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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본부 전경.
 부산대학교 본부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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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위원(이하 이) : "BTO(수익형 민자사업)의 특징은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하기도 한다는 건데, 어쨌든 부산대에서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하지 않았다?"
부산대학교 총장 김인세(이하 김) : "하지 않았습니다."
: "혹시 사업시행자하고 맺은 계약조항 같은 것은 있습니까?"
: "그 문제에 대해서 잘못돼도 배상을 한다는 계약조항은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이 운영수입에 대한 보장 조건이 없기 때문에, 잘못되면 그 사람들이 잘못되는 것이지 우리가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내용은 없습니다."
: "그러면 혹시 앞으로 분양률이 낮다 하더라도 부산대 자체는 크게 손해 볼 일은 없겠네요?"
: "없습니다."

지난 2007년 국정감사 자리에 나선 당시 김인세 부산대 총장은 이경숙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BTO로 부산대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학생들을 위해 써야할 기성회비를 수십 억 원씩 이월하면서도 외부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기숙사와 문회회관, 심지어 쇼핑몰을 짓던 대학들의 위험천만한 '몸집 불리기'가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교육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대학 총장의 약속은 허언이 돼버렸고, 민간업체와는 어떤 이면 계약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대학은 시행사가 받은 대출금을 대신 갚아야할 처지가 됐고, 기성회비는 담보물이 됐다.

일명 '부산대 효원 굿플러스 사태'로 최근 부산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5년 부산대가 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학내에 대형 쇼핑몰인 효원 굿플러스를 유치하면서부터다. 사업시행사인 효원 E&C는 2009년 효원 굿플러스를 완공했지만 분양 저조로 2010년 10월, 은행으로부터 400억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당시 부산대는 기성회비를 담보로 보증을 섰고 효원 E&C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보증을 섰던 부산대가 대신 400억 원을 물어 줘야 할 처지가 됐다.

수백억 날리게 생긴 부산대... 왜?

지난 18일, 400억 원을 빌려준 대주단은 효원 E&C와 부산대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대는 대주단의 요구대로 400억 원 중 100억 원을 30일 내에 기성회비로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300억 원도 순차적으로 분할 상환해야 한다.

물론 부산대가 이자를 갚고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효원 E&C의 부실이 돌이킬 수 없다면 400억 대출 전체가 고스란히 부산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겨레>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부산대가 효원 E&C와 2006년 맺은 실시협약서에는 "사업시행자의 귀책사유로 수익형 민자사업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부산대가 전체 사업비 1104억 원을 30년 동안 매년 일정 비율로 감가상각한 나머지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금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이 조항에 따라 이달 현재 대학 쪽이 부담해야 할 지급금은 800억 원을 웃돈다"고 보도했다.

부산대 누리집에 소개된 효원문화회관. 최근 기성회비 담보 사실이 알려지고 문제가 붉어지자 누리집에서 삭제되었다.
 부산대 누리집에 소개된 효원문화회관. 최근 기성회비 담보 사실이 알려지고 문제가 붉어지자 누리집에서 삭제되었다.
ⓒ 부산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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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구시설 확충과 숙원사업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해 왔던 민간투자 사업.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억척스럽게 밀어 붙였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완공 3년도 지나지 않아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할 기성회비로 대출금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인 데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소유인 국립대 재산에 대한 모든 권한이 총장에게 위임됐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제61조를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일부가 아닌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설사 모든 것을 위임 받은 총장이 결정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사업계획이 어떤 외부 통제도 없이 고시되고 시행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사업시행 범위와 최소운영수입 보장 및 대학의 재정 지원 여부 등 해당 사업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담긴 실시협약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교과부에 보고했던 사업계획서에 있던 기숙사 시설(고시원과 원룸의 중간 형태로 교직원 및 학생의 숙박시설 공간) 등이 없어졌으며, 최종 실시승인을 하기 전 분양과 공사에 들어가 불법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국립대 운영 주체로서 역할마저 포기한 교과부와 학내 구성원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성과만 앞세우는 대학들. 여기에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 대자본의 탐욕이 맞물려 발생한 것이 이번 부산대 민간투자 사업과 같은 사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부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민간투자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안타까운 점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모든 부담을 안고 가게 된다는 것이다.

2010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학상업화실태진단.
 2010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학상업화실태진단.
ⓒ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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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빚 내서 등록금 내고, 대학은 민간 사업자 빚 떠안고

교과부가  2010년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학은 32개 대학에서 사립대학은 26개 대학에서 민간투자 사업을 진행했으며 대부분 기숙사 건립 사업이었다. 계약기간은 짧게는 12년부터 길게는 30년까지로 되어 있으며 국립대의 경우 BTL방식(임대형 민자사업 : 민간 사업자가 운영 수익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사립대의 경우 BTO 방식으로 민간투자 사업이 진행됐다.

그런데 BTL 방식이든, BTO 방식이든 민간 사업자가 투자하는 시설비 및 운영경비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립대의 운영주체인 국가나 사립대의 운영주체인 재단은 시설비 한 푼 투자하지 않고도 20~30년 후에 건물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학생은 그 기간 동안 높은 기숙사비를 감당해야 한다.  

한 학기에 40만 원 정도였던 기숙사비가 무려 5배 이상 치솟은 이유도 민간투자 사업으로 지은 기숙사들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2월 14일자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숭실대의 경우 한 학기에 199만 원의 기숙사비를, 고려대 민자형 기숙사는 월 39만 5천 원에 4개월치 식비 45만 원을 별도로 내야한다.

안민석 의원이 낸 '대학상업화 실태 진단'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서울대 관악사의 경우 1년에 249만6000원(보증금.식비 제외), 건국대 쿨하우스는 6개월에 195만4000원(보증금. 식비 제외)을 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변 하숙비보다 기숙사비가 더 비싼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대학 주변 하숙비와 전세금을 끌어 올리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1년, 반값 등록금 요구가 거세게 몰아 쳤을 때 당황한 정부는 대학들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부실대학 퇴출'을 운운하고 '감사원 감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정부에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지 않는데 인하는 어렵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그 결과, 반값 등록금 논의는 유야무야됐고 2012년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높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대학의 책임 떠넘기기식 논쟁에 학생과 학부모들만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 것이다.

만연한 대학의 민간투자 사업 방식도 똑같다. 책임은커녕 관리 감독까지 포기한 정부와 교과부, 어떻게든 자산을 늘리고 건물 하나라도 더 짓고 보자라는 식으로 시설 투자에만 앞장선 대학 당국들의 행태에 멍드는 건,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민간사업자가 빌린 돈을 기성회비로 갚아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쌩얼'인 것이다.

대학의 민간투자 사업, 이젠 달라져야

정부는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민간투자 사업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 천 만 원 시대, 기숙사비에 기숙사 시설비마저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하게 하는 이런 사업 방식은 옳지 못하다. 혹, 이런 사업 방식이 꼭 필요하더라도 대학 구성원이 충분히 검토하고 대학이나 학생들의 부담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기성회비를 은행에 담보로 잡힌 부산대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지난 1월, 법원조차 '기성회비 징수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판결을 존중하기는커녕 사용 목적에도 맞지 않는 대출 보증에 기성회비를 사용했다는 점은 어떤 변명을 해도 용납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피땀 흘리며 아르바이트를 해 번 대학 등록금이 민간 사업자의 수익금이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재단은 시설비 한 푼 투자 안 한 대학 기숙사가 빚어낸 금전적 부담을 대학생들이 지고 가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개선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안호덕 시민기자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www.khei.re.kr) 객원연구원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논평에 실려 있습니다.



태그:#부산대 사태, #대학 민간투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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