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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블로그> 공연사진 .
ⓒ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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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인도 카레? 카스트 제도 혹은 타지마할? 소들의 천국? 힌두교? (필자는 연극을 관람하기 이전에 인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던 연상어가 타지마할 혹은 '사티'였다. '사티'가 얼마나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였는지는 문화인류학 또는 세계사를 전공한 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우리가 몰랐던 인도의 다양한 면모를 체현하게 해주는 연극이 있다면? 바로 연극 <인디아블로그>다.

<인디아블로그>는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구조화된 연극이 아니라 체득을 통해 만들어진 연극이다. 34일 동안 배우 및 스태프가 직접 인도를 여행한 체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순히 극작가의 대본과 배우의 연기라는 차원을 넘어 '체득'이라는 내공을 하나 더 추가한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화한 연극이기에 관객이 체감하는 몰입의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을 보기 이전에 인도 여행이라는 체득을 내면화한다. 언제냐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인도 차 '짜이'를 통해서다. '짜이'를 마심으로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도의 객창감을 몸으로 예습하기 때문이다.  

<인디아블로그>가 체득이라는 내공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 외에도 추가해야 할 미덕은 관객과의 긴밀한 소통이라는 점을 짚을 수 있다. 극 중 배우는 극을 시연하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관객은 디아를 나르기도 하고 한국인 관광객이 되기도 하며 혁진의 애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수동자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인 참여자의 역할을 한다. 이는 배우가 맨 앞의 관객에게 질문을 하는 통상의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출 수순을 넘어서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인도로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차원으로 승화한다.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 방식에 있어서는 스크린의 힘을 빌리는 투사 기법도 빼놓을 수 없다. 가령 배우들이 인도의 사막 가운데서 잠을 청할 때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은 투사의 힘을 빌림으로 밤하늘과 같은 효과를 구현한다. 스크린 속에서 구현되는 인도 풍경 영상은 배우와 스태프가 인도를 여행할 당시 녹화했던 캠코더 화면을 재현한다. 관객은 배우의 연기 외에도 스크린의 투사 가운데서 마치 관객 스스로가 인도의 여행객이 되는 객창감을 체험할 수 있다.

<인디아블로그>는 인도 여행의 객창감 체현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기자기한 웃음을 수시로 퍼 나른다. 만사마송으로 널리 대중에게 알려진, 듣기만 해도 절로 흥겨운 인도 음악 투나투나툰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을 웃음바다 가운데로 빠뜨린다. 웃음 연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찬영 또는 혁진이 옛 애인과 더불어 달콤했던 옛 사랑의 추억을 반추할 때다. 찬영 또는 혁진의 파트너는 즉석에서 옛 애인이 되어 닭살 한아름의 코믹 연기를 펼칠 때 공연장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로 대동단결한다.

인도 여행이라는 로드 무비 형태의 플롯을 관객에게 효과적인 객창감으로 호소하기까지에는 배우와 스태프가 직접 인도를 여행하고 이를 관객에게 내면화시키는 체득의 내공과, 관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잃지 않은 덕이다. 인도로 여행 가지 않아도 관객은 인도 여행의 묘미를 연극 한 편을 통해 체득할 수 있으리라. <인디아블로그>를 보고 불현듯 인도 여행을 하고픈 마음이 물밀 듯 밀려들어와도 공연사는 이에 대한 A/S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필히 유념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daum.net/js7keien)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디아블로그, #연극,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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