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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환경부는 길이 43.5㎞, 면적 60.668㎢의 한강하구(강화군 숭뢰리에서 신곡수중보까지)를 습지보전법 제8조 제1항 및 제5항에 근거하여 습지보호지역(김포지역 일부 제외)으로 지정하였다.

한강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주요 강들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로 흐르는 길이 하구둑에 의해 막혀있지 않아 다양한 기수역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곳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재두루미, 개리, 큰기러기, 저어새 등이 찾아와 서식하기 때문이다.

김포시 고촌면 영사정 앞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재두루미와 괭이갈매기
 김포시 고촌면 영사정 앞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재두루미와 괭이갈매기
ⓒ 생태지평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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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남북공동수역(DMZ와는 달리 한강하구수역은 남과 북 민간 선박의 항행에 개방할 수 있다고 정의)이지만, 남과 북의 평화적 이용보다는 대립으로 인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습지보호지역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의 성격이 우선하였다. 이번에 제거되는 철책선도 1968년 청와대를 공격한 무장간첩 김신조의 등장으로 인해 한강을 통한 침입로를 차단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철책 제거 사업으로 한강하구는 무방비

2012년 4월 김포시와 고양시 한강하구 일부 구간에 철책제거 사업이 시작되면서 습지보호지역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책제거 사업은 1차로 김포구간 1.3㎞, 고양구간 3.0㎞가 진행되며, 12월까지 총 길이 22.6㎞ 달하는 철책선이 제거된다. 이와 함께 김포시와 고양시는 개방되는 한강하구에 대한 각종 개발 및 정비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예정구간(파란색 선: 2012년 4월 중, 빨간색 선: 2012년 12월까지, 구글지도 이용)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예정구간(파란색 선: 2012년 4월 중, 빨간색 선: 2012년 12월까지, 구글지도 이용)
ⓒ 이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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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포시와 고양시 철책 제거사업으로 인해 습지보호지역 일부 구간에 대한 시민들의 이용이 가능해졌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면 어느 순간 나타나는 철책선은 남북의 대립으로 인해 생긴 낡은 역사적 잔해이지만, 이로서 자연생태계 우수지역으로 보전되었던 한강하구까지 무방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철책 제거사업과 동시에 김포시와 고양시, 경기도는 이 지역 일대에 자전거도로, 산책로, 자연형수로, 관찰데크는 물론 관광유람선을 위한 선착장, 파주까지 이어지는 관광지역 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이용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연안습지(순천만, 무안갯벌 등)의 경우 주민들의 생계수단과 생태교육장 또는 생태관광지로의 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보호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다른 운영원칙과 수칙을 지키며 자연과 공존가능한 사업을 펼친다는 특징을 보인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어떻게 보전하고, 공존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를 위해 개발을 위한 굴착기가 아닌 시간을 두고 처음부터 원칙을 세우는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4월 19일 고양시에서 열린 철책제거 기념식에서 철책을 넘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4월 19일 고양시에서 열린 철책제거 기념식에서 철책을 넘어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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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총괄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총괄도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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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은 매우 폭이 좁고 길기 때문에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며 이용 가능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 사방으로 넓은 면적이 아닌 선형으로 이루어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은 더욱 철저하게 출입과 이용을 통제하고 차단하지 않으면 생물종에게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미치게 된다.

더욱이 고양, 파주, 김포, 강화가 접하고 있는 습지보호지역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이미 신도시 개발과 각종 산업시설 확충으로 자연생태계 보전과 균형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에 제한을 두는 것도 모자라 철책 제거사업을 통해 열린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자연환경에 대한 파괴만을 가져올 것이다. 주변 농경지와 정비되지 않은 자연형 하천 등 완충지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는 것도 습지보호지역의 무분별한 개방과 개발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한강하구는 이미 수많은 생물들의 터전, 보전 원칙 마련이 우선

철책선 제거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한강하구는 철책선을 걷어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이미 수많은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터전이다. 개발이 우선시 되고 시설물만을 앞세운다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한강하구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보전되어 온 한강하구 생태계에 대한 우수성을 알리고, 보전을 위한 원칙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주민으로부터 사랑받고 많은 시민들이 가보고 싶은 습지보호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곳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면 누가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태지평연구소 홈페이지(www.ecoin.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은 시민들과 함께 정책연구와 현장실천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갑니다. 많은 후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트위터 : @ecohorizon)



태그:#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철책선제거,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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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실크로드 간사입니다. 더 많은 자료와 활동소식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earthlifesilk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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