▲ 구름이 오늘 아침 발코니에서.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두살된 모란앵무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름은 구름이.
가슴에 하늘색 깃털이 구름을 닮았다.
15년간 키우던 강아지를 잃고 시름시름 무기력해지던 우리 집에 구름이 때문에 웃음이 시작되었다.

처음 온날 찍은 사진.
▲ 구름이 처음 온날 찍은 사진.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태어난지 두 달만에 보송보송한 솜털을 달고 내게로 왔다.
하루종일 내게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 모양이 어찌나 안스러운지...

엄마와 떨어진 아기새가 나를 엄마로 아는 듯했다. 잘 때도 같이 잤다.

난 위에 올라가 노는 모습.
▲ 구름 난 위에 올라가 노는 모습.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찐빵을 먹으러 슬슬 가는 구름이
▲ 찐빵과 구름이 찐빵을 먹으러 슬슬 가는 구름이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구름이는 우리 집에서 귀여운 막내 공주님이다.
맛있는 건 제일 먼저 맛 보게 한다.
응가를 하면 치우라고 눈치를 준다. 치울 때까지.
영리해서 말도 할 수 있다고 전문가가 말했는데, 아직 말은 아낀다.

전단지
▲ 전단지 전단지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제보된 사진
▲ 옥상위 구름이 제보된 사진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허겁지겁 밥먹는 모습
▲ 돌아온 구름이 허겁지겁 밥먹는 모습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구름이는 한 번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 작년 이맘때쯤.
산책 나갔다가 나무 위로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다.
구름이가 나를 배신하고 날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이틀째 동네에서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나는 점점 다급해져서 구름이를 찾았다. 온동네를 샅샅이 뒤졌다.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동물보호소에 딸아이가 전단지를 뿌렸다. 미친듯이.

혹시 구름이가 돌아올까 싶어 날아간 숲 나무에 자기집을 갖다 놓았다. 먹이와 물과 함께.
장마철이라 소나기는 왜 그리 쏟아지는지.
3일째 되던 날 아침. 삼성동 공항 터미널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밤 경비아저씨가 나무 위에 앚은 구름이를 "이리 와~' 하니까 오더라고.
그러면서 손을 깨물더란다. 우리 구름이가 맞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고 무릎을 꿇었다.
감사기도를 드렸다.
동물보호소에 보내려고 홈피에 들어갔더니 구름이 사진이 있었다고 했다.
그분은 아침엔 교대하셔서 뵐 수 없었지만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집에 어떻게 운전해 왔는지 기억도 없다.
오자마자 밥을 줬더니 흡입하듯 먹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루종일 먹고 자고만 했다.
어디서 물렸는지 목 뒤엔 깊게 파인 자국도 있었다.
완전 거지꼴이었지만 목욕도 시킬 수가 없었다. 너무 불쌍해서.
도대체 압구정에서 삼성동까지 어떻게 날아갔지 ?
그것이 알고 싶었다.

구름이
▲ 구름이 구름이
ⓒ 지성옥

관련사진보기


구름이는 아침에 눈떠 잠들 때까지 나와 함께 지낸다.
좋아하는 음악은 노래도 부른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 해도 그래도 아직은 살만 하다.
그리고... 세상에 기적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일어날 기적을 기다리면서 희망을 품고 살련다.
아무리 힘들어도.


태그:#모란앵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