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메인 포스터

<프로메테우스> 메인 포스터 ⓒ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리틀리 스콧이 연출했다는 것을 가장 큰 홍보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이 홍보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과 같은 우주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9년에 개봉한 <에이리언>을 그가 연출한 이후, 다음 시리즈부터 다른 감독들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는 33년만에 나온 <에이리언> 진정한 후속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곳곳에서 <에이리언>의 변주가 눈에 보입니다. 안드로이드와, 흑인, 백인으로 구성된 승무원들. 안드로이드의 배신. 여전사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로 보이는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 분), 배를 가르고 나오는 외계인 시퀀스, 그리고 H.R기거의 크리쳐 디자인까지.

하지만 <프로메테우스> 제작진은 처음에 프리퀄로 기획했던 영화를 독자적인 노선으로 바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프로메테우스>를 <에이리언>과 연관 짓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합니다. 그리고 이런 제작진의 태도에 관객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Prequel)이며 한발 양보한다고 쳐도, 스핀오프(spinoff) 혹은 리부트(Reboot)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히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에 업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매력적인 요소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프로메테우스> 솔직히 신선하지 않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온 천체 지형도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온 천체 지형도 ⓒ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귀환>의 저자인 에리히 폰 데니켄의 외계인 문명 전파설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명 전파설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지구를 지켜라> <미션투마스> <노잉> 등 여럿 SF영화에서 차용했기에, 차도남 김도진(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김주원(드라마 <시크릿가든>)만큼 와 닿지 않듯 더 이상 신선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락영화로서 몰입감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이 떠오르게 하는, 엔지니어의 죽음-벽화 발견-프로메테우스호의 세 가지 시퀀스는 관객의 지적 유추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후 모든 상황을 5교시 수업하듯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즉, 별로 흥미롭지도 않은 주제를 가지고 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빼버리니 집중이 안 됩니다.

여기에 갑자기 영화 장르가 바뀝니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후, 갑작스럽게 자넥(이드리스 엘바 분)이 등장해서 이 행성의 정체는 인류를 파괴 시킬 무기고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항해사가 말입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에이리언>의 장르인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우주적 존재로부터 받는 공포장르)로 바뀝니다.

이 말은 프로메테우스 호의 이야기와 LV-226 행성에 있는 유적지의 이야기가 수박바의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처럼 경계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확연하게 그어진다는 뜻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바뀐 장르는 전작만 못한 것 같습니다. 우주선이라는 좁은 장소가 행성이라는 거대한 장소로 바뀌면서 공포영화가 가져야 할 고립의 두려움이 약해지고, <에이리언>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간접적으로 보여줬던 편집이 <프로메테우스>에서는 CG 효과를 자랑하기 위해서인지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에일리언을 알아야 이 영화를 알 수 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한 장면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한 장면 ⓒ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하지만 <에이리언>을 업고 이야기 한다면 <프로메테우스>는 무궁한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엔지니어가 <에이리언>의 스페이스 쟈키라는 충격적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에이리언>개봉 당시 많은 팬들은 스페이스 쟈키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어디하나 속 시원한 해석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스페이스 쟈키는 에이리언을 데리고 온 중요한 존재면서 흉부가 천공된 시체로만 아주 잠깐(사실상 소품으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 시리즈에서 스페이스 쟈키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호기심을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웨이랜드사의 안드로이드인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 분)과 시대적으로 더 미래형 로봇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안드로이드들와 비교해볼 때, 구식 안드로이드인 데이빗이 오히려 더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빗은 <에이리언1>의 애쉬(이안 홈 분)처럼 인간을 공격하지도 않았고, <에이리언2>의 비숍(랜스 헨릭슨 분)처럼 인간을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인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탐구하는 태도를 고수합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 - 인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도록 인간 - 로봇의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안드로이드가 오히려 점점 인간다움과 멀어진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리언> 시리즈 내내 리플리를 괴롭히던 웨이랜드사가 언제부터 에이리언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본다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때부터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프로메테우스>를 기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프로메테우스호

<프로메테우스>의 프로메테우스호 ⓒ 20세기폭스


결론적으로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에 열광했던 SF영화팬들을 위한 특전입니다. 마치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프레데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에이리언>이 한자리에 모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팬이 아니라면, <프로메테우스>를 즐기기 위한 예습이 너무 힘듭니다. 기억 한구석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1979년 <에이리언1>의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기본이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영상 세 편을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가이피어스가 젊은 피터 웨이랜드로 역할을 맡아 연설하는 이야기고, 두 번째는 데이빗에 관한 이야기, 세 번째는 엘리자베스 쇼가 LV-226를 발견하고 탐사를 요청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영화 관람 등급을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정한 것은 <에어리언>을 기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위함이 아녔나 싶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공부를 한 후 관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프리퀄을 준비하려다 방향을 다시 잡아서 그런지 <프로메테우스>는 리틀리 스콧 감독의 옹고집 정도로만 보일 뿐입니다. 미완성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영화를 위해 3부작으로 만든다는 설도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1937년 생인 감독의 연세가 걸림돌이 됩니다. 차라리 스페셜 에디션판이나 감독판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리틀리 스콧이 말하고자 하는 완전한 <프로메테우스>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http://hoohoots.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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