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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도 비렁길. 한편으로는 산이, 다른 한편으로는 바다가 함께 하는 해안 벼랑길이다.
 여수 금오도 비렁길. 한편으로는 산이, 다른 한편으로는 바다가 함께 하는 해안 벼랑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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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인들이 묻곤 한다. '올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풍광 좋으면서도 북적거리지 않고, 한산한 곳이면 더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런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긴, 이맘때 이름 난 관광지를 찾아가면 자칫 사람들 발길에 치이기 십상이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모처럼 기분 좋게 떠난 여행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늘 고민이다. 풍광 좋은 데서 여유를 만끽하며 마음까지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심 끝에 지인에 추천해 준 여행지가 여수 금오도다.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속한 섬인데, 풍광이 예쁘고 고즈넉하다. 아직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옛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까지 간직하고 있어 남도의 속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금오도에는 요즘 여행의 트랜드인 명품길이 있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도 품고 있다. 잠시나마 근심걱정 내려놓고 쉬면서 활력으로 재충전하는데 이만한 곳도 드물다.

금오도 함구미마을 선착장. 금오도 비렁길 걷기의 출발점이다.
 금오도 함구미마을 선착장. 금오도 비렁길 걷기의 출발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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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마을 앞 표지판. 비렁길 안내도가 함께 서 있다.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마을 앞 표지판. 비렁길 안내도가 함께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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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들어가려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금오도로 가는 뱃길도 넉넉하다. 섬치고 교통이 좋은 편이다. 여수항여객선터미널에서 배가 하루 다섯 차례 출발한다. 금오도까지 1시간 20분이면 닿을 수 있어 뱃길여행도 지루하지 않다.

그것도 부담스럽다면 20분 만에 닿을 수 있는 뱃길을 찾으면 된다. 돌산도 신기항까지 차를 타고 가서 배를 타면 20분 만에 금오도에 내려준다. 여기서는 배가 하루 일곱 차례 있다. 이렇게 두 종류의 뱃길도 금오도 여행의 매력이다.

금오도 비렁길의 마을 통과 구간. 높다란 돌담이 산과 들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금오도 비렁길의 마을 통과 구간. 높다란 돌담이 산과 들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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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에서 만난 미역널방. 비렁길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비렁길에서 만난 미역널방. 비렁길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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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에는 멋진 길이 있다. 이른바 여수 버전의 둘레길인데, 비렁길이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지역 사투리다. 길이 들쭉날쭉한 금오도의 해안절벽 벼랑을 따라 이어져 있다. 표준말로 '벼랑길'인 셈이다.

그 길에 섰다. 지난 9일이다. 길은 여수항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함구미선착장에서 시작된다. 함구미마을 풍경이 다소곳하다. 돌담도 집집마다 성인 키만큼이나 높다. 비렁길은 이 마을 뒤편 산길에서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주민들이 나무 하고 낚시하러 다니면서 자연스레 다져진 길이다.

비렁길은 모두 다섯 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함구미에서 미역널방, 수달피벼랑, 신선대를 거쳐 두포까지 5㎞가 1코스다. 원시림에서 다양한 식생을 살필 수 있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2코스는 두포에서 굴등전망대와 촛대바위를 거쳐 직포까지 3.5㎞다. 갖가지 식생에다 황홀한 석양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가면 더 좋다. 1시간 정도 걸린다.

3코스는 직포에서 매봉전망대를 지나 학동까지 3.5㎞(1시간30분 소요), 4코스는 학동에서 사다리통전망대를 거쳐 심포까지 3.2㎞(1시간 소요), 그리고 5코스는 심포에서 장지마을까지 3.3㎞(1시간 소요)다.

출발지인 함구미에서 장지마을까지 18.5㎞를 다 걷는 종주코스도 있다. 거리가 다소 긴 느낌이 있지만 가파르지 않고 오르내리는 폭도 적다. 뉘엿뉘엿 걸어도 예닐곱 시간이면 거뜬하다.

