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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뇌
 신의 뇌
ⓒ 와이즈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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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없다. 사후세계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동화일 뿐이다. 사람들은 열망하지만 결국은 성취 불가능한 윤리적 질서나 생활 방식의 근거로서 신을 찾는다. <스티븐 호킹>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신이 있다고 철떡 같이 믿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반대로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많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가 없고,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믿어보라며 정열을 쏟는 것만큼 헛수고도 없을 것이다.

미군이 코란을 태우는 것을 보고,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코란을 꺼내려다가 사망하는 웃지 못할 사고가, 21세기에 일어났다. 도대체 신이 무엇이기에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도 개의치 않고 뛰어들어 타고 있는 코란을 가슴에 안은 것일까.

인간의 지독한 충성심과 순교를 통해 존재하는 종교를 보면 우리가 종교를 위해 사는 것인지, 종교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지구촌 인구 80%가 종교를 믿는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쪽수가 많은 종교는 불교(4억?), 기독교(21억), 이슬람(15억), 힌두교(9억) 등이다. 그러나 다만 우리가 모를 뿐, 이 지구 곳곳에는 위에 언급한 굵직한 종교들 외에 수많은 종교가 있다. 곳곳에 산재한 많은 소수민족과 원시부족들의 수만큼 종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초록별 지구에는 얼마만큼의 서로 다른 종교가 있는 것일까.

인간은 왜 신을 믿는 것일까?

<신의 뇌>(와이즈 북) 저자들은 대략 '4200여 개'라고 말한다. 참으로 많기도 하다. 인간들은 4200개의 저마다 종교를 가지고서, 자신의 종교가 가장 으뜸이고, 가장 바른길이라고 믿는다.

여고 시절 도덕수업에서는 인간은 '한계상황'에서 신을 찾고, 믿게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신의 뇌>의 저자인 라이오넬 타이거와 마이클 맥과이어 두 생물학자는 자신들의 학문 세계에 걸맞게 이게 다 '뇌' 덕분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신이 뇌를 창조한 게 아니고, '인간의 뇌가 신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사실 모든 생물의 삶은 뇌가 명령을 내리기에 영위된다. 뇌가 명령을 멈추면 '뇌사'다. 뇌가 사(死)하면 첨단 의료장비가 없다면 그야말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사용하는 많은 기기 또한 뇌에 해당하는 본체의 명령체계가 있어야 작동된다.

이렇듯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가 통제하는데, 이 저자들은 '신'이라는 존재 또한 인간의 뇌가 '상상'하여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가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앞날에 대한 불안, 걱정이나 현재의 괴로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믿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종교만큼 위로를 주는 것은 없다. 종교가 제일 따뜻하고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준다. 뿐인가. 종교는 우리의 내세마저 꼼꼼하게 정의해준다. 저자들은 '내세는 종교의 최고 발명품' 이라 했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선한 사람(혹은 믿는자)은 죽으면 천국에 가서 갖가지 영원한 복락을 누린다. 반면 악한 자는 지옥의 유황불에 던져지고 죄과에 따라 지옥의 단계도 제각각인데 성직자들은 신자들에게 마치 가 본 듯이 반복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준다.

현실의 갖은 괴로움도 다음 세상의 천국을 생각하면 훨씬 극복하기 쉽고 이승에서의 짧은 영화란 천국의 영원 복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종교에는 이승과 저승, 천당과 지옥에 대한 '스토리'가 넘친다. 저자들은 '믿는 뇌'는 종교적 스토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대부분 종교는 경전, 신, 교리, 행동규범 등의 종교적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타 종교인이 보면 안타까운 점도 많지만, 당사자들은 흔들림 없이 믿는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도는 순교하면 그 보상으로 많은 처녀가 천국에서 자신을 기다린다고 믿는다고 한다. 기독교의 이단들은 미래의 어느 날 자신들만 '휴거'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그날을 위해 기도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믿음은 우리가 자주 무시하는 뇌의 편견에 의해 지속 된다. 편견 때문에 뇌는 자신의 믿음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증거를 거부한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내세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여호와 이외의 신이 존재할 가능성을 거부한다.

창조론자는 지구의 연령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 창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인류 조상들에 대한 명확한 증거, 4천년 이전에 존재했던 종교의식을 묘사한 암벽화, 진화론으로 추적한 종의 변화, 그리고 죽음(특히 영혼의 죽음)이 실재한다는 것을 거부한다.(여호와의 증인은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영원한 천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본문 59쪽)

'뇌의 편견'은 모든 종교가 갖는 공통적 의식인 '종교의식', '교류', '믿음'을 통해서 지속되는 것 같다. 종교의식을 통해 신을 만나는 동안 뇌는 '샹그릴라를 경험'하고 종교적 교류는 신도들에게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어' 준다. 믿음 또한 뇌를 '편안하게' 해주고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주고 '미래를 보여'준다.

이 책은 제목으로만 넘겨짚을 때는 종교적 체험이나 믿음 등에 당연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대저 종교적 행위란 인간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뇌의 작용임을 학자로서 근거를 갖고 담담하고 꼼꼼하게 설명할 뿐이다.

"근심과 공포를 관리하기 위해 뇌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뇌의 믿음 체계가 창조해낸 종교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종교에 대한 비난이나 찬성의 입장에서 제기한 것이 아님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단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보편적이고 끈질기고 중요한 사실이다."(본문 277쪽)

그러니 믿어? 말어?

이 책은 종교를 과학으로 풀어내기에 흥미롭다. 두 생물학자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왜 종교가 '뇌의 상상물'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인류가 왜 종교를 갈망했는지? 종교를 믿으면 뇌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종교가 섹스에 개입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또는 종교가 왜 똑같은 의식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지? 그리고 미움과 다툼이 없는 종교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 종교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들을 설득력 있게 답해준다.

저자들의 설명이 비신자인 내 경우는 전혀 거북하지 않았는데, 신자들이 읽으면? 글쎄 어떨지 궁금하다. 현대 과학은 수년에 걸쳐 게놈 프로젝트를 완결한 끈기가 보여주듯 끊임없는 연구로 신의 영역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타적이지만 않는다면 종교가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뇌도 인정한 것이 아닌가. 나의 종교는 그저 지구상 4200여 개의 종교 중 하나일 뿐이라는 관용의 정신을 가진다면 종교(宗敎)는 글자 그대로 '으뜸 가르침'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우리의 뇌를 편안하게 함은 물론이고….

덧붙이는 글 | 신의 뇌 - 신은 뇌의 창조물. 뇌과학이 밝혀내는‘믿는 뇌’의 메커니즘 | 라이오넬 타이거, 마이클 맥과이어 (지은이), 김상우 (옮긴이) | 와이즈북 | 2012년 1월 | 15,800원



신의 뇌 - 신은 뇌의 창조물. 뇌과학이 밝혀내는‘믿는 뇌’의 메커니즘

라이오넬 타이거 &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김상우 옮김, 와이즈북(2012)


태그:#신의 뇌,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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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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