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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안내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안내
ⓒ 민주통합당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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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호남'하면 따라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민주통합당'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호남은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고 불릴 만큼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가 뜨거웠다. 이런 지역 분위기는 "민주통합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우스갯소리로도 표현된다.

지역구도가 점점 흐려지고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해도, 영남의 새누리당 사랑이 쉽게 식지 않듯 40세 이상 호남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통합당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의 젊은층, 대학생들도 자신의 부모들과 같은 생각일까?

민주통합당 바라보는 곱지 않은 '대학생들의 시선'

전남 무안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소연(23)씨는 이번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신청했다. 그녀는 투표까지 했지만 정작 투표한 후보에 대해 아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선거인단 신청 전까지는 이름도 몰랐다고 한다.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민주통합당'이라는 정당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쩌다가 선거인단에 등록해 일면식도 없는 후보를 지지하게 됐을까.

"다른 이유는 없다. 간단하다. 부모님 때문이다. 그 후보가 부모님과 연고가 있고, 나도 부모님의 강요 아닌 강요로 선거인단을 신청하게 됐다."

비단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남에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워낙 많이 보고 자라서 민주통합당이 옳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고, 부모님의 강요로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학생도 있다. 내가 만나 본 호남의 대학생들 중 많은 이들은 "그래도 민주당이 제일 낫다"라는 말을 부모님에게 듣고 자랐고 거기에 크든 작든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을 바라보는 젊은층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지지와 기대에 비해 활동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이진우(21)씨는 요즘 학교 통학에 어려움이 많다. 그 이유는 '버스 파업' 때문이다. 전주의 버스 파업 문제는 2년이 넘도록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겨울에는 전주 시내버스 파업이 4개월 이상 지속돼 많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동안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처럼 버스 파업이 전주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지만, 그 어떤 정치인도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버스로 학교를 통학하는데 너무 불편하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도 학교 수업에 늦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전라북도 도지사, 전주 시장, 국회의원들 모두 민주통합당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전주를 위해 봉사한다고 나섰으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이토록 오랫동안이나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꼈으면 나서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진전이 없다. 도대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건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이건 정말 파업하는 분들도 힘들고, 시민들도 힘들고…"

전주의 시내버스 파업은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심각성을 깨달을 만큼 전주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는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수백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전라북도 도지사와 전주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최선 아닌 차선, MB-새누리당 심판 위해 민주당 지지"

젊은층 사이에선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 개혁을 두고도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호남 물갈이'가 연일 화제가 됐을 때,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을 한 호남 대학생들도 많았다. 책에서만 배웠던 '정치신인'이 정말로 등장할 것 같다며 기대한 이들도 있었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박민희(22)씨 역시 그런 기대를 했던 이들 중 하나이다. 박씨는 살면서 전주에서의 정치변화는 거의 못 느꼈지만, 민주통합당의 호남 공천 물갈이 전략을 보면서 '왠지 이번 선거는 좀 다를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감을 더 느끼고 있었다.

"국민경선이라는 방법을 통해 공천을 한다고 하기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실망감과 배신감이다. 결국은 했던 사람이 또 하고, 또 하고… 너무 실망했다. 차라리 애초에 개혁, 물갈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배신감이 들진 않았을 것 같다. 앞으로는 개혁이라는 말에 절대 속지 않을 것이다."

한편 많은 학생들이 호남에서의 민주통합당 행태에 대해 비판한 가운데 '새누리당'을 이유로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설명한 이들도 있었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정수연(23)씨는 개혁, 정책, 문제해결능력 모두 중요하지만 지난 4년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4년 동안 벌어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에 대적할 수 있는 당은 민주통합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MB정권 아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 자신과 그 측근들의 비리들이 많았는데도 제대로 진상규명된 일은 거의 없다. 정권이 교체되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누리당의 심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무상급식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상보육이니 복지니 하는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잘잘못도 따져 물어야 한다. 사실, 민주통합당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MB정권과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얘기들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호남 대학생들의 민주통합당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민주통합당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권심판을 위해 당장은 그들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금은 'MB정권 심판' 아래 그들의 행태가 잠시나마 용서된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기 식의 개혁을 하거나 지역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제3의 정당을 찾아가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흡한 정치 아래 '영원한 텃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마음에 좀 더 귀 기울이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호남,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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