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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되었다는 국방부와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특히 천안함이 어뢰에 피격되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 과학자는 대잠수함전에 관한 국제적 전문가로 알려져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23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있는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의 유도무기와 대잠수함전 전문가 안수명 박사(69)는 지난해 6월부터 정보공개법에 따라 미 해군에 천안함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이달 초 '미 해군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보고서'와 '다국적정보지원분과 보고서'를 건네받았다.

토마스 에클스 제독(준장)은 해군 함정 사고 분석 전문가로 지난 2010년 4월 미국측 조사단장으로 천안함 사건 조사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처음으로 공개된 에클스 보고서와 관련해 안 박사는 "에클스 제독이 내린 결론(요약)이 천안함 합조단의 중간 보고서(최종보고서도 동일)의 결론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미 에클스 제독의 결론, 합조단과 달라"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CHT-02D라는 어뢰에 의해 침몰됐다'는 합조단 보고서에 대해 에클스의 보고서는 "어뢰가 유력(most likely a torpedo)". "가능성으로 그러나 매우 낮지만(Possibly, but very unlikely, a moored mine) 계류기뢰"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에클스는 자신이 서명한 합조단 보고서와는 달리 여기선 기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안 박사는 백령도 인근 해상의 조건에서 기뢰가 아니라면 (기뢰가 아닌 조건이) 어뢰에도 해당되며, 거꾸로 어뢰라고 하는데 왜 기뢰는 안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지난 1977년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일정밀공업 등이 육상조종기뢰(MK-6 폭뢰)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안 박사는 "아직 남아 있는 2차대전 때의 기뢰도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MK-6 폭뢰는 폭발되더라도 폭약량이 작아(136㎏) 47m의 깊은 수심에서는 선체를 절단시킬 수 있는 폭발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쪽 전문가들은 천안함 하부의 동축 샤프트에 그물이 걸려 있듯이 천안함이 그물과 함께 이 해저에 있던 기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어뢰가 천안함 하부 6~9m에서 폭발하듯이 천안함에 아주 근접해 기뢰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박사 "어뢰일 확률 0.0000001% 수준"

이른바 '1번 어뢰'의 음향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 박사는 백령도와 같은 서해 인근 해상의 조건에서는 탐지음파 대 소음(Signal to Noise ratio)의 차이를 모르기에 음향에 수중탐지나 추적은 거의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어뢰의 공격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천안함 아래 3~6m(수심 6~9m), 가스터빈실 아래(프레임 75), 천안함 중앙(용골) 부근 약 3m 지점에서 어뢰가 버블제트 폭발로 두 동강 났다고 결론내린 합조단의 분석에 대해 안 박사는 천안함 선폭(가로)은 10m, 어뢰의 속도를 30 노트(kts)로 보면 초당 15.3m인데, 어뢰가 천안함 선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0.6초라며 "그 순간에 합조단이 파악한 버블 지점을 찾아가 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 박사는 서해라는 현실의 조건과 잠수정의 공격능력, 어뢰가 목표물을 탐지해 찾아가는 음향신호 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 확률은 소수점이 얼마가 되든 0.0000001% 수준으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안 박사는 앞서 지난 2월 출간한 '북한 잠수함이 남한 천안함을 침몰시켰는가'라는 보고서(소책자 및 전자책 형태로 2월 출간, www.ahnpub.com에서 구입 가능)에서 천안함 잠수정 어뢰피격이라는 합조단의 결론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논증은 하나도 없다"는 의문과 판단을 담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안 박사는 미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1년여 전인 지난해 6월부터 변호사를 통해 자료공개를 미 해군 측에 요구해왔다. 안 박사는 대잠수함전에 관한 한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가다. 그가 설립한 회사 안테크(www.ahntech.com)는 미 국방부와의 계약에 따라 1급 비밀로 분류된 대잠수함전에 관한 1천 여 건의 기술적 논문·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화공학회 강연 취소된 김광섭 박사