금오도 비렁길 걷기. 해안 벼랑을 따라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다.
 금오도 비렁길 걷기. 해안 벼랑을 따라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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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대부분 흙길로 이뤄져 있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감촉도 좋다.
 비렁길은 대부분 흙길로 이뤄져 있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감촉도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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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오래 전금오도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거나 낚시하러 다니던 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았다.
 비렁길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오래 전금오도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거나 낚시하러 다니던 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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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섬의 허리춤 높이로 해안벼랑을 따라 돌아간다. 왼편으로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속 풍경이 함께한다. 오른쪽으론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가 시종 길동무 되어 함께 간다. 길도 대부분 흙길이고 평탄하다. 다소 가파르다 싶은 벼랑에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길섶엔 고란초, 생강나무, 잰피 등 남쪽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초목이 지천이다. 목이버섯과 산딸기도 흔하다. 꾸지뽕, 머루, 다래나무도 많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자연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풍광 멋진 경관 포인트도 군데군데 있다. 용두바위에선 고흥 나로우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미역널방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말렸다는 곳이다. 굴등전망대와 촛대바위는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나무데크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길을 걷다 되돌아보니 '저곳에 내가 서 있었나' 할 정도로 아찔하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수달피벼랑은 넓은 바위에 수달이 모여 놀았다는 곳이다. 차분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가 놓여 있다. 숲의 향기가 달콤하다. 주민들의 소득원이면서 건강을 지켜주는 취나물과 방풍나물, 가시오가피, 머위대 내음도 코끝을 간질인다.

마을에서 만난 윤봉매(83) 할머니는 "맑은 공기 마시며 방풍나물을 많이 먹은 게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비렁길에서 만난 밭작물. 한 차례 비가 내린 뒤 물기를 머금은 밭작물이 생기를 되찾았다.
 비렁길에서 만난 밭작물. 한 차례 비가 내린 뒤 물기를 머금은 밭작물이 생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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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은 산과 바다를 따라 걸으며 마을길을 지난다.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비렁길 걷기의 매력이다.
 금오도 비렁길은 산과 바다를 따라 걸으며 마을길을 지난다.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비렁길 걷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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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이라고 해서 거칠 것 같지만 막상 걸어보면 품격 있으면서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어디라도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금세 마음결도 행복해진다. 명품 중의 명품길이다.

이 풍광이 스크린을 통해 소개됐다.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차승원·박용우 주연의 '혈의누'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장나라·유아인 주연의 '하늘과바다'도 이 섬의 원시림에서 찍었다. '인어공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금오도를 배경으로 했다.

금오도에선 비렁길 걷기만 가능한 게 아니다. 등산도 할 수 있다. 산이 그리 높진 않지만 매봉산(382m)이 있다. 2시간 코스와 4시간 코스의 산행이 가능하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다도해 절경이 큰 매력이다. 해돋이와 해넘이도 장관이다.

물 맑고 모래 고운 직포해수욕장에선 물놀이를 할 수 있다. 갯바위 낚시 포인트도 널려있다. 아무 데나 낚싯대를 걸쳐두고 붉게 물드는 낙조를 보는 것도 가슴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묵을 곳 걱정도 할 필요 없다. 함구미, 송고, 초포, 직포 등 마을마다 민박집이 있다. 괜찮은 펜션도 있다. 편의시설은 다소 미흡하지만 하룻밤 묵으면서 섬의 속살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비렁길만 걷는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비렁길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수달피벼랑. 발끝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아찔하다.
 비렁길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수달피벼랑. 발끝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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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풍경. 조금 험하다 싶은 곳에는 나무데크가 단아하게 놓여 있다.
 금오도 비렁길 풍경. 조금 험하다 싶은 곳에는 나무데크가 단아하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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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여행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여수다. 금오도를 붙들고 있는 여수에서는 지금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비렁길을 걸은 다음, 여수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빅오쇼를 보면 금상첨화다. 오동도 앞바다와 어우러지는 박람회장의 야경도 황홀경이다.

먹을거리 또한 전국적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여수식 생선회가 일품이다. 특히 본요리에 앞서 나오는 기본요리가 푸짐하고 독특하다. 군부, 배말, 해삼, 성게, 거북손 등 갯것들이 많아 호평을 받는다. 여름 보양식으로 꼽히는 갯장어 데침회(하모 샤브샤브)도 좋다. 게장백반은 저렴하면서 맛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상징 건축물인 스카이타워. 폐 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스카이타워로 만들었다. 금오도를 품고 있는 여수에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상징 건축물인 스카이타워. 폐 시멘트 저장고를 재활용해 스카이타워로 만들었다. 금오도를 품고 있는 여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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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금오도행 배편 문의는 한림해운 ☎ 061-666-8092



태그:#비렁길, #금오도, #미역널방, #수달피벼랑, #함구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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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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