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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쳐 들고 기뻐하는 벤자민
 캐리커쳐 들고 기뻐하는 벤자민
ⓒ 이동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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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모네, 파마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젊은 프랑스 남자.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길 잃은 강아지를 데려다 돌보고, 꽃을 좋아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

그를 만난 것은 몇 달 전, 서울에서 있었던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강정마을을 위한 콘서트에서였습니다. 삼십대의 평화 활동가. 그가 어떻게 해서 제주도의 작은 마을,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의 아름다움에 반해, 거기 주민들의 우정에 묻혀 제주도에 살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가 섬세한데다 수줍은 남자이고, 제주도를 너무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뿐입니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강정마을 주민들, 제주 도민들, 깨어있는 육지 시민들, 심지어 외국에서도 군사기지를 백지화라는 외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권 말기의 초조함일까요. 올해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제주해군기지를 백지화할 것이 두려웠을까요.

제주 강정마을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평화활동가들
 제주 강정마을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평화활동가들
ⓒ 강정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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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기 전 강정마을 주민들과 춤추는 벤자민
 추방되기 전 강정마을 주민들과 춤추는 벤자민
ⓒ 출처 모름 (강정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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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외치던 프랑스인 벤자민 모네씨가 강제 추방을 당하였고,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오른 영국인 엔지 젤터씨가 한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아 결국 한국을 떠났고 (벤자민처럼 순식간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미국 재향평화군인회 소속 회원 세명이 강정마을을 방문하려다 입국거부되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법부와 경찰력의 힘을 빌어, 구속하고 막고 벌금을 때리고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예수회 소속 신부님과 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님조차 구속하고 각각 징역 2년, 1년을 구형하고 포승줄에 묶어갑니다. 성직자들이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사진을 보는 순간, 제가 지금 사는 대한민국이 대체 어떤 나라인가 비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로 강제 추방되었던 벤자민 모네씨가 충격을 추스르면서 한국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그 편지를 옮겨봅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외치는 벤자민
▲ 해군기지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외치는 벤자민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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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9일자 벤자민 모네의 편지>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생생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지요.

한국 정부가 탐욕에 찬 두려움으로 저를 비밀리에 그 소중한 섬에서 추방한지 2주가 흘렀습니다. 악명높은 군사-산업 어젠다를 위하여 국가의 결정이라고 내세우고 기업들로 하여금 무심결인 양 파괴하도록, 한국정부는 비정하게 그 땅과 문화에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충격에서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투쟁의 현장에서 추방되고, 여러분 곁에 있다가 잔인하게 끌려갔습니다. 제 삶과 제 헌신을 같이 나누고 싶었던 여러분 곁을 말입니다.  

제 친구인 영화 만드는 정 감독과 함께, 우리는 제주도에 철학과 예술을 위한 국제 공동체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제가 하는 일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저를 멀리 앗아가 버렸습니다. 앞으로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 현재를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추방된 이후에 인터넷 접속은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수백통의 편지를 받았으나 아직 답신을 못했네요. 그분들이 제 처지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의 제 미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물론 저는 금방이라도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권의 바뀌어서 제가 다시 한라산도 구경하고 한국말도 계속 배우고 싶어요.

제가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추방되게 될지 생각지 않으렵니다. 어떤 사람들은 5년간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소위 "사법부 (Ministry of Justice)"라고 데에서 주는 어떤 공문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강제로 끌고 가서 추방하였고, 어떤 이해할 만한 공식 문서를 주지 않았습니다. 제게 단 한통의 전화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제 소지품도 없이, 돈 한푼 없이, 정직과 인권에 대한 존중도 없이 쫓아낸 것입니다.    

편지를 빌어 제 강아지 냇길이를 돌봐주시는 분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 어린 개가 길 잃은 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제가 키우기 시작했지요... 엄마 없는 강아지. 제가 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답니다.

섬약하기는 하나, 제 마음 속에서 불꽃이 다시 타오르고 있습니다. 세리씨도 한국을 떠나고 제가 태어난 화산 지대 근처로 온답니다. 그녀도 휴식을 좀 가질 겁니다.

끝없이, 제주도는 제 의식 속에 있습니다. 구럼비 바위는 제 마음 속에 있고, 여러분은 제 기도 속에 있습니다.

용기와 지혜로움이 더 많은 사람들의 결심을 인도하여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는 것을 막아주길 기원합니다.

저의 진정한 깊은 사랑을 담아서
벤자민 모네

(아래는 영어 원문입니다.)

Dear Friends,
Hoping this letter will find you in a kind and realistic mood.

It has been 2 weeks since the government expressed its greedy fear by secretly expelling me from this precious land. A land and a culture that the government itself indifferently injures everyday by allowing corporations to destroy unconsciously, submitting national decisions to the infamous military-industrial agenda.

I need more time to recover from the shock, being suddenly separated from the struggle, being brutally carried away from all you, people with who I have been sharing my life and my commitment...
With my friend, movie director Jung, our launching of a philosophical and artistic international community in Jeju island is on the way to start... But they stole me away preventing me from continuing my activity. I wonder what my near future will be made of, so i am focusing on living the present time.

I am rarely connecting on internet since my deportation. I received hundreds of messages that I still didn't answered to, hoping people will understand my situation. I wonder about my future in Korea, of course I wish to come back soon, hoping a change in government will allow me to see Halla san again and continue to learn the language.

I ignore how long I was expelled for, some people said for 5 years, but I couldn't read any official document from the so-called "Ministry of Justice" yet. They expelled me by force without giving me understandable official paper, without allowing me to do one phone call, without my personal belongings, without money, without honesty or even respect for human rights.

Also I wish to express my gratitude to whoever is taking care of Neitkiri, this young dog that I raised since it was lost in the streets...A puppy without mother, I was happy to be its caretaker. 

Even fragile, my inner flame is growing again. Seri will quit Korea and will arrive near the vulcanoes where I was born. She will rest too.

Constantly, Jeju island is in my thoughts, Gureombi rock is in my heart, you are in my prayers. May a courageous perspicacity lead more determined people to prevent the rock from being exploded.
With my sincere and universal Love. 
Benjamin Monnet.


태그:#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 #벤자민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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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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