<한겨레>는 이와 함께 미국 퍼듀대 화학공학 박사로 알루미늄 촉매·부식 및 폭약전문가인 김광섭 박사가 지난 4월25~27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총회 분과 학술강연에 초청받았지만 강연 직전 '정치적 영향'을 이유로 돌연 강연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강연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김 박사의 논문은 '천안함 침몰사건-흡착물과 1번 글씨에 근거한 어뢰설을 검증하기 위한 버블의 온도계산'이다. 이 논문의 초점은 흡착물질의 형성과 그 성분, 버블제트의 온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강연 발표문에서 천안함 합조단의 알루미늄 흡착물질 분석이 잘못됐다는 점과, 1번 어뢰의 인양장소가 '1번 어뢰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더니 발표가 취소됐다고 <한겨레>와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박사는 이 논문에서 합조단이 주장한 흡착물질의 성분이라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x)'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흡착성을 갖는(젤라티노스)' 황산화알루미늄수산화물(SaGAHs)로 제시했다. 이는 알루미늄 폭약이 수중 폭발 그리고 바닷물의 황산이온과의 화학적 변화를 거쳐 생성된 것으로, 그 근거에 대해 김 박사는 "합조단이 최종보고서에 부록 포함시킨 흡착물질의 열분석 실험자료(TGA/DTA)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알루미늄산화물이 부분적으로 황산화"

김 박사는 합조단이 내린 "충격파와 버블의 붕괴과정에서 폭약에서 유래한 흡착물질이 총알처럼 날아와 선체 선미등에 분산돼 붙어 있게 됐다"는 결론을 '총알설'에 비유하면서 "현실은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및 철의 판재에서만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폭발의 영향권 밖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는 양판석, 정기영 두 교수의 흡착물질 분석 결론과도 유사하다.

다만 김 박사는 두 교수가 침전물(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바스알루미나이트)이라고 분석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흡착을 설명 못한다"며 "(자신의) 'SaGAHs 설'은 해수에 의한 분산과 수소결합에 의한 흡착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흡착물질과 관련한 김 박사의 주장 가운데 또 다른 핵심적인 논거는 이 흡착물질(SaGAHs)이 폭발로만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알루미늄 판재들이 철과 전기적으로 연결되면 이른바 갈바닉(Galvanic) 부식(이종금속 접촉부식) 현상에 의해 흡착물질이 형성되는데, 이는 알루미늄 폭약의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과 화학적으로나 육안으로 봐도 거의 같다는 것이다.

수거된 어뢰 부품의 프로펠러가 50일간 해수에 있었다면 그 흡착물질은 폭발이 아닌 부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알루미늄과 물질 분석에 전문성이 있는 과학자들은 폭발인지 부식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자신들의 실험에서 나온 백색 분말과 1번 어뢰, 선체 등에서 발견되는 백색 분말의 동질성을 증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 김 박사가 내린 결론이다.

김 박사의 이런 주장은 수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를 부정해 온 이승헌 교수 등 이른바 반합조단 입장의 과학자들과는 달리 알루미늄 폭약의 버블제트 폭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제에서 보더라도 합조단은 1번 어뢰의 천안함 공격이라는 결론을 입증하는 과학적 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번 글씨' 연소 논쟁, 합조단도 반합조단도 다 틀렸다

특히 수중 폭발에서의 버블 온도 계산은 흡착물질의 형성과 특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됨에도 합조단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지적이다.

그러다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면 매직으로 쓴 1번 글씨는 당연히 타 없어져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합조단은 뒤늦게 송태호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열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버블 온도에 관한 연구발표(0.1초 만에 28℃로 냉각)를 받아들였다. 송 교수에 따르면 버블 온도와 압력, 그 전달속도, 거리 등을 계산해보면 폭발열은 어뢰 후미부의 글씨를 태울 수 있는 온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송 교수의 버블 온도 계산은 이승헌 교수가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김 박사는 그 반론은 적절치 않은 것이었다면서 "버블이 파괴됐을 때는 고온이지만 저압(0.01기압)이므로 접촉되는 물체가 열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충격파로 고열이 전달되기 전에 어뢰 후미부가 원래 위치보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크게 밀려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버블 현상은 "부상병이나 주검에 화상 흔적이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송 교수의 버블 온도 계산이 잘못됐다는 데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지적이다.

김 박사는 송 교수의 연구가 알루미늄 폭약 모델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천안함 사건의 폭발과는 어떤 관계도 없는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알루미늄 산화도 계산, 폭발에너지의 충격파와 버블로의 배분, 그 분배에 알루미늄이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알루미늄 폭약의 최저 온도는 1500℃로 계산됐다.

김 교수는 따라서 1번 글씨의 연소 여부로 버블제트 폭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애초에 1번 글씨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라는 걸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1번 글씨를 둘러싼 논쟁은 비생산적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박사는 국정조사를 통해 "합조단이 미 해군의 조사처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조사를 이끌려고 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태그:#천안함, #안수명,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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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